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향수 선택의 센스 여성은 꽃 · 과일향 · 푸르티향 신선, 남성은 라벤더 향 추천

동물은 냄새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의사소통을 한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먹이의 일부를 물고 집으로 돌아올 때 꽁지를 땅에 끌면서 오는 걸 볼 수 있다. 동료들이 분비물의 냄새를 맡고 집을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매클린톡이라는 미국 학자는 여대 기숙사에 입주한 신입생들의 월경주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매클린톡은 인간 역시 냄새로 서로 화학적 교신을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인간과 동물>이라는 책에서 이를 자세히 설명했다.

향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하나의 ‘언어’라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향수는 의사소통 수단의 하나라는 것이다. 향수는 존재감을 표현하는 수단이며, 향이 있다는 것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아직 서투르다. 황진이가 사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긴 하지만 서구의 향수를 정식으로 수입한지는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향수로 잘못된 의사전달을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젊은 여성이 진한 향수를 써,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오히려 천박하게 느끼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 예다.

상표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습성은 향수 소비 성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향수를 잘 모르는 사람도 ‘샤넬 넘버5’에는 열광한다. 비싸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향수는 화장대에서 방치하게 마련이다.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에 필수품에 가까운 향수. 정미순 (37·여) 갈리마드 조향스튜디오 대표로부터 올바른 여름철 향수 선택법과 사용법을 정리한다.

■ 쨍쨍한 여름날은 진한 향도 좋다

쨍쨍한 날씨에 가볍게 날아가는 향은 어울리지 않는다. 밝은 날은 통풍이 잘돼 향이 빨리 날아가기 때문이다. 빨리 날아가는 가벼운 향보다는 지속성 있는 향을 쓰는 것이 좋다. 시원한 바다향의 마린계열로 불리는 향수나 날리거나 퍼지는 느낌의 파우더 향기가 적합하다.

특히나 피서지 같이 탁 트인 공간에 있다면 과감하게 진한 향수를 사용하는 용기를 발휘해도 괜찮다. 코코넛 향 같이 평상시 도심에서 사용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향수를 권할만 하다.

밝은 날이라도 도심에 있다면 진한 향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습한 우리나라의 경우 땀냄새와 향수가 섞여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누 향을 선택해 습한 가운데 상쾌하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게 현명하다.

■ 습기 많은 장마철은 레몬 향기를

습기가 많은 장마철에는 무겁고 진한 향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래 남는 향이 오히려 눅눅한 실내에서 불쾌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지하철에서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런 설명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레몬 같은 감귤계통의 가벼운 향이나 샤워 코롱을 사용해 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장마철 향수 사용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

■ 도시남녀의 향수 사용법

여름날이라도 밀폐된 사무실과 같은 도심에 있다면 진한 향은 피하는 것이 좋다. 비누느낌의 산뜻한 느낌을 주는 향수를 선택해 세안후와 같은 산뜻한 느낌을 주라는 게 좋다. 오이 냄새 비슷한 상쾌한 느낌을 주는 마린 향도 이런 종류다. 여성이라면 꽃과 과일향이 나는 푸르티 향이 신선하다.

남자들의 경우는 라벤더 향이 권할만 하다. 특유의 향이 남성 특유의 체취를 깨끗하게 정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라벤더 향은 피곤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때 숙면을 취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허브 계열의 향수도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남성이라면 감귤 느낌의 시트러스 계통의 향수를 쓰면 효과적이다. 감귤향과 풀잎 향이 섞인 시트러스 그린 플루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 때와 장소에 따른 향수 선택

‘회사’와 같이 공적인 장소에서는 튀는 향보다 신선한 향을 사용해 신뢰감을 높이는 전략이 올바르다. 여성은 그린 플로랄이나 프레시 시프레 향 등이 적합하다. 남성의 경우 라벤다나 허브 향이 이런 공간에 적합하다.

‘파티’장으로 향하고 있다면 진한 향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어차피 여러 사람 가운데 집중받고 튀는 게 중요한 때와 장소이기 때문이다. 뭇남성의 시선이 두렵지 않은 여성이라면 오리엔탈 계통이나 바닐라향, 엠버향, 플로랄(꽃)향의 제품을 뿌리는 것이 어울린다. 이런 장소라면 남성스러운 느낌의 후제아, 나무와 쿠마린 향이 더해진 베이스를 뿌린 남성이 주목받을 수 있다. 남성에게는 우디나 가죽 향이 나는 제품도 적합하다.

■ 나에게 맞는 향수를 고르는 법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향수를 고르는 지름길은 직접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정 원장은 향수를 하나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교재할 이성을 선택할 때 정답이 없는 것과 같다. 다양한 종류의 향수를 접해보고 자신이 사용했을 때 기분이 좋고 쓰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후각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들, 특히 흡연으로 냄새를 왜곡되게 인식하는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이런 경우를 ‘페로스미아’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장미향을 느끼는 것을 배설물 냄새라고 인식하는 경우까지 있다.

자신이 없으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이 가장 빨리 가는 길이다. 후각이 정상인 친구나 동료를 데리고 가 선택에 도움을 받는 게 한 방법이다. 시험적으로 사용할 때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선택에 참고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이다. ‘평양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은 여기서도 통한다. 정 원장은 “본인이 좋다면 여자 향수를 남자가 쓴다고 문제될 게 뭐가 있겠냐”며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향수를 고르는 것 역시 향수로 민폐를 끼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신의 체취와 어떤 향이 제일 잘 어울리는지 유의해서 선택하면 된다.

■ ‘중용’과 ‘절제’의 미덕도 잊지 말아야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은 법. 향수는 세 번 이상 뿌리지 않는 것이 적당한 사용법이다. 더구나 식사 약속 자리라면 진한 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외국인에 비해 체취가 심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향수를 과도하게 쓸 필요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대중의 지혜’가 작동한 것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향수의 종류는 사실 샤워코롱이다. 여름철에는 젊은이들 역시 달콤한 플루츠 향이나 은은한 마린향을 선호하는 게 대세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