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존스 박사 소련을 갖고 놀다뛰어난 특수효과… 세계 문화재 영화적 복원 관객 압도

33년 전 스필버그는 미국영화계에 겨우 명함을 내밀었다. 그 영화는 1시간 동안 식인상어를 보여주지도 않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언제 상어가 그들을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한 <조스>다.

그는 <조스>로 비로소 흥행감독의 대열에 서게 되었다. 그렇다곤 해도 아직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흥행감독에 불과했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영화계에 두 가지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하나는 크리스마스와 신년의 성수기에 비해 한산했던 여름 영화 시즌을 성수기로 만들었다. 어린이 관객과 유년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는 성인 관객들은 여름이면 스필버그의 영화를 기다렸으며 개봉하면 재빨리 달려와 어김없이 매표 수익을 올려주었다. 스필버그로 인해 미국영화는 겨울과 여름이라는 두 번의 성수기를 갖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미지와의 조우>,<레이더스>로 이어지는 흥행 성공으로 30년 동안 세계 시장의 흥행 지존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미국의 블록버스터 역사는 늘 스필버그와 루카스의 손에 의해 작성되어 왔다.

스필버그와 루카스 그리고 배우 해리슨 포드가 백발을 휘날리며 노익장을 과시한 올해의 할리우드 오락영화는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다. 이 영화는 루카스와 스필버그 사단의 달라지지 않은 두 가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로저 에버트는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원조인 <레이더스>를 평하면서 스필버그를 짧게 정리했다.

즉 “그는 두 가지를 하고 싶어한다. 위대한 오락영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나치를 갖고 노는것”. 정확하게 27년 후에 다시 만든 속편인 <인디아나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앞의 두 가지에 하나 더 덧붙여서 욕심을 부린 것 같다.

정신이 늙지 않은 노년의 스필버그는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제작하면서 기존의 공식인 두 가지, ‘오락영화를 만드는 것과 소련을 갖고 노는 것’에 하나를 더 첨부했다. 바로 ‘인류의 문화유산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특수효과의 달인들이 기존의 남미 문화 유산과 전세계 문화재를 영화적으로 복원하여 이국적인 볼거리와 문화사 텍스트를 열람하는 재미를 살려냈다.

전작은 나치군에 의한 성궤 찾기와 존스 박사간의 갈등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소련군의 크리스탈 해골 찾기와 존스 박사 일행의 크리스탈 해골을 귀환시키는 임무가 경쟁한다.

할리우드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스필버그는 나치에 대한 영화적 심판을 <레이더스>라는 오락 영화에 담아 전 세계인들에게 파는 일에 몰두했으며, 유태인에 대한 영화적 복권은 <쉰들러 리스트>를 통해 완성한 바 있다. 그는 역사에 대한 영화적 심판과 흥행의 수익이라는 두 가지 전리품을 손에 넣은 천재적 재능을 이미 보여주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소련군과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영화적 심판대에 올랐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공산주의의 위협과 원자 폭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기저에 깔려있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60대 제작자와 노배우들은 전후 세대이기에 공산주의와 2차 세계대전을 종전으로 몰고갔던 원자폭탄의 공포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존스(해리슨 포드 분)는 소련군에 의해 납치되어 크리스탈을 찾는 작업에 강제 동원되지만 “공산당은 싫다”며 이승복 어린이 같은 발언을 한다. 그리고 요염한 소련 대령인 이리나 스팔코(케이트 블란쳇)가 이끄는 소련 군대와 선과 악의 대결을 벌이면서 냉전시대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선명하지만 낡은 이데올로기는 절벽 위를 달리는 자동차 추격전과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도망가는 장면, 신비한 동굴에서 벌어지는 비밀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장면, 원시인과의 싸움으로 이어지는 등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정교한 사건의 이어짐으로 묻히고 만다.

존스는 옛 연인을 만나고 위기의 순간에 동행한 청년 머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한 줄기는 존스 박사의 흩어진 가족 찾기와 감정의 복원으로 진행되며 다른 한 줄기는 크리스탈 해골을 되돌려 놓는 임무로 이뤄진다. 두 임무는 인류의 문화 유산과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소련군의 추격과 비밀의 문자 해독이라는 과제를 풀어가는 가운데 상업영화의 긴장감이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진다.

이 영화의 장점은 이데올로기도 가족애도 구체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다음 장면에 대한 기대로 관객을 긴장시키는 대중성이다. 콜링우드에게 “예술은 순수한 상상력이고 종교는 믿음에 근거한 상상력”이라면 스필버그에게 영화는 ‘관객의 지지를 고려한 대중적 상상력’이다.

핵폭탄의 버섯 구름이 화면에 가득차고 외계인이 지구를 떠날 때 건설한 문명을 청소한 파괴 장면은 인류에게 핵폭탄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지만 뛰어난 특수효과와 문화 유적의 미학적 재현이 주는 시각적 스펙터클에 관객은 더 압도될 뿐이다.

여기서 이 영화는 반공영화가 아닌 오락영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며 기존의 스필버그 지지 관객들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 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천재적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30년 동안 잃지 않고 있음을 입증해냈다. 그에게있어 관객의 상상력과 세계적 문화 유산, 자연 절경은 자신의 스크린에 채울 황금 목록이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문학산 cinemh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