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분홍빛 꽃 피어나는 키 작은 나무

가장 먼저 꽃이 피었던 줄딸기는 벌써 열매가 붉게 익어 산길을 걷는 발목을 잡는다. 멍석딸기는 이제 꽃이 한창이다. 줄딸기가 피고 익고, 산딸기와 복분자딸기도 피고 익고 이내 멍석딸기도 붉게 익기 시작하면 여름은 그 한 가운데로 가고 있는 것이다.

벌써 몇 번인가 설명을 했지만 우리가 산에서 산딸기라 부르는 종류 중엔 진짜 그냥 산딸기도(흰꽃이 피며 잎의 가장자라에 불규칙한 결각이 있지만 하나의 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종류이외에도 수리딸기, 장딸기, 멍덕딸기, 맥도딸기, 곰딸기, 섬딸기 … 아주 여럿이다. 이들은 모두 작은키나무 들이고 물론 우리가 봄에 먹는 딸기와는 별개 집안의 식물이다.

식물을 공부하면서 한동안은 희귀한 풀과 나무들에 온 마음이 쏠렸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그 귀한 식물들을 먼저 알고 본 것이 자랑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산딸기 집안에서도 거문딸기나 가시딸기 같은 귀한 종류를 찾아 헤메고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이젠 그간 눈여겨보지 않았던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마음이 간다.

멍석딸기도 그중에 하나이다. 숲도 아닌 그 가장자리, 풀썩거리는 마을 농로의 주변에서 때론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쓰고 자라는 탓에 제대로 눈길한번 찌 않았던 멍석딸기가 눈여겨 보니 여간 고운 것이 아니다.

멍석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풀처럼 작게 자라 그냥 숲가에 풀섶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있다. 한번 알고 나면 이 땅의 어디에나 우리와 아주 가깝게 살고 있음을 깨닿고 놀란다.

멍석딸기가 가까이 있는 식물임에도 산딸기 만큼도 친근하지 않은 이유는 우선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일 것이다. 진한 분홍빛 꽃이 피는데 꽃받침이 5갈래로 별처럼 붙어 있다. 그 속엔 꽃잎이 있는데 꽃잎들을 펴서 활짝 펼쳐내지 않고 오목하고 오골오골 붙어 있는 까닭에 제대로 꽃이 핀것이라고 느끼지 못해 눈여겨 보지 않게 된다. 하지만 마음먹고 보면 이도 여간 개성있고 신기한 모습이 아니다. 잎은 금새 구분이 간다.

넙적한 마름모꼴 혹은 다소 각진 달걀모양의 작은 잎들이 세장씩 모여 달리고 잎의 뒷면은 흰빛이 돈다. 물론 줄기엔 가시도 있다.

열매는 여늬 산딸기처럼 그렇게 달린다, 물론 맛있다. 다만 손이 타지 않은 깊은 산에 맑게 달리지 않으니 언뜻 손을 내밀어 입으로 가져가게 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복분자딸기를 비롯하여 산딸기의 맛은 물론 그 약성으로 많은 관심들이 모아지고 있다. 대부분 이 집안 식물들은 구분 않고 자양, 강정 등의 효능을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멍석딸기만큼은 따로 구분하여 진해, 거담, 진통, 해독, 소종 등에 효과가 있어서 감기, 기침, 천식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생각해보니 산딸기집안 식구 중에서 멍석딸기는 가장 강인 한 듯 하다. 산길에 숨어 숨어 있다 목마른 나그네의 기쁨이 되는 대신 세상곁으로 가까이 다가서서 건조에도 견디고 햇볕에 드러내며 튼실하게 자란다. 그게 또 이 작은 나무의 멋스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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