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문인 테마 패키지는 물론 건축·아트페어·와인 투어 등 이색 테마 여행 붐피카소의 궤적을 따라가는 프랑스·스페인 여행도 색다른 재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해외여행이 늘고 있다. 몇 해 전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같은 남반구 여행이 유행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오지 여행도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문화를 테마로 한 여행 상품이 속속 소개된다. 국내 문화테마 여행은 고흐, 모딜리아니를 비롯한 화가를 테마로 한 여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여름에는 세익스피어, 괴테, 세르반테스와 같이 작가를 테마로 한 여행도 등장했다. 건축, 아트페어 투어와 와인 붐을 타고 등장한 와인투어 등 이색 테마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도 있다. 이들 여행사의 테마 여행을 중심으로 특별한 여행 계획을 세워보자.

■ 화가 테마가 가장 많아

오르세 미술관(위) 고흐 밤의 테라스(좌) 고흐 밤의 테라스 그림(우)
오르세 미술관(위)
고흐 밤의 테라스(좌) 고흐 밤의 테라스 그림(우)

국내 테마여행은 화가 반 고흐를 테마로 한 여행상품이 가장 많다. 지난 가을 전시회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같은 시기 한진관광이 최저 200만원 대부터 700만원 대까지 7가지 ‘반 고흐 테마 여행’을 소개한 바 있다.

반 고흐 여행은 고흐의 일생을 네덜란드 시기, 파리시기, 아를-생레미 시기, 마지막 생을 살았던 오베르쉬즈와즈 시기로 나누어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술전공가이드의 해설과 반고흐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과 반고흐 카페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짜인다.

고흐를 테마로 자유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암스테르담의 고흐 미술관과 오르세 미술관, 오베르쉬즈와즈의 가쉐박사의 집을 찾아가는 코스로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편하다. 반 고흐가 태어난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반 고흐가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와 작품이 정리돼있다. ‘해바라기’ ‘감자 먹는 사람들’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같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인상주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반 고흐의 ‘화가의 방’을 비롯해 밀레의 ‘이삭줍기’ ‘만종’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고갱의 ‘타이티의 여인들’을 볼 수 있다. 오베르 쉬르와즈의 가쉐 박사의 집은 그가 마지막으로 작품 활동을 한 곳이다. 그는 가쉐박사의 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으로 와 3개월 후 권총자살을 하고 이곳 공동묘지에 묻혔다.

반 고흐 여행은 6박 8일에서 7박 9일 일정이면 넉넉히 즐길 수 있다. 이번 여름에는 하나투어(www.hanatour.com)에서 테마 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미술전문 여행사 풍차(www.grimtour.co.kr)에서는 5인 이상 인원을 모집하면 시즌에 상관없이 패키지여행 상품을 짜준다.

한국에서 반 고흐 못지 않게 인기 있는 작가가 모딜리아니다. 아프리카 원시조각의 형태에서 착안한 회화 속 인물은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가장 잘 생긴 화가’ ‘연인 잔느와의 로맨스’로 그림만큼이나 그의 개인사를 궁금해 하는 미술 팬이 많다. 모딜리아니를 테마로 하는 여행은 파리와 남프랑스지방을 중심으로 짜는 것이 좋다.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는 연인 잔느와 만나 사랑을 나눈 곳이다. 주변에는 모딜리아니, 샤갈, 사티, 헤밍웨이 등 예술가들이 즐겨찾던 카페들이 모여있다. 니스 지방은 모딜리아니의 건강 악화로 요양을 위해 이주한 곳이다. 이곳에서 ‘목이 긴 여인’ 등 유명한 초상화작품이 탄생했다. 퐁피두 센터는 모딜리아니 작품 경향에 영향을 준 브랑쿠지의 작품과 동시대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나투어에서 이번 여름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현대미술사를 논하며 피카소를 빼 놓을 수 없다. 현대 회화의 거장, 입체파의 정점에 선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스페인과 프랑스, 두 나라를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짜야한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출생한 피카소는 14세 때 바르셀로나로 이주해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파리로 무대를 옮겨 몽마르트르를 중심으로 초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피카소미술관에는 피카소의 소년·청년시대의 작품을 중심으로, 청색시대·입체파시대의 유화를 비롯해 ‘과학과 자애’,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 Las Meninas(시녀들)’(1957)를 개작(改作)한 작품 등 2,000점 이상의 작품이 수장·전시되어 있다. 세계 4대 미술관 중 하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는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등 스페인 3대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파리에서도 피카소 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는 피카소가 죽은 후 그의 유족들에게 상속세 대신에 기증받은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청색시대, 입체주의시대, 신고전주의시대에 이르기까지의 회화·조각·도예 등이 전시되어 있다. 피카소의 사진과 편지 등도 있어 그의 예술적 생애와 생활을 살펴볼 수 있다.

여행사 모두투어(www.modetour.com)에서는 매주 토요일 출발하는 피카소-돈키호테 스페인 테마 여행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 국가 관광상품, 괴테와 모차르트

비엔나의 공연장 <테아터 안 데어 빈> (위) 괴테하우스(좌) 괴테동상(우)
비엔나의 공연장 <테아터 안 데어 빈> (위)
괴테하우스(좌) 괴테동상(우)

그림 테마 이외에도 작가와 음악가 테마로 한 여행도 각광을 받고 있다.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됐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는 한여름 오스트리아 여행 1번지로 꼽힌다. 특히 매년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한여름 유럽 여행객들을 사로잡는다. 한 달여의 축제 기간에 공연될 작품은 200여 개를 헤아린다.

잘츠부르크 관광의 출발점은 구시가의 모차르트 광장이다. 모차르트의 동상이 서 있는 이 광장 가까이에 관광안내소가 있어 여행객들이 많이 보인다. 돔광장에 대성당(돔)이 있다.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오르간 주자를 맡아 연주하던 곳이다.

신시가 중심의 쇼핑가인 게트라이데 거리 9번지에 모차르트 생가가 보존돼 있다. 모차르트는 이 집 3층에서 1759년 태어나 17세까지 살았고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차르트가 사용하던 침대, 바이올린, 피아노와 함께 필사본 악보, 초상화,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여름, 모두투어에서 모차르트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를 주제로 한 ‘문학 여행’은 독일의 관광상품 중 하나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와 바이마르, 라이프치히 아우아바하스 켈라 등이다. 괴테가 태어나 청년기를 보낸 프랑크푸르트 괴테하우스는 1층부터 5층까지 괴테가 사용했던 유적과 자료가 보관돼있다. 괴테와 니체, 바흐와 리스트 등이 자취를 남긴 학문과 예술의 도시 바이마르는 특히 26세의 괴테가 공국의 젊은 대공으로 스카우트된 이래 독일 문화의 중심이 돼왔다.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라이프치히에서 공부한 괴테는 <파우스트>에 등장한 ‘아우아바하스 켈라’에 자주 들렸다고 한다. 괴테를 테마로 한 여행의 백미로 꼽히는 곳이다.

■ 이색테마 여행들

이색적인 테마로 눈길을 끄는 여행상품도 속속 등장했다.

먼저 와인의 인기를 타고 와인투어 여행이 국내에 첫 선을 보이고 있다. 한진관광(www.kaltour.com)에서는 프랑스를 7일간 여행하며 프랑스 최고의 와이너리를 방문해 와인 제조 과정을 살펴본다. 와인의 대가 ‘패트릭 레옹’과 함께 5대 샤또의 빈티지 와인을 맛보는 디너 일정도 포함되어 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축물을 중심으로 테마 여행을 짜주는 여행사가 등장했다. 아키투어(www.architour.co.kr)는 설계사무소, 인테리어사무소, 조경사무소, 시공회사 등 기업을 상대로 건축답사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는 건축 전문 여행사다.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위해 상해 건축기행, 르꼬르뷔제 건축기행, 네덜란드-베를린 건축기행, 오스트리아-프라하 건축기행, 싱가폴 건축기행 등 각 국가별 대표적인 건축물을 중심으로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의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기간을 관광하는 전문 여행사도 있다. 아트투어(www.arttravel.co.kr)는 웁살라 비엔날레와 상하이 비엔날레, 베를린 아트포럼, 인도 트리엔날레 등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방문을 위한 전문 여행코스를 짜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