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유가 행진과 미국 쇠고기 파동…. 민초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이런 민심을 반영하듯 대중문화가 소박한 일상 속의 서민 스타일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말끔한 정장이나 화려한 드레스 등 방송용 의상이 아닌 손내밀면 닿을 듯한 편안하고 수수한 형식을 띈 방송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른 바 ‘서민 트렌드’다.

TV 브라운관에서 이런 흐름이 우선 감지된다. 유재석, 박명수 등이 출연하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프렌즈-시즌3>(이하 해피투게더)는 대중 목욕탕에서 진행된다. 장소만 시청자들이 친숙하게 느끼는 곳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스타들의 진솔한 일상 속 이야기를 끄집어 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화려한 의상 대신 사우나를 위한 가운이 이들의 몸에 걸쳐졌다. 여성 출연진들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면서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화장기가 없어진다. 무거운 의상과 두꺼운 화장을 벗어낸 스타들은 저마다 자신의 소탈한 매력을 보여주는데 아낌이 없다.

이영자, 김창렬이 진행하는 케이블채널 tvN <현장 토크쇼 택시>(이하 택시)도 마찬가지다.

스튜디오에서 정형적으로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을 거부한다. 두 진행자가 직접 심야에 택시 운전대를 잡고 택시로 꾸며진 공간에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현장’이라는 이름을 제목에 붙이면서 스타가 가고 싶은 곳 자주 가는 곳으로 행선지를 정하기도 한다. 또한 스타가 아니라도 다양한 군상들이 택시에 타고 내리며 일상을 털어놓는다.

가요계도 마찬가지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고달픈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는 응원가가 뜨고 있다. 최근 각종 차트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에픽하이의 <원>, MC몽의 <서커스>, sg워너비 <라라라> 등의 노래가 그렇다. 이들은 가요의 오랜 주제였던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연가(戀歌)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고된 삶에서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대중을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특히 MC몽은 이번 4집 앨범의 컨셉트를 ‘전국민 좌절금지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MC몽은 “‘서커스’의 광대를 보면서 웃음을 얻었던 유년시절을 떠올렸다. 세상살이가 다 힘들다고 하는데 노래를 들으면서 웃고 넘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강명석 씨는 “지난해부터 짙어진 경향이다.

빈부격차와 실업난 등으로 20대와 30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향이 생겨났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즐기는 노래 역시 사랑 노래를 피하고 세상사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노래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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