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번뜩이는 역발상 세상을 뒤집어 놓다

있다고 생각한 것이 없고, 빨갛다고 생각한 것이 갑자기 파랗게 보인다면 어떨까? 놀랄까, 불안할까, 새로울까.

작가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관람객을 사로잡는 창의적 반란이다.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놓았다. 누구에게나 일상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일상적이지 않아졌다. 작품 속의 평범한 형상들이 ‘네거티브’ 이미지로 바뀌었다. 친숙하다고 믿었던 것들, 그래서 때론 식상하기마저 했던 대상들이 일제히 낯설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났다. 작가들의 번뜩이는 역발상에 의해서다.

경기도미술관의 올해 두 번째 기획전인 <이미지 반전>展이 관객들의 발길을 당기고 있다. 국내 현대미술계에서도 드물게 만나는 흥미로운 시도다. 관내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는 회화, 조각, 판화, 설치, 영상 등의 장르에 걸쳐 총 87점의 ‘반전(反轉) 이미지’들이 자리해 있다.

이들 작품이 보여주는 반어법은 여러 방향에 걸쳐져 있다. 위치 또는 방향, 순서, 음․양화나 음․양각 기법 등 전형적 표현법을 과감하게 거스르고 있다. 사물과 인상에 대한 일반인들의 통념과 상식을 여지없이 허물어버리는 충격을 던져준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고상우의 는 가장 대표적인 네거티브 이미지를 보여준다. 원래의 ‘포지티브’로 되돌리면 사실상 평범한 한 소녀와 나비의 유희에 불과할 풍경이다. 작가는 이를 자신만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색채, 빛과 그림자, 음양을 뒤바꿔놓음으로써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낯선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처럼 생경하게 분리된다. 환상의 충격이 길고 깊다. 그리고 신선하다.

김홍주의 <무제> 역시 오랫동안 잔상을 남기는 작품 중 하나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이 작품은 더구나 1992년, 지금으로부터 16년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신선도가 여전히 유효하다.

들여다 볼 수록 특이하고 아름답다. 작가 김홍주는 나진숙, 이성형과 마찬가지 영역에서 우리의 감각기관이 인식하는 것, 그 이상의 주변 것들을 잠재의식에 저장했다가 네거티브 형태로 쏟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작가가 <무제>로 이름표를 달긴 했지만, 관람객 자신이 느낀 인상대로 각자 마음 속 부제를 따로 붙여보는 것도 흥미로울 만 하다. 이 또한 작가 못지않은 ‘관람자로서의 네거티브 프로젝트’로 기회를 부여하고 싶다.

이성형의 <낮잠>, 황혜선의 , 이용덕의 , 임선이의 <붉은 눈으로 본 산수> 등 눈여겨볼 만한 ‘젊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고산금, 구경숙, 김동숙, 박주욱, 송민철, 이동재, 이용덕, 이지은, 전원길, 최태화 등 총 24명의 작가들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구태의연한 현실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그래서 미래까지도 진부하고 무덤덤해 보일 때 특히 찾아볼 만 하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이 일순간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이 전시는 일깨워준다. 심드렁했던 것들이 새삼 소중해보인다거나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음 또한 더불어 환기시켜준다. 이 사고 유연한 작가들이 주도한 ‘거꾸로 뒤집어보기’의 힘이다.

<저작권자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