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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사적 응징에 대한 면죄부를 주다
곽경택과 안권태 감독
'권선징악' 틀 깬 서사적 맥락, 영화적 설득력 부족





문학산 cinemhs@hanmail.net



장르는 대중영화의 골격이다. 대중영화의 목적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그 댓가로 이윤을 보장받는다. 이 원칙에 제작자와 투자자는 곧장 고개를 끄덕일 것이며 자의식 강한 감독은 ‘그래도 예술인데...’ 하면서 쭈뼛쭈뼛하다가 동의할 것이다.

문호인 서머셋 몸도 “소설가의 목적은 가르침이 아니라 즐거움에 있다”고 했다. 강우석과 스필버그도 ‘관객이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에 동의했다. 장르의 룰은 관객이 원하는 것의 역사적 산물이다.

이것의 위반은 두 경우에 가능하다. 하나는 장르를 소화하지 못하는 연출력 결여이며 다른 하나는 예술적 완성도를 위해 장르 관습을 포기할 때이다. 곽경택과 안권태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장르의 룰을 양보하고 부친의 복수를 하려는 안현민(차승원 분)의 사적인 복수에 면죄부를 주는 결말을 보여준다.

제목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나오는 폭력에 관한 계율이다. 출애굽기 21장에 “생명에는 생명으로,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데운 것은 데움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 지니라”라고 기록되었다. 폭력은 상응하는 동일한 폭력으로 처벌하라는 계명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겉으로는 현금 차량탈취 조직과 이를 체포하려는 경찰의 추격드라마이지만 이면에는 부친의 복수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사적인 응징하려는 인간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공권력을 보여준다.

장르영화에서 반영웅은 반드시 죽음을 당해야한다. 반영웅의 죽음과 구속은 윤리적 응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말을 예술적 선택보다는 백반장의 개인의 선택으로 처리한다. 여기서 장르의 룰은 흐려지며 서사의 완결성이 흔들린다.

추격드라마는 영화의 뿌리다. 초창기 미국 영화인 <대열차 강도>는 역을 털고 간 강도를 추격하는 단순한 이야기다. 하지만 쫓기는 악당과 쫓는 경찰이 보이는 선악 구도와 도망자와 추격자가 결말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서사의 상승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추격드라마는 반드시 정해진 결말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육상 경주와 같다.

관객은 스타디움에서 결승점에 들어오는 승자의 등번호를 보고 싶으며 그 승자가 반드시 선한 추격자이기를 바란다. 이것이 장르의 룰이며 선한 추격자가 악한 도망자를 잡을 때 객석의 관객은 안도하며 박수를 보낸다. 이때 장르적 용어로 ‘윤리적 응징과 권선징악의 실현’이 되어 딱 떨어진 결말로 귀결된다.



곽경택과 안권태 감독이 공동 연출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은 이 장르의 룰을 위반한다.

장르의 위반은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숭배하는 관객의 기대보다는 성찰과 열린 결말을 위한 예술적 선택에 방점을 찍을 때 명분을 얻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충무로의 상업영화제작사에서 곽경택과 안권태에게 의뢰한 대중영화다. 한사람의 관객인 필자는 사적인 복수에 면죄부를 주는 백반장과 감독의 연출 의도가 궁금해졌다.

곽경택 감독은 ‘강우석의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 외국영화가 점령한 시장에 포문을 열었다면 김지운의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이 함락하기 위해 쳐들어가며 이 영화도 영화 시장을 탈환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피력하였다.

강우석의 영화는 기존의 성공한 시리즈에 장진이라는 코미디 전문 감독 겸 작가가 승선하여 흥행의 가속도를 냈다. 김지운의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은 자타가 공인하는 장르영화의 대가인 감독이 서부영화 장르를 만주의 공간에서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든 기대작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강렬한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만 완전범죄를 노리는 범인과 백전노장의 수사반장이 벌이는 쫓고 쫓기는 추격드라마라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 한계는 곽경택이라는 흥행 감독의 연출력과 한석규의 연기와 차승원의 악연 변신에 대한 기대로 넘어설 여지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르 룰의 위반과 이미 <추격자>를 체험한 고급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는 서스펜스의 강도에서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야기는 현금수송 차량 강탈과 밀수 금괴를 빼돌린 안현민(차승원 분)이라는 지능범과 자신의 이름을 사칭한 안현민 일당을 체포하려는 백반장(한석규 분)의 대결로 끌고간다.

안현민은 늘 백반장보다 한수 위에서 수사팀을 농락하며 결말까지 자신의 시나리오로 마무리한다. 그는 백반장과 두뇌 게임에서 승리하고 수사망을 피하는 것이 위험한 취미처럼 즐기고 있다.

안현민 대 백반장의 게임에서 안현민의 우위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 유학 경력을 집어넣었으며 그가 부친의 복수하는 것에 명분을 준다. 이 영화의 제목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극악한 범인에 대한 응징의 표현이기 보다는 사적인 복수를 감행하는 안현민에 어울린다.

안현민은 백반장과 게임에서 이미 이겼으며 마지막에 그는 승자의 묘한 미소를 흘리며 프레임 아웃된다. 이 장면에서 악한 영웅은 죽음과 추락으로 윤리적 응징을 받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무너진다.

불문율이 무너진 자리에 백반장의 휴머니티가 들어선다. 안현민은 조직원을 구하기 위한 살신성인과 부모의 복수라는 명분으로 스스로 면죄부를 발급한다. 안현민에 대한 영화적 면죄부는 사적 폭력을 방조한 국가 기관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추격드라마에서 라이벌에 대한 배려나 악역 연기를 잘 소화한 배우에 대한 심정적 지지는 할 수 있지만 서사적 맥락에서 설득력을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백반장이 자기 희생을 각오하면서 안현민의 탈출을 방조하기 위해서는 안현민의 악행에 대한 도덕을 초월한 영화적 설득이 필요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두 사람의 심정적 소통으로 처리한 것은 설득력이 약하며 잘 찍은 추격장면과 스피드한 편집의 노력을 가리게 한다.

좋은 감독이 반드시 좋은 흥행 영화만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한 명 보다 두 명의 감독이 연출하면 두 배로 배가된 결과가 산출될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입증하고 있다.

■ 문학산 약력

영화평론가. 영화학 박사. 현 세종대 강사, 영등위 영화등급 소위원, 한국영화학회 이사.저서 <10인의 한국영화 감독>, <예술영화는 없다><한국 단편영화의 이해>. 영화 <타임캡슐 : 서울 2006 가을>, <유학, 결혼 그러므로 섹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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