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대서 하늬바람~""연예인 지망생이었어요. 오직 연기로 승부할꺼예요"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26)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 지난달 1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폴라로이드>에서 그녀의 이미지처럼 당차고 똑 부러진 여주인공 이세연 역을 맡았다. 데뷔작인 만큼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만드는 쓴소리도 자주 듣는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연예인들의 도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뮤지컬을 자신의 첫 연기 시험대로 삼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야금(서울대 국악과 졸업)을 20년 가까이 하면서도 항상 배고픔이 있었어요. 사춘기 시절 백댄서, 미술 등 다른 분야에 곁눈질도 많이 했고요. 보다 못해 어머니가'대학원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하시더라고요. 미스코리아 출전 바로 전까지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어요. 새벽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연습하고, 오후에 수업 마치면 바로 달려가서 밤늦게까지 연습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죠."

오랫동안 연기와 노래에 대한 꿈을 키웠던 이하늬에게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뮤지컬 <폴라로이드>의 여주인공 오디션을 보게 된 것. 이하늬의 소속사가 배우 송승환이 경영하는 PMC엔터테인먼트인 것도 그녀의 도전에 날개를 달아줬다.

"원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라 준비가 안되면 섣불리 도전하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시놉시스를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죠. 그 자리에서 펑펑 울고는 바로 하겠다고 말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연기를 너무 못했지만 가능성을 보고 뽑아 줬어요."

이하늬는 국정원 2차장 출신인 아버지 이상업씨와 무형문화재 가야금 산조 병창 보유자인 어머니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의 딸로 유명하다. 본인 역시 2006미스코리아 진 출신으로 방송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화려한 배경이 연기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어느 분이 굉장히 가슴 아픈 얘기를 했어요. 너 때문에 뮤지컬 홍보가 되니까 뽑은 거라고…. 사실 어느 정도 인정해요. 연예인들 때문에 순수 공연이 상업적 이벤트로 전락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처음엔'이하늬'여도 나중엔'이세연'으로 봐 주실 거라 생각해요. 무대에선 거짓말을 할 수 없잖아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배워가는 중인지 알아주실 거라 믿어요."

이하늬는 인터뷰 동안 많은 꿈을 쏟아냈다. 깡패나 창녀와 같은 선이 센 역할도 맡아보고 싶고, 영화배우나 가수, 선교사가 되고 싶다는 희망까지… 그는 자신의 전공인 국악에 대해서도 잊지 않았다. 훗날 국악과 다른 장르를 접목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중국 배우 장쯔이가 가장 중국적인 무술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잖아요. 우리의 전통 춤인 오고무나 장구춤도 유려한 몸매와 몸짓이 그대로 드러나 정말 섹시하거든요. 이러한 전통춤을 영상으로 세련되게 담아 줄 수 있는 감독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폴라로이드>는 단 한 장밖에 가질 수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소재로 젊은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 이하늬 외 에도 가수 앤디, 뮤지컬 배우 김도현 서정현 배승길 등이 출연한다. 오는 24일까지 대학로 자유 극장에서 공연된다


최승혜 기자 csh1207@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