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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수영 시인 40주기… 현대시의 '거대한 뿌리' 예찬







김청환기자 chk@hk.co.kr









이철성 시인의 퍼포먼스, 이용인 무용가의 모더니즘 무용
올해로 40주기를 맞는 ‘풀’의 시인 김수영(1921~1968)의 문학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다.

‘오늘의 김수영들’은 헌정시집 <거대한 뿌리여, 괴기한 청년들이여>(민음사)를 펴내 “그의 시는 영원히 현재다”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문인과 문학 애호가들은 추모 학술제와 기념 문학제를 통해 김수영 시의 세계를 노래하고 그 세례의 엄존함을 기렸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는’ 풀의 생명력이 거대한 뿌리를 내리며 영원한 ‘현재인’ 김수영을 비추고 있다.

16일 오후 7시께 서울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열린 ‘김수영 40주기 기념문학제’.

한 여자가 능숙한 동작으로 미끄러지듯 무대 중앙으로 나온다. 토슈즈를 신은채 팔을 뻗쳤다 굽혔다를 반복한다. 무대를 빙빙 도는 무용가를 배경으로 기괴한 음악이 깔린다. 그는 연신 팔을 뻗치고 몸은 움츠러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음악이 잦아들며 그는 다시 객석으로 사라진다.

현대무용가 이용인이 김수영 시인의 대표작 ‘풀’(58년)을 주제로 선보인 모더니즘 무용이다. 이 무용가는 반복되는 팔과 몸의 동작을 통해 풀이 상징하는 김수영 시의 정신 – 불굴의 저항성, 생명력-을 선명하게 전했다.

뒤이어 이철성 시인은 김수영에게 바치는 헌정시 ‘늑대의 옷’을 1인극 형식의 퍼포먼스로 펼쳤다.

시인은 거울을 보며 양복 바지를 벗는다. 무대 중앙으로 온 남자는 셔츠를 코 밑까지 끌어올리며 나는 시늉을 한다. 뛰는 흉내를 낸다.“나는 달려갔네”라고 외친다. 무대를 압도하는 인도 전통악기 싯타르와 북소리. 다시 거울 앞으로 돌아간 시인은 팔뚝에 묶어놓은 헌시(獻詩)를 버리고 바지를 입는다. 넥타이를 고쳐맨다.

이철성 시인은 “옷을 사회성을 상징하는 감옥과 같은 존재로 봤다”며 “이상을 얘기하며 꿈을 내달리다가도 다시 현실로 돌아왔던, 거대담론을 얘기하면서도 일상을 녹여내던 김수영의 시(포스트모더니즘)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헌정시집에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선보인 신용목, 이원, 이장욱 등 후배 시인들은 김수영의 시를 낭독하며 40주기를 되새겼다. 김근 시인은 “김수영의 시 ‘사랑의 변주곡'을 읽다보니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과 너무 맞아떨어졌다”며 “시인이 바로 지금 2008년 6월16일에 40주기를 맞았다는 것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수영은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추모 학술제에서도 다채롭게 조명됐다. 백낙청, 염무웅, 정과리, 김명인, 황정산 등 내로라 하는 문인들이 대거 참여해 김수영 문학을 기렸다.

<창작과비평>를 비롯 <문학동네>,<세계의 문학> 등 대다수 문예지들도 앞다퉈 김수영의 자취를 찾았다.

1970~80년대 불었던 ‘김수영 신화’가 2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김수영 문학의 완성도와 함께 그의 시적 주제로 거론되는 자유, 정직, 양심, 사랑 등이 시대를 뛰어넘는 화두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와의 불화속에 많은 지식인들이 훼절과 침묵으로 일관할 때 김수영 시인은 가장 평범한 일반적인 덕목을 지켰다. 그의 대표적 시론인 <시여, 침을 뱉어라>에 나타났듯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시의 완성이 아니라 양심의 살아있는 시화(詩化)였다. 즉 김수영은 ‘양심’을 지키는 것을 시의 창조행위와 동일시했다.

그러면서 김수영은 끊임 없이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주저하지 않는 엄숙한 현실주의자였다. 53년 작 ‘팽이’에서 팽이 돌리기를 통해 삶의 비애를 보고 자기 성찰을 통해 진지한 생활인으로 나아간 것이 그러하다.

김수영은 또한 참여(저항)와 순수를 넘어 제3의 길을 간 포스트모더니스트였다. 1956년 시인은“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눈을 바라보며/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눈> 고 썼다. 그 ‘눈’은 “살아 있다는 신호의 전달”(평론가 유종호),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극적 대비만으로도 충분히 살아 있는 시”라는 해석과 함께 김수영이 순수도 참여도 아닌 제3의 길을 갔다고 평가하는 이들의 근거다.

이렇듯 ‘저항’과 ‘일상’,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을 오간 김수영의 삶과 문학은 그를 시대를 넘어 영원한 ‘현재인’으로 존재케 하는 동력이다.

김수영이 지난해 한국시인협회 선정 ‘한국 현대시 100년 10대 시인’의 상위에 랭크되고 대표작 ‘풀’이 현역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러한 배경에서다.

40주기를 맞는 김수영 시인의 신화가 계속되는데는 ‘분명한’이유가 있다.

▦ 참고 :<거대한 뿌리여, 기괴한 청년들이여> 서동욱. 김행숙. 2008. 민음사

<혁명과 반동, 그리고 김수영> 김명인. 2008. 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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