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3주년이 다가 왔다. 미국의 독도 영유권 표기 문제와 베이징 올림픽 등으로 이념 스펙트럼에 상관없이 '전국민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이 조금은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광복절이라는 뜻 깊은 날이 이런 시류를 타고 왜곡된 민족주의로 발전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조금은 차분한 마음에서 민족과 국가를 논하는 건 어떨까? 민족주의에 관한 책을 추천한다.

'한일 지성이 벌이는 우정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으로 기획된 <오만과 편견>은 역사학자 임지현(한양대 사학과 교수)과 사상사 연구자 사카이 나오키(코넬대 아시아 연구과 교수)가 2001년 8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서울과 도쿄, 뉴욕에서 벌인 대담을 엮은 것이다.

해방 후 한일 두 학계의 주류 담론이 된 민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담은 당위에 머물렀던 탈근대담론과 탈근대에 대한 이론적 논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식민지와 제국의 역사적 경험에 속박된 한일 지식인의 만남은 '민족'과 '국가'의 장벽을 유쾌하게 허물고 두 나라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기획한 <근대의 국경 역사의 변경>은 1980년대 이후 이루어진 변경 연구(border studies)의 성과와 방법론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한중일 3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논쟁을 되짚어 본다.

이 책에 참여한 변경 연구 학자들은 근대적 산물인 국민 국가의 개념과 그 주권이 미치는 변경은 현실정치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아울러 이들은 민족과 국민 개념이 없었던 '고구려사'에 민족/국민 국가인 한국과 중국의 욕망이 끊임없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에 한중일 3국의 역사 논쟁은 차이 없는 반복만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북아시아의 과거에 대한 인식론적 전환을 통해 '역사 주권'을 둘러 싼 논쟁적 구도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코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민족주의 기원과 전파를 다룬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는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기본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저자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은 근대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산물로 왕조국가가 쇠퇴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시기 나타난 특정한 '문화적 조형물'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부른다.

그의 관점에서 민족은 특정 시기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구성되고 의미가 부여된 역사적 공동체다. 문화, 의식, 언어, 애국심등 체계적인 분석으로 민족주의 기원을 파헤친 이 책은 민족주의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담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각을 제공해 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