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여자에 빠졌다.

7월 셋째 주 전국 시청률 1,2위는 SBS <조강지처클럽>(33%ㆍ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KBS 2TV <엄마가 뿔났다>(31.6%)가 차지했다. 두 드라마가 주말의 패권을 쥐고 있다면 평일 최고 화제작은 단연 KBS 2TV <태양의 여자>(19.4%)다. 세 드라마는 제목에서부터 ‘조강지처’ ‘엄마’ ‘여자’ 등을 앞세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드라마는 모두 소위 말하는 ‘통속극’이다. 통속의 사전적 의미는 ‘비전문적이고 대체로 저속하며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일’이다. 의사 변호사 PD 등 특정 직업군의 이야기를 다룬 전문직 드라마와 상반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결국 통속극의 성공은 한동안 드라마 시장을 주도한 ‘전문직 드라마 대세’를 역행한 셈이다.

이들 작품에서 다루는 소재 역시 지극히 통속적이다. 출생의 비밀과 고부갈등, 불륜과 삼각관계 등 그 동안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변주됐던 이야기들이 재탕삼탕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손가락질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통속극에는 과거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은 바로 여성의 지위 향상이다. <태양의 여자>의 배우 김지수와 이하나는 극중 ‘잘나가는’ 아나운서와 뮤지컬 배우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의 속을 썩이는 배우 신은경 역시 변호사라는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다. <조강지처클럽>의 배우 오현경 역시 당당히 자기의 일을 찾고 새 삶을 찾아 나선다. 이들은 복잡한 가족 문제와 남자 관계에 얽혀 있지만 지극히 주체적이다. 한 외주제작사의 관계자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이 고난을 딛고 원하는 바를 쟁취해가는 과정은 사회참여가 많아지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고 있다. 사랑과 일, 가족에 모두 충실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들의 취향에 맞춘 드라마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新)통속극의 성공은 방송계의 새로운 질서가 되고 있다.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어떤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은 셈이다. 탄탄한 이야기와 개연성 있는 연결 고리를 가진 ‘웰메이드 통속극’의 등장은 전문직 드라마에 발목 잡혀 있던 방송가에 든든한 대안이 되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