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곡의 한국 모던 포크 걸작들 김광석만의 분위기로 재구성음악·흥행 두 토끼 잡아… 신문 형식 독특한 디자인도 눈길

최근 대중음악의 불황을 틈타 불기 시작한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다. 대중음악계에서 과거의 명곡을 리메이크하는 관습은 해묵은 것이지만 한 두 곡이 아닌 수록곡 전체를 리메이크 곡으로 채운 앨범의 역사는 15년 남짓 되었다. 포문을 연 주인공은 70년대 한국모던포크의 계승자 혹은 한국 모던포크의 적자라 불렸던 김광석이 아닐까 싶다.

그는 리메이크를 [다시 부르기]로 표현했고 자신이 모던포크의 적자임을 알릴만큼 의미 있는 2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이 두 장의 앨범은 고 김광석 선정 ‘한국 모던포크 걸작집’이라 해도 무방한 앨범들이다.

리메이크의 치명적 한계는 원곡과의 비교일 것이다. 그는 원곡의 예술성을 훼손하기보다 더욱 모던해진 음악성을 담아 당대 대중에게 이미 힘이 빠진 포크 장르의 매력을 가슴으로 느끼게 했다. 그는 이 앨범들을 통해 스스로 한국모던포크의 계보를 잇는 90년대의 진정한 적자로 자격이 충분함을 대중으로부터 공증 받았다.

1993년 발표한 [다시 부르기 1]은 ‘거리에서’,‘광야에서’등 솔로독립이전 노찾사, 동물원의 시절의 노래와 발표한 본인의 솔로앨범에서 선곡한 노래들로 엮은 자신의 음악인생 10년을 중간 점검하는 개념의 앨범이다. 이 앨범은 이후 대중음악계를 강타한 '리메이크'선풍의 도화선이 되었다.

1994년 '서른 즈음에'와 '일어나'가 담긴 4집은 한층 강화된 포크 질감을 선보이며 자기 색채를 지닌 아티스트로 거듭났음을 선포했던 명반이다. 비록 이때부터 대중적 인기와는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이 시기에 발표한 노래들은 지금껏 불멸의 생명력을 발휘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1995년 발표한 김광석의 유작 [다시 부르기 2]는 노래를 통해 일상의 삶과 고독, 자유로움의 정서를 녹여낸 김광석 음반의 백미다. 1995년 2월 22일자 신문 형식으로 발매된 음반 디자인은 독특했다. 누런 재활 용지 재킷은 과거의 전설을 복원한 비범한 음반임을 이미지만으로도 성취해냈다. 총 11곡의 수록곡은 그가 발견하고 존경심을 표하고 싶은 한국 포크의 걸작 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년 원조 모던 포크뮤지션인 한대수의 ‘바람과 나’(김민기가 최초로 노래했다)를 시작으로 김의철의 ‘불행아’, 이정선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벙집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에 이어 80년대 백창우의 ‘내 사람이여’,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김창기의 ‘잊혀지는 것’ ‘변해가네’, 유준열의 ‘새장 속의 친구’, 한동헌의 ‘나의 노래’로 이어지는 흐름이 결국 자신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로 귀착되는 형식이다. 그가 그려낸 한국 모던포크계보다.

이 음반은 내용(음악)과 형식(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흔치 않은 대중음악의 명반이다. 리메이크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다른 뮤지션은 물론이고 자신의 노래까지 원곡을 능가하는 음악적 성과를 이루어냈다.

대중적으로 단절된 장르의 부활은 큰 성과였고 포크에 익숙지 않은 당대 대중의 열광적 반응은 보너스였다. 세션과 편곡을 맡았던 조동익의 탁월한 음악성은 이 앨범에서도 빛났다. 원곡의 질감을 살리면서 김광석만의 분위기로 노래들을 재구성해낸 그 흥행을 기대치 않았던 이 앨범의 50만장 판매기록의 원동력이었다.

서울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1000회 공연 기록을 달성한 고 김광석. 그는 90년대 대학로 소극장 라이브 콘서트 문화에 소생의 자양분을 공급한 아티스트였다.

'더 이상 나의 음악을 포크로 보지 말라'로 말한 그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힙합과 댄스 그리고 발라드에 밀려 절멸의 길을 걸어가던 모던 포크의 불꽃을 되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한 그의 노래는 세월이 흘러도 더욱 회자되는 진정성을 담은 노래였다. 한국포크의 가객 김광석. 그는 2008년 젊음을 헌사 했던 대학로에서 노래비를 통해 부활했고 그의 노래들은 다시 불러져야 할 노래의 대상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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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