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평촌 사옥의 서정국 작품 ‘유기적 무한주’. 철판을 레이저로 가공해 용접하고 도장과 코팅 후 가운데 부분에 원기둥형 구조물로 보강한 작품으로 높이 12m에 둘레 3.2 m의 사각기둥 모양이다.

‘유기적 무한주(Endless Column, 높이)’는 작가의 일관된 예술철학을 고스란히 담고있는데 자연적인 형(形)과 인위적인 계획ㆍ구성을 결합, 새로운 통일성을 창출하는 것이다.

서정국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무한주’ 는 어린시절 보고 자란 고향(경남 밀양)의 대나무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지극히 동양적인 자연성을 지닌 채 하늘로 향한 대나무. 그러나 그는 대나무 대신 노후되어 버려진, 또는 산업잔재가 된 폐물을 자주 소재로 삼아 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위적 문명성을 상징하는 페물을 선(線)과 형(形)으로 엮어 유기적인 구조를 갖추게 함으로써 독창적인 새로운 삶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유기적 무한주’ 역시 파손된 개개의 요소(철판)들을 용접, 결합한 형태로 ‘치유’의 메타포를 함의한다. 서정국은 파손된 상처들을 때때로 색을 물들여 치유, 강조하는데 이 작품에선 기업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는 블루계열의 칼라를 사용하였다. 나아가 공간을 압도하는 큰 스케일로 대표기업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