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기억 투쟁의 산물 뭍에 오르다

제주 4.3 ‘기억투쟁’의 미술은 계속해서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제주4.3이 큰 의미를 갖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제주4.3이 60주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에서 1994년 이후 해마다 개최해 온 4.3미술제가 15년째를 맞이한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화폭에 담긴 4.3이 처음으로 제주가 아닌 육지를 찾았다.

탐미협이 (사)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운영하는 평화공간 space*peace에서 제주 4.3 60년 세월을 조명하는 아카이브 전시 <제주 4.3 60주년 기념 4.3미술제 아카이브 전 – 평화.동행>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15년간 제주에서 진행돼온 ‘4.3미술제’ 작품들과 그간의 활동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전시포스터, 아트포스터, 전시도록, 사진 및 영상작품 등 60여 점이 소개된다.

특히 아트포스터는 올해 전시인 <개토(開土)-60sus 역사의 변증>전에 출품된 작품을 석판화 형식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밖에 탐미협 회원들의 현장답사와 워크숍 기록자료인 사진.영상자료와 함께 오석훈 작가가 제작한 영상작품은 스크롤 형식으로 끝없이 올라가는 4.3희생자들의 명단을 보여주며 4.3의 아픈 기억을 전한다.

4·3항쟁을 형상화한 강요배의 '터'

탐미협은 1994년 강요배 작가의 낙향과 함께 지역미술인 30여명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회원들은 매년 전시회를 개최하기 전 4.3관련 유적지를 탐방하고 그 정신을 되새기며 작품의 원동력을 이끌어냈다. 올해 발견한 4.3희생자들의 유해를 대량으로 암매장했던 정뜨르비행장 유해발굴현장 역시 탐미협의 역할이 컸다. 지난 4월 제15회 전시회 <개토>는 이 사건을 주제로 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4.3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그 실체의 흔적들, 아픔의 삶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3미술’은 계속해서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활발한 문화예술활동을 선보이며 4.3의 진실 알리기와 진상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 미술관 학예사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이와 관련해 “4.3은 죽은 역사의 죽임 운동과도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탐미협의 15년 활동이야말로 ‘산 역사의 생명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며 “탐미협의 4.3미술은 결국 4.3항쟁을 통해 그들 자신을 스스로 인식하고 또 스스로를 해방하는 진정한 자기회복, 창조적 주최회복운동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세대는 새로운 세대로 흘러야 하고, 그 기억은 새로운 언어로 쓰는 투쟁이 될 필요가 있다”면서 “오늘 우리가 4.3에서 얻는 깨달음은 슬픔이 아니라 한 발 앞으로 내딛는 진보여야 하고, 이를 통해 4.3미술은 우리 민족이 겪는 ‘기억투쟁’의 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