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라투르 코르통 샤를마뉴·리지 캘리포니아 몬테 벨로·토카이 에센시아 인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나라 지도자들이 함께 모이면 얼마나 비싼 와인을 마실까? 정답은 와인 한 병 당 평균 가격 42만원! 물론 소비자가 기준에서다.

지난 달 일본 훗카이도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만찬 때 제공된 와인 브랜드들이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도 조그마한 ‘후 폭풍’이 불고 있다. 고가품의 속성상 ‘결코 시끄럽지는 않지만’ 찾는 사람들이 늘어 나면서 일부 품귀 현상 마저 보이고 있어서다.

G8 정상들이 함께 모인 만찬 자리에 제공된 와인은 순서대로 화이트 와인 ‘루이 라투르 코르통 샤를마뉴 2005’, 레드 와인 ‘리지 캘리포니아 몬테 벨로 1997’, 디저트 와인 ‘토카이 에센시아 1999’이다. 또 ‘르 레브 그랑 크뤼 브뤼’ 샴페인과 사케도 올랐지만 샴페인은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다.

정상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추기 위해 준비된 화려한 만찬인 만큼 음식과 맞춰 제공된 이들 와인은 그야말로 ‘명품급’이다.

‘루이 라투르 코르통 샤를마뉴’만 해도 부르고뉴에서 가장 넓은 그랑크뤼 포도밭을 소유한 전통 있는 와인 명가 ‘루이 라투르’에서 생산하는 명품 화이트 와인이다. 마을 내에 가장 좋은 와인이 나온다는 코르통 언덕에서 생산된 와인을 가장 좋아했던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을 따서 탄생한 것으로 부르고뉴 최고의 화이트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입사인 ㈜아영FBC 김영심 본부장은 “애호가들의 궁금증이 높아지면서 기업체 임원급 이상 중년 고객들이 특히 많이 찾았다”며 “가격이 비싸 워낙 소량이긴 하지만 평소 매출의 5배는 늘어났다”고 전했다. 병 당 38만원인 2000년 빈티지는 현재 매진 상태. 수입 대기중인 2004 빈티지는 42만원으로 더 비싸다.

부르고뉴 최대의 네고시앙인 ‘루이 라투르’ 와인들이 고가의 특급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세를 떨친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일찌감치 황실이나 정상들의 만찬에 제공되며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 ‘루이 라투르 몽라쉐 그랑 크뤼’는 19세기부터 러시아 황실과 프랑스 황실의 사랑을 받았다. ‘루이 라투르 샹베르탱’은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때, 1976년에는 프랑스 지스까르 데스땡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만찬 와인으로 제공되는 등 정상들의 식탁을 빛내 왔다.

리지 캘리포니아 몬테 벨로 역시 지난 25년간 최고의 캘리포니아 와인을 선보이고 있는 부티크 와이너리로 꼽힌다. 릿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만과 태평양 사이 산타크루즈 지역 해발 800여m의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포도원 이름. 칠레와 프랑스의 샤또 라투르에서 체계적으로 양조를 배운 폴 드래퍼가 1969년 와인메이커로 오게 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풍부한 아로마와 길게 이어지는 세련미가 돋보이는 이 와인 한 병은 45만7,000원. ㈜까브드뱅이 카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수입하고 있다.

디저트 와인 '토카이 에센시아'도 프랑스 루이 14세가 '왕이 마시는 와인이자 와인의 왕'이라고 극찬한 스위트 와인이다. 헝가리 서북부 토카이 지방에서만 생산된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이 '로열 토카이 아수 에센시아'인데, 썩기 직전의 포도를 수확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예외적으로 좋은 해에만 생산이 되며 토카이 와인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연간 6,000여병만 생산되고 한 병의 용량도 500㎖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1995년 빈티지가 42만2,000원이지만 그나마 재고가 많지 않다.

독점 수입사인 신동와인이 한남, 청담 직영매장 및 현대백화점에서만 판매하는데 재고는 단 2병만 남아 있는 상태. 와이너리에서 오랜 기간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1996년 빈티지도 올해 말이나 선보일 예정이다.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는 "1999년 빈티지는 이번 회의를 위해 특별히 주문된 것으로 보이며 유명세로 인해 2~3년 후 유통될 때 가격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