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책에 강우석의 연출을 얹다독창적 시나리오… 매 장면마다 언어와 상황의 '코미디' 이어져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최강의 장르영화를 대량 생산한다. 미국영화의 힘은 전세계 극장을 장악하는 배급력에 있다. 미국영화가 100년 동안 지켜온 신조는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생산한다’는 관객 만족주의다.

한국영화계도 겉으로는 예술을 지향하지만 속으로는 관객의 눈치를 보게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감독으로 평가된 이창동 감독도 ‘관객과의 소통 문제로 고민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 관객 제일주의를 공개적으로 표방한 대표적인 감독은 강우석이다.

강우석은 ‘영화평론가의 평가는 믿지 않지만 관객은 믿는다’는 위험한 발언도 서슴치 않을 만큼 관객에 대한 지지와 숭배를 숨기지 않는다. 강우석 감독은 오동진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부턴가 평론이나 리뷰기사에서 자유로워졌어.

그보다는 대중과, 일반 관객과 직접 만나기로 했어. 그게 더 진실된 평가”라고 말하면서 관객과의 직거리를 선언했다. 강우석의 관객 제일주의는 충무로 출신 감독 겸 제작자로 입지를 다지는 가장 큰 밑거름이었다.

강우석은 1993년 한국관객을 위한 코미디인 <투캅스>의 성공으로 강우석 프로덕션을 일구어냈으며 충무로 배급의 실세였던 곽정환과 연대하면서 시네마서비스를 창립하여 한국영화계 실세의 자리에 등극하였다. 그는 행운과 노력, 지지자라는 삼박자를 소유한 인물이다. <투캅스>는 현재의 강우석이라는 이름을 가능케 한 최초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11번을 고쳤으며 심지어 크랭크인 전날 김성홍 작가에게 김상진이라는 코미디의 달인을 붙여 다시 고쳐쓰게 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강우석은 작품에 대한 열정과 몰입은 이미 충무로에 상식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인맥은 시네마서비스 창립 멤버인 김의석, 김성홍을 비롯하여 김상진, 장윤현, 장진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흥행감독의 목록으로 채워졌으며 한국영화 흥행 수위에 시네마서비스 작품이 늘 포함되어 있었다.

김성홍과 김상진의 시대를 거쳐 이번에는 코미디 영화의 달인 장진과 합작으로 <강철중:공공의 적 1-1>을 만들었다. 한국 코미디 역사에서 김상진과 장진은 거의 쌍벽을 이룬 감독이다. 장진의 독창적 코미디 시나리오와 대중성에 대해 남다른 후각을 갖고 있는 강우석 이 합작했다는 사실은 영화보다 더 흥미롭다.

즉, 이 영화는 장진의 책에 강우석의 연출을 얹은 영화다. 강우석 감독은 장진 감독에게 최대한 많이 써올 것을 요구했고 풍부한 재료를 토대로 필요한 부분만 가려내고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장진의 코미디 감각과 강우석의 대중적 후각은 어떤 산업적 성과를 거두게 될지 이 영화가 답할 것이다.

강우석의 영화는 코미디 장르와 사회비판 이데올로기가 양날의 칼이다. 그의 코미디는 김상진과 김성홍 같은 당대의 스타급 작가와 협업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사회비판은 강우석을 충무로로 입문하게 한 두 편의 영화인 <바보들의 행진>과 <바람 불어 좋은 날>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강우석의 사회비판에 대해 오동진은 “사회적 이슈의 상업화”라고 표현했다. 강우석의 작품을 깊이있게 성찰한 영화평론가 황혜진은 “그의 영화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관객과 소통”한다고 평가하였다. 사회적 공분과 역사적 비판의식은 <한반도>처럼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실미도>나 <투캅스>처럼 관객의 지지를 받아 흥행을 보장받기도 한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 한편이 폭풍같은 사회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사회의 물줄기를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영화적으로 실천하려한다.

그의 영화적 실천은 세상을 바꾸는 망치로 영화를 이해하기보다는 세상의 변화에 대해 영화가 일정하게 기여하기를 바라는 소박한 희망사항에 머문다. 그가 영화 혁명가들보다 하나 더 욕심 부리는 것은 관객과 소통을 통한 이윤 추구이다.

관객과 소통을 통한 이윤추구는 ‘머리가 쥐날 정도로 고심하여 만든 코미디 영화’인 <강철중:공공의 적1-1>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우선 ‘깡패를 잡으면 사회가 깨끗해진다는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강동서 강력계 강철중과 ‘깡패는 자기 목숨보다 회사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한다’는 변질된 가족주의로 부도덕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형 조직폭력배 이원술이 대결을 벌인다. 사회의 악과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형사는 착한 영웅이 고등학생들을 조직폭력배로 양성하여 기업형 폭력집단을 이끄는 악당을 추적하여 결국 잡는다는 서사는 관객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악당의 전형적인 직업은 조직 폭력배다. 이 영화에서도 기업화한 조직폭력집단이 자행하는 비리가 공격의 표적이며 조직의 보스는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강철중은 전작과 유사한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조직의 보스인 이원술(정재영 분)은 아들과 주말농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목숨을 걸고 의뢰받은 일을 처리하는 자세 등으로 가장과 직업인으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생계형 조직폭력배의 비애를 <우아한 세계>에서 보여주었다면 프로의식 강한 조직폭력배 캐릭터가 이원술로 완성된다. 정재영의 연기는 위선적 조직폭력배를 매력적인 직업인으로 상승시켜준다. 장진의 코미디는 매 장면 마다 언어와 상황으로 빛을 발하며 심지어 소리내지 않게 깍두기 씹는 모습에서도 웃음을 만들어낸다.

한 주간지 질문을 인용하자면 이 영화는 ‘9회말 투아웃 볼카운트 투쓰리인 한국영화’판에 지명 대타자로 등장한 셈이다. 이 작품은 시네마 서비스의 재도약과 침체된 한국영화시장에 산업적 역전드라마를 이끌 수 있는 회심의 흥행 홈런이 나오느냐 아니면 포볼로 진루하느냐라는 중요한 가늠자이다.

코미디 영화는 인스턴트이며 대중적인 기호 장르다. 하지만 볼만한 한국 영화에 목마른 관객에게는 이 작품이 초여름의 단비가 될 것은 분명하다. 단비가 흥행 장마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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