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우 지음/ 한울 펴냄/ 14,000원韓美 교육 시스템 비교 조기유학 노하우 제공

조기유학 붐이 여전한 가운데 ‘기러기 아빠’ 인 기자와 초등학생 딸이 겪은 실전 조기유학 체험기가 나왔다. 최근 출간된 <허허실실 조기유학>은 한국일보 기자인 저자가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에서 연수 기회가 생기면서 초등 4년생 딸(현 중1)과 함께 조기유학을 2년간 체험한 이야기다.

단순히 유학생활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나열하지 않고, 학부모이자 기자의 시각에서 조기유학의 허와 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조기유학에 대한 환상과 거품을 걷어내고, 조기유학을 고민하거나 계획 중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현실적이고 최선의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소중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또한 기존의 조기유학 서적이 국내에 기러기 아빠를 두고 엄마가 아이와 조기유학을 떠나 엄마의 시각으로 쓴 책이 대부분이었다면, 이 책은 반대로 '기러기 엄마'가 한국에 남아 일을 하고 아빠가 딸을 데리고 조기유학을 간 경우라는 점에서 차별된다. 특히 미국에서 생생하게 목격했던 조기유학의 현실과 부작용 등을 조목조목 기록하고 우리 사회의 과다한 교육열을 되짚은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저자는 한국에 있을 때 갖게 되는 조기유학에 대한 기대나 환상이 사실은 ‘가족 해체’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기러기 가족 자녀들의 성과가 부모들의 희생에 비해 그리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사춘기의 아이들을 엄마나 아빠가 혼자 통제하는 것이 어렵고 반쪽짜리 미국인이 되어, 미국에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는 더더욱 돌아올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가족의 가치는 영어와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왕 희생을 감수하며 조기유학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 ‘허허실실’전략으로 접근해 피해를 최소화하자고 말한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한국과 비교하며 터득한 교육 방법을 비롯해 조기유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저자의 노하우와 생생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미국에 살면서 부딪힌 여러 문제와 해결법, 미국 문화에 대한 느낀 점을 진솔하게 기록하고 있다.

■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박준 지음/ 웅진윙스 펴냄/ 13,000원

<온 더 로드>의 저자 박준이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났다. 10년만의 여행이다. 이번 여행에는 캄보디아로 온 사람들의 사연도 함께 담았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백지윤 씨, 병원에 올 수 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간호사 출신의 오수현 씨, 명예퇴직 후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자동차 정비 기술을 가르치는 여인찬 씨. 모두 떠나온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삶에는 희망이 넘친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사진과 사진만큼 멋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 곡쟁이 톨로키
자케스 음다 지음/ 윤철희 옮김/ 검둥소 펴냄/ 10,000원

눈살 찌푸리면서도 읽는 책이 있다. 보통 재밌거나 유익할 때 사람들은 독서의 괴로움을 참아가며 읽는다. 자케스 음다의 소설을 읽는 이유를 굳이 표현하자면 ‘양심’과 ‘카타르시스’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하며 사회운동을 펼쳤던 아버지가 체포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생활을 시작했고 이런 경험을 되살려 매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모티프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신간 <곡쟁이 톨로키>에서는 인종차별의 시대부터 자유와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남아프리카의 격변기를 담아낸다. 장례식장에서 곡을 하며 밥을 버는 주인공 톨로키는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노리아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 소설의 고독
정홍수 지음/ 창비 펴냄/ 18,000원

96년 <문학사상>에 ‘김소진론’을 발표하며 등단했던 정홍수의 평론집 <소설의 고독>이 출간됐다. 총론격인 1부 ‘소설의 고통’은 한국문학사에서 세계문학 도입의 궤적을 훑어본다. 2부 ‘소설의 진정성’에서는 소설집 해설을, 3부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는 월평과 평문을 함께 엮었다.

황석영, 이청준, 김원일, 박완서와 같은 원로부터 은희경, 성석제와 같은 중견 작가, 박민규, 전성태 등 신진작가까지 30 여명 작가의 작가, 작품론을 실었다. 등단 12년 만에 첫 평론집을 낼 만큼 더디고 충직한 평론활동을 해 왔던 그는 제목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을 남긴다. 발터 벤야민이 소설가와 이야기꾼을 구분하며 썼던 ‘고독’이란 단어에서 착안했다.

■ 재미있는 세상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추수밭 펴냄/ 12,000원

<거의 모든 것의 역사>로 국내에 알려진 작가 빌 브라이슨이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재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추구하는 재미는 아마도 지적 재미인 듯하다.

출판사의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것처럼 ‘키득거리’거나 ‘웃음을 참느라 안면 근육을 씰룩이게’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그가 태어난 1950년대 미국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미국인들의 ‘그때 그 시절’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우리에게는 풍요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현대사와 문화인류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 여자, 회사를 사로잡다
로빈 월래너 지음/ 김미정 옮김/ 중앙북스 펴냄/ 12,000원

“왜 누구나 아는 말을 써놓았을까?”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을 아무나 실행에 옮기지는 않기 때문이지.” 자기계발서는 독서를 통한 지식을 실천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여자, 회사를 사로잡다>는 골드미스를 선망하는 20대 여성에게 적합한 자기계발서다.

배운 지식을 실천한다면 말이다. 저자 로빈 월래너는 <펜트하우스><러너스 월드>를 거쳐 <페어런팅>으로 미국 최연소 발행인이 됐다. 베테랑 글쟁이답게 ‘뻔한 커리어 플랜은 불태워라’ ‘여자라는 유리한 장점을 이용하라’ ‘완벽한 멘토는 당신 자신이다’와 같은 뻔한 조언을 맛깔스러운 경험으로 포장했다.

■ 오일 전쟁
장기호 지음/ 중앙북스 펴냄/ 12,000원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에 접어든 지금, 석유 자원에 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저자 장기호는 이라크 대사로 바그다드에서 머문 800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서술했다.

석유외교를 주제로 이라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루었다. 덧붙여 ‘기회의 땅’ 이라크를 선점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갖춰야 할 점과 유망 산업을 소개한다. 저자의 글은 세련된 명문이 아니지만,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깊이와 전문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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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