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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바다서 더위 식혀 볼까
김선우의 첫 장편소설·이어령의 첫 시집 등 장르 파괴 눈에 띄네
휴가철 읽을 만한 신간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휴가철 마음먹고 책 한 권 읽으리라 생각한 직장인들이 많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일 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바쁜 현대인의 현실을 감안해 최근 대기업들은 속속 ‘휴가철 읽을 만한 도서목록’을 발표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서 발표하는 추천도서는 대부분 경제, 경영서적에 치중되어 있어 이것을 참고로 삼았다간 휴가지에서도 머리를 싸매고 회사 일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재테크와 처세관련 서적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문학에 심취해 보는 건 어떨까? 휴가철 읽을 만한 문학 신간을 소개한다.

■ 그분이 돌아왔다


대부분 독자들이 문학책을 고르면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작가의 이름이다. 이번 여름에는 김선우 시인의 첫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와 문학평론가 이어령 씨의 첫 시집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등 작가들의 장르 허물기가 눈에 띈다. 소설가 김영하는 지난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이어 도쿄 여행 이후 사진과 글을 모아 여행 에세이를 펴냈다.

<김영하 여행자 도쿄>는 전 세계 8개 도시를 여행하며 김영하의 사진과 글을 엮은 에세이 시리즈 중 두 번째로 출간된 작품이다. 작가의 문재(文才)를 십분 발휘해 책 속에 단편 소설을 함께 넣은 것이 눈이 띈다. 단편 ‘마코토’는 국문학과 대학원생인 20대 여성 지영과 한국에 유학 온 일본인 청년 마코토의 사랑이야기다. 해피엔딩인 소설과 함께 저자가 롤라이35로 찍은 사진들이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소설가 황석영이 2월 27일부터 5개월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해 화제가 된 성장소설 <개밥바라기 별>이 책으로 출간됐다. 작가 황석영의 자전적 성격을 지닌 이 작품은 그의 분신격인 ‘유준’의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베트남 파병 직전인 20대 초반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명문고에 진학해 재학 중 문예지를 통해 등단할 만큼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유준은 학교 자퇴, 무전여행, 2년간의 떠돌이 생활 등 철저한 방랑의 삶을 살아간다. 실제로 황석영은 고등학교 자퇴, 방랑, 일용직 노동자와 선원으로 생활했고 방북과 망명, 투옥에 이르는 행보를 걸어왔다. 거장의 유년시절과 문학의 원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40대 중견 여성작가 은희경의 연애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의 개정판도 지난 7월에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의대생인 ‘준’과 ‘진’,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은희경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그렸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백영옥의 <스타일> 등 30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연애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와 이 작품의 재출간이 맞아떨어진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 쉽고 가벼운 일본 문학




가벼운 볼거리를 찾는 독자라면 일본 문학을 추천한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하지만, 장르문학을 비롯한 대중문학이 발달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상당한 팬을 보유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출간됐다. 단,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승리보다 소중한 것>은 작가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마라톤 대회 취재기다.

작가는 “올림픽을 취재해 보지 않겠냐”는 잡지사의 의뢰를 받고 취재기자 자격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시드니에 머문 23일 동안 뉴저널리즘 기법으로 일인칭과 삼인칭을 오가며 마라톤을 중계하고, 호주의 문화를 소개한다. 현장감 있는 마라톤 중계 장면의 서술과 유머와 감동이 어우러진 일상의 보고를 일기 형식으로 엮었다.

<금단의 팬더>는 일본 장르문학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 타쿠미 츠카사는 전직 요리사로 이 경험을 살려 작품을 완성했다. 코타는 고베에서 ‘비스트로 코타’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요리사와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유명한 미식가인 나카지마 히로미치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화려한 요리의 향연과 살인 사건을 접목시켜 ‘미식(美食) 미스터리’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 유럽의 이국적인 느낌이 좋다면


이국적인 서정성을 원한다면 유럽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자. <속죄>와 더불어 이언 매큐언의 2대 걸작인 <이런 사랑>이 출간됐다. 2004년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사랑’을 하나의 병리 현상으로 보고 분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바람 부는 어느 봄날, 돌풍에 휩쓸린 헬륨 풍선에서 한 남자가 추락한다.

사고 현장에서 조와 사랑에 빠진 패리는 죽어야 끝나는 사랑, 드 클레랑보 신드롬이란 병을 앓고 있다. 평화가 사라진 조의 일상에선 이성과 광기, 과학과 종교, 사랑과 강박이 충돌한다.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그날 밤의 거짓말>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수상작이다. 시칠리아 왕국의 외딴 섬 요새 감옥에서 다음날이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사형수 네 명이 함께한 마지막 하룻밤을 그리고 있다. 이들의 죄명은 국왕 암살음모. 감옥의 사령관은 한 사람이라도 음모의 배후 인물을 밀고한다면 모두를 사면해 주겠다는 협상을 제시한다.

독일 대표작가 카타리나 하커의 <빈털터리들>은 물질만 남은 끔찍한 세대를 통해 소유와 존재 문제를 제기한다.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와 변호사란 남부러울 것 없는 삼십대 전문직 부부를 주인공으로 모든 것을 소유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궁핍하기만 한 현대의 인간군상을 담담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직업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작품 속 인물들은 모든 것을 소유했으나 사회공동체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도 제대로 돌볼 능력이 없는 인물상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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