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지나가는 5,6월은 야외운동을 하기에 제격인 날씨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꽃놀이 인파로 시내 곳곳이 정체라는 뉴스가 나온다.

이제 매연 풀풀 날리는 자동차를 버리고, 등산이나 자전거 등 가벼운 운동을 테마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짧은 여행도 여의치 않는다면, 이에 관한 서적을 보는 것도 하나의 위안이 될 수 있을 터다. 몇 해 전부터 출판가에 속속 소개되는 자전거 여행 관련 서적을 골라보았다.

‘자전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다. <칼의 노래><남한 산성>등 작품을 발표한 작가 김훈은 종종 ‘혼자 놀기’를 즐긴다. 자전거 타기는 그가 즐겨 하는 혼자 놀기 중 하나.

김훈은 “몸을 실은 자전거는 가장 믿을 수 있는 몸의 확장이다. 자전거를 밀어 나아갈 때 인간의 몸은 도구를 이용해 중력이라는 존재조건을 확인하면서 감속과 쾌속의 변주를 시험한다”고 말한다. 작가가 자전거를 좋아하는 까닭이다.

작가는 99년부터 2000년까지 ‘풍륜’이란 자전거를 타고 태백산맥, 소백산맥, 반도 끝 구석구석을 순례하며 쓴 에세이를 두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언어의 주술사라 불리는 그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깊은 사색이 담겨있다. 그의 자전거 여행은 삶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우러나온 따스함이 담긴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이 자전거를 소재로 한 ‘에세이’라면,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기>는 기행문에 가깝다. 산악전문지 월간 의 사진기자 남영호가 자신의 오랜 꿈인 유라시아 횡단을 하기 위해 사표를 던지고 여행을 떠난다.

저자 남영호가 대장이 되오 인터넷 공모를 통해 김형욱, 최다운, 박정헌이 합류해 네 사람은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은 2005년 중국 톈진을 출발해 포르투갈 로카곶까지 가는 긴 ‘횡단’의 과정이다. 230일, 18,000킬로미터, 13개 나라를 자전거로 달리며 전개되는 이 책에는 생생한 에피소드와 사진이 곁들여져 있다.

앞의 두 책이 직장인들의 대리만족을 충족시켜 준 책이라면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 여행>은 가장 ‘현실적인’ 여행지침서다. 자전거 잡지의 발행인이자 자전거 마니아인 저자가 서울근교에서 자전거 타기 좋은 길 52코스를 엄선했다.

이 코스들을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길, 강과 개울을 따라가는 길, 험한 싱글 트랙을 질주하는 산악코스, 서해안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코스 등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코스마다 지도와 가는 길을 친절히 설명해 두었다. 쉽고 평탄한 코스부터 험한 산악코스까지 순차적으로 도전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