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그 많은 이름 중에 쥐오줌풀일까? 식물이름 중엔 짓궂은 이름이 많다. 개불알꽃, 노루오줌, 며느리밑씻개 …. 이런 이름들이 그리 나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옛 사람들이 귀한 자식일수록 함부로 부르는 이름을 만들어 나쁜 일들을 막았듯이 범상치 않고 가치 있는 식물에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부러 붙인 이름은 아닐까 싶어서이다. 부르기 민망하다 싶어도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고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혐오하는 ‘쥐', 더럽게 생각하는 ‘오줌', 게다가 하찮은 존재의 대명사인 ‘풀'. 하지만 이런 명칭들이 만들어 낸 식물 쥐오줌풀은 이 모든 낱말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신비로운 꽃 빛깔을 가지고 있는 무척 아름답고 쓸모가 아주 많은 좋은 식물이다.

쥐오줌풀은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산에 가면 숲속 다소 습한 지역에서 자란다. 키는 무릎 높이쯤 자라지만 더 크기도 한다. 뿌리에서 강한 냄새가 나며 잎은 마주 나는데 여러 갈래로 깊이 갈라져 있다. 꽃은 봄이 한창일 때 피기 시작하여 여름까지 간다. 연보라색 혹은 분홍색의 아주 작은 꽃들은 원줄기는 물론 갈라진 가지 끝에서도 달리는데, 꽃자루가 위로 올라가면서 점차 짧아져 끝에서는 가지런히 둥글게 모여 피며 이 꽃이 지고 나면 이내 열매가 익는데 길쭉한 모양으로 바람에 멀리 날아가는 것을 돕도록 꽃받침 부분이 털뭉치 처럼 되어 있다.

쥐오줌풀이란 이름은 뿌리에서 강한 냄새가 나서 붙었다. 이 냄새를 두고 썩은 치즈 같다고 하기도 하고 향기로 표현하기도 하니 독특하기는 한가보다. 일부 지역에서는 곽향이라고도 하지만 이는 꿀풀과 식물과 혼동한 잘못된 이름이며 길초, 은대가리나물, 힐초, 바구니나물 등의 지방 이름이 있다.

우리가 뿌리의 냄새를 두고 싫다고 생각하지만 이 냄새를 포함한 뿌리가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서양에서도 유사한 특징을 가진 쥐오줌풀속 식물들이 있는데 뿌리에서 그 향을 추출하여 담배, 맥주, 양주를 비롯한 여러 칵테일 음료와 여러 식품의 향을 내는 데 이용한단다. 좋지 않은 냄새가 향이라니 이상하지만 그냥 느끼기에 좋지 않아도 향료로 다른 것과 섞여서 좋은 재료가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의약품으로도 많이 연구가 되고 있는데, 머리가 아프거나 신경성 불안증상 등 정신신경계에 효과가 있는 의약 보조제로 이름이 높다. 우리 나라에서도 쥐오줌풀이 자라고는 있지만 이제껏 이를 이용하지 않고 추출한 향료를 수입하여 이용하였는데, 국내 연구팀에서 우리의 식물을 가지고 향료 추출에 성공하여 많은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 이 종류의 식물이 이용된 것은 역사가 아주 오래이다. 서양에서는 10세기 전후에 이미 약으로 사용해 온 기록이 있고 현대의학에서 신경안정제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거의 이 종류의 식물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전통적인 한의학에서도 산후통증, 신경불안, 고혈압, 위통 등 여러 증상에 활용해 왔음은 물론이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쓴다.

관상적인 가치도 있는데 키도 적절하고 개화 기간도 길고 더욱이 색깔의 변이가 지역마다 나타나는데 좋은 색감을 가진 개체를 선발하면 더욱 좋을 듯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