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메뉴의 탄생, 간장낙지 이야기간장낙지, "밥도둑 간장게장 비켜"

‘간장낙지라고! 간장게장도 아니고…’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 건너편 골목 안쪽. ‘풍어촌’에 들른 손님들 대화의 일단이다. “간장낙지라는 메뉴가 뭐지?” “낙지에도 그런 게 있었나? 게장은 알겠는데.” 모두 ‘간장낙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간장낙지는 말 그대로 낙지를 간장에 담가 숙성 시킨 요리. 간장게장처럼 조리하는 과정은 비슷한데 다만 대상이 ‘게’에서 ‘낙지’로 바뀐 것 뿐이다. 산낙지 요리 전문점인 이 집의 대표 메뉴다.

간장낙지를 처음 접한 이들은 당장은 낯설어 한다. 전에 본 적이, 또 들어 본 적도 없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점 두 점 집어 먹다 보면 어느새 그릇을 비우기 일쑤! 간장낙지만의 특유한 맛과 매력 때문이다.

보통 중간 크기의 낙지 한 마리기가 통째로 나오는 간장낙지는 갈색 빛을 띠고 있다. 한 동안 간장에 담궈져 있다 식탁에 올랐기 때문.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가위로 잘라 주는 것 또한 ‘산낙지’라는 ‘신분증’을 표시해 주는 과정의 일부다.

한 번 먹어 보려고 젓가락으로 한 점 집을 때의 느낌은 보드라움. ‘장’에 절여져 있던 기간 때문인지 ‘산’ 낙지 상태에서와 같은 ‘질김’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 입 넣어 씹힐 때의 질감은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교차한다. 조금 더 하면 질길 것 같고 조금 덜 하면 푸석할 것 같은데 양 극단의 경계 선상에 절묘하게 머물러 있다.

적당히 배어 있는 간장의 짭짤함 또한 ‘밥 도둑’ 그대로다. 김을 잘라 간장에 찍어 밥을 싸 먹는 것 또한 간장게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 ‘짜다’고 할 만큼 강하게 짜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고추 매운 맛이 적절히 가미돼 있다.

이 집 간장낙지의 ‘나이’는 한 살이다. 간장낙지란 음식이 태어난 지 정확히는 4개월여에 불과한 것. 메뉴판에 처음 오른 것이 지난 4월부터다. 이 식당이 이 곳에 문을 연 것도 겨우 지난 2월. 그런데 인근에서는 벌써 유명해졌다.

“관리를 잘 한 다고 하는데도 낙지가 쉽게 죽어 나가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그래서 싱싱할 때 미리 ‘장’을 담가 놓으면 되겠다 싶어 간장낙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간장낙지는 애초에 의도된 탄생물이 결코 아니란 사실이 재미있다.

안주인 정옥남씨는 ‘비싼’ 낙지를 대거 들여다 놨는데 이튿날 다 죽어 버리는 경험을 한 번 했다. 복잡하고 길다란 운송 과정 탓도 있지만 관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생물임을 알게 된 것. 죽은 낙지로 할 수 있는 것은 낙지 볶음을 만들어 비교적 싸게 파는 일 뿐이었다.

우연찮게 정씨의 머리에 번뜩인 것이 바로 ‘간장낙지’. 싱싱할 때 조리해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이후 두 달 동안 조리 시험과 연구에만 매달리며 결국 신메뉴 개발에 성공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간장낙지란 음식은 없더라구요.” 그녀 자신 20년 넘게 식당 사업을 해 오고 있으면서도 주변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메뉴다. 그렇다고 어릴 적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던 고유의 비법 메뉴도 아니었다.

“제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예요. 하루 종일 매달리면서 실험에 실험, 결국 비법을 찾아냈습니다.”

간장낙지를 만드는 과정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간장을 수 차례 끓여 ‘간장 소스’를 만드는 것이 첫 순서. 이 과정에서 10여가지의 재료들이 들어 간다. “무슨 재료들이 들어가는지 다 얘기해야 돼요?” 정씨는 행여 노하우가 드러날까 자세히 얘기하기를 꺼린다. “물론 고추 같은 기본적인 것은 들어가고…”

그리고 간장소스가 완성되면 낙지를 담가 숙성시키는 것이 마지막 과정. 제법 복잡한 이들 과정에서 시간과 온도, 농도(양) 등을 적당하게 적절한 시기에 맞춰 조리하는 것이 절대 중요하다. 물론 그녀만의 기술이다. “이 세가지 요소가 조금만 틀려도 제대로 맛이 나오질 않아요. 두부도 그렇잖아요.” 정씨는 간장낙지 만드는 것이 간장게장 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한다.

처음 간장낙지를 보는 이들 중에는 ‘반찬’을 내놓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마치 장아찌처럼. 그런데 막상 먹어 보면 대부분 다 먹는다. 낙지의 가는 다리 조각도 부족해 마늘과 고추 파까지 바닥날 정도로 젓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고. 밥 반찬이건 술 안주이건 손색이 없다.

특히 둥그런 ‘머리’처럼 생긴 것은 ‘낙지 알’이다. 두 조각으로 잘라 보면 안에 알들이 들어 있는데 흡사 찹쌀을 씹는 것 같다. 물론 암 낙지일 경우에만 맛 볼 수 있다. 탁구공 같은 둥그런 머리를 볼 수 없는 이유는 장을 담글 때 먹물을 포함한 안의 내장을 다 치워내기 때문이다.

간혹 “‘낙지 장조림’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장조림과 ‘장’의 차이는 뭘까? 장조림은 말 그대로 ‘졸인’ 음식. 즉 냄비 속에 낙지를 간장 양념과 함께 넣고 불에 졸였다면 그건 장조림이다. 하지만 간장낙지는 열기에 졸인 것이 아니라 ‘담가 숙성시킨’ 음식이다. “소고기는 조림을 하면 연해지는데 낙지는 오히려 더 딱딱하고 질겨져요.” 그래! 이 집 간장낙지는 부드럽다.

손님들이 간장낙지에만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이 집에서 밥을 시키면 공기를 가져다 주지 않고 솥을 들고 온다. 솥에 바로 지어 나오는 밥을 테이블에서 직접 퍼먹을 수 있게 해 준다. 남은 것은 누룽지로 또 끓여 먹고. 고추나 채소류도 강원 영월에 사는 남동생이 무농약으로 재배한 것들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이다.

정씨는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수시로 수족관 앞에 서서 그물로 뭔가를 건져낸다. 이물질을 걸러 내면서 수족관 청소를 하기 위한 것. “낙지도 예민해서 정성을 기울여 주지 않으면 금세 ‘건강’을 잃잖아요.”

■ 메뉴

점심 때 간장낙지, 간장새우정식 1만원, 낙지비빔밥 7,000원. 낙지볶음 1만원. 박속낙지 연포탕 세발낙지 낙지전골 산낙지회 낙지초무침 등 요리 안주류는 2만원부터.

■ 찾아가는 길

서울 삼성역 5번 출구 코엑스 서문 건너편 골목 안쪽. (02)501-3555

■ 크리스탈 제이드 팰리스의 여름철 보양 특선 ‘영양 치료’

더위로 허기지기 쉬운 계절, 건강을 음식으로 다스린다.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1층에 자리한 싱가포르 계열의 중식당 크리스탈 제이드 팰리스가 올 여름 ‘영양치료’란 콘셉트로 메뉴들을 내놓았다. 한 마디로 여름철 보양식 메뉴이지만 ‘먹으면서 치료가 되도록’ 각별히 배려한 식단을 작성했다는 것이 특징.

송이와 전복, 해삼, 상어지느러미 등 정통 중식 식재료들을 기본으로 20여 가지 단품메뉴와 세트메뉴들이 선보인다. 영양치료의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신선한 고급 식재료와 담백한 맛에 다채로운 한방재료들로 구성돼 있다.

‘송이버섯&보양요리 특선’ 메뉴 경우만도 10여가지 한약재가 들어가 건강 효능을 발휘하도록 짜여져 있다. 들어간 재료들 중 제비집은 여름철 부족한 영양을 공급해 주고 구기자는 시력 강화에 보탬이 된다. 호두는 신장과 뇌 기능 강화에, 목이버섯은 독소제거, 말린 롱간 과일은 정서안정 효과가 높다.

또 은행은 기억력향상, 해삼은 콜레스테롤 저하, 송이버섯은 고단백이지만 저지방성으로 콜레스테롤 감소에 도움이 된다. 두통예방에 좋은 천마와 비장회복&신장강화 용도인 산약, 면역증진 효과가 탁월한 영지버섯 등도 추가된다.

아이들의 정서안정에 좋은 말린 롱간과일(Longgan)이 들어간 롱간&오곡 볶음밥, 눈에 좋은 구기자가 들어간 구기자&금목서 젤리, 아이들과 여성들이 좋아하는 시원한 송이&소고기 광동식 냉면도 별미거리다. 8월 11일까지 (02)3288-8101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