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진희(25여)씨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이날은 '티켓 팔찌' 하나만 사면 홍대일대 14개의 클럽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클럽데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클럽에 가면 남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는 젊은이들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홍대의 한 댄스클럽에서 만난 최진영(38여)씨. 그는 "발디딜 틈 없는 공간에서 폭발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는 게 너무 좋다.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환호성을 지른다.

음악과 춤, 패션, 놀이 등 젊은이들의 문화가 창출되고 공유되는 복합문화공간인 클럽.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식으로 젊음을 누리고 사는지 알고 싶으면 클럽에 가보라"는 말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클럽이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정체성을 확립했고, 클러버(클럽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며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테크토닉을 비롯한 각종 최신 문화적 사조가 탄생된 공간이 클럽이며, 국내에서도 페스티벌 문화를 꽃피우고, 자우림, 델리 스파이스 같은 가수를 배출시킨 곳이 바로 클럽이다.

그래서 정형화된 틀 없이, 저마다 자기가 입고 싶은데로 입는 클럽패션도 언제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다양한 양상의 클럽패션을 통해 유행을 선도하는 클러버들의 감성과 패션취향을 들여다 본다.

■ 청바지에 티셔츠, 편안한 복장

클럽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한다, 혹은 입지 말아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 클럽이 나이트클럽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나이가 많다거나 옷차림이 장소에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문전박대 당하는 속칭 '물관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색하긴 하지만 정장에 구두를 신고 들어가거나 츄리닝 바지를 입고 가도 상관이 없다. 각자가 거리낌 없이 개성을 표출하고, 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곳이 클럽인 셈이다.

"클럽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네스 펠트로가 무슨무슨 클럽에 아르마니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식의 얘기를 듣고, 클럽에 갈 때 비싼 옷을 입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잘못된 거예요. 영화배우이니까 특정 상품의 홍보차 그렇게 입고 나타난 것일 테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입는 게 클럽패션의 제일 큰 특징입니다. 힙합이나 펑크 스타일 복장이 클럽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에요. 클럽에 오면 유행을 선도하는 이들의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패션을 볼 수 있어요."

클럽문화협회 이승환 팀장의 설명이다.

클럽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구동성 "춤추고, 마음껏 즐기는 것이 클럽의 목적인 만큼 편안한 복장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오랜세월 클럽을 이용해본 진정한 클럽 마니아들은 대부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많다"는 게 실제 클러버들의 공통된 얘기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거부하고, 나만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 하는 가운데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클럽패션의 가장 기본적인 성향이다.

■ 일탈이 허용되는 공간, 노출 패션 인기

여성 클러버들 중에는 과감한 노출패션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이는 클럽이 갖는 '일상탈피'라는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소수의 마니아들 사이에서 즐기던 클럽문화가 어느새 저변확대로 젊은이들의 주류문화로 자리잡았다지만, 그래도 클럽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는 여전히 고상한 주류문화에 반대하는 언더그라운드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면 즉석 구애를 펼치는 등과 같은 '일탈적인(?)' 행위가 허용되는 곳이 클럽이다.

그래서일까.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내 놓은 탑(Top)과 끈나시, 오프숄더 같은 상의와 짧은 핫팬츠, 몸에 착 달라 붙는 스팽글 원피스 등이 여성 클러버들의 패션으로 주를 이룬다.

클럽에 자주 가는 홍은희(28여)씨는 "평소에 입지 못하는 노출 심한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것도 클럽에서 느낄 수 있는 희열 중 하나"라고 소개한다.

■ 강남 클럽에선 럭셔리, 믹스 매치 스타일 대세

프린팅 화이트스키니진, 스팽글 나시 원피스, 오프숄더 라글랑 튜닉

10년 전 홍대에서 시작된 클럽문화가 강남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청담동의 클럽 '앤서'에서 일하는 김수현 씨는 "클럽문화가 이곳 강남에선 과시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트렌드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의 김혜경 실장은 "요즘 강남일대 유명 클럽에 가 보면, 홍대일대와 달리 여성스러운 원피스나 연예인처럼 화려하게 입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강남일대의 클럽을 찾는 여성 클러버 대부분은 스팽클로 장식된 드레스와 화려한 액세서리,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남성 클러버들 중에는 세미 정장을 입은 이들도 자주 눈에 비친다.

그런가 하면, 원래의 클럽문화에 강남일의 과시적 형태가 합쳐진 믹스매치(Mix&match) 스타일도 강남 클럽패션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스포티함과 럭셔리함이 공존하는 양태가 그것이다.

여성의 경우, 스포티한 캡 모자에 메탈 장식이 들어간 하이힐과 광택 나는 핸드백을 들거나, 평범한 청바지에 화려한 상의를 걸치고 액세서리로 연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남성은 찢어진 빈티지 스타일 청바지에 고급 재킷을 입어 자유로운 젊음과 럭셔리한 모습을 동시에 연출하기도 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