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에서 보라빛으로 곱게 피는 이 풀을 본지가 꽤 오래전인 듯 한데, 여전히 숲가에 무리지어 핀 꽃으로 다가가 보면 갈퀴나물이다.

새삼 들여다보니 접형화관(蝶形花冠)이란 이 집안 식물들의 꽃모양에 붙이는 이름에 걸맞게 날개를 접은 나비같다는 꽃 송이의 자태가 다소곳이 곱고, 한 꽃에서도 한 꽃송이에서도 보랏빛이면서도 때론 붉고 때론 푸르게 변화하는 빛깔의 변화도 섬세하고 멋지다.

발걸음을 멈춘 김에 자세히 들여다 보자니 갑작스럽게 이 식물에 대해 알고 있는 내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등갈퀴나물, 가는잎갈퀴, 벳지처럼 비슷비슷한 이 집안 식물들이 여럿 있으니 말이다. 작은 잎의 숫자나 모양 혹은 잎맥의 각도 같은 소소한 특징들로 구분한다.

그냥 갈퀴나물인줄 알았는데 무엇인가 좀 다르다 느껴지면 좀 더 찬찬히 살펴보아야 한다. 더욱 혼동이 되는 것은 갈퀴덩굴이다. 갈퀴나무도 덩굴손이 발달하니 같은 식물인 줄 알기 쉽지만 전혀 다른 집안인 꼭두서니속 식물이다.

오늘의 주인공 갈퀴나물은 콩과 나비나물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덩굴식물이기도 하다. 줄기 끝이 두 셋으로 갈라진 덩굴로 발달한다. 하지만 보통은 자신들끼리 이리저리 서로 엉키어 자란다. 긴 타원형의 작은 잎들은 10-18장 정도 달리고 그 잎들이 달리는 잎자루와 줄기가 만나는 곳에는 양쪽으로 갈라져 마치 날개를 편 나비처럼 보이는 탁엽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에 나물이 붙었으니 봄에 올라 온 어린 순들은 나물이 되고, 거칠지 않은 잎들은 가축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열매는 콩꼬투리의 절반정도의 크기인데 씨앗을 따서 콩처럼 볶아 먹기 한단다.

갈퀴나물이란 ㄴ이름은 덩굴손이 갈퀴같이 다른 식물을 걸어 생긴 먹을 수 있는 있물이라는 뜻일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등말굴레풀 혹은 말너물이라고도 하는데 탁엽이 말의 목을 감싼 말갈퀴 같아서라는 이야기도 있다. 녹두루미, 야두간이라고도 한단다. 산야완두라는 이름으로는 약으로 쓰는데 풍습을 제거하고 통증을 줄여주며 류머치스나 근육의 통증을 줄여주는데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지난 10여일을 하얼빈에서 십 여 시간씩 기차를 타고 가는 중국동북지방의 가장 북쪽을 다녀왔다. 이 갈퀴나물을 이 지역에선 투골초(透骨草)라고 하며 관절통 등에 곳에 약으로 쓴다고 한다.

독도문제로 온 국민들의 심사가 복잡하던 차인데, 가장 먼저 하얼삔이라는 지명을 우리에게 알게 해 준 안중군의사의 흔적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지만 기차를 타고 자고 깨고 다시 자고 깨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 너른 벌판을 거쳐 그 끝까지 갈퀴나물은 예의 그 맑은 꽃빛과 순박한 모습으로 이어 이어 자라던 모습이 가슴에 선연하다. 때론 말없는 식물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듯 말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