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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패션 남자가 뿔났다
칠부바지·나시티 등 나만의 개성 연출 '일탈 패션' 거리 활보




전세화 기자 candy@hk.co.kr



칠부 기장 바지에 소매 없는 나시티를 입은 20대 청년.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게 셔츠 단추를 풀어헤쳐 입은 30대 회사원. 팔찌와 목걸이를 즐겨 하는 40대 전문직 남성. 청바지에 중절모를 쓰고 와인바에 나타나는 중년의 임원.

요즘 남자들의 패션이 심상치 않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남자라면 이런 옷차림을 시도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올 여름 ‘일탈패션’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누비고 있다.

남성패션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한마디로 남자들이 뿔이 난 것이다. 틀에 박히고 보수적인 남성패션에 뿔난 남자들은 더 이상 남의 시선에 주눅들지 않고, 마음껏 일탈을 추구하고 있다.

■ 패션의 해방을 부르짖는 남성들… 노타이, 레깅스, 노출패션 등 인기



아무리 생각해봐도 패션에서 만큼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제약이 훨씬 많다. 여자들은 바지와 치마, 아무것이나 마음 내키는 대로 입을 수 있지만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남자는 액세서리 착용도 여자처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정장의 형태나 색상도 마찬가지다. 여자에 비해 남자는 패션의 선택 폭이 너무 좁다.

십여 년 전, 여성처럼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메트로 섹슈얼(Metro Sexual) 족이 등장해 열풍을 일으켰지만 그것 만으로 억눌린 남성들의 패션 욕망이 충족되지는 못했다.

뿔난 남성들은 남성패션이라는 울타리에서 점점 더 과감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밀라노 패션위크의 마르니(Marni) 남성복 컬렉션에서 레깅스가 등장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해외 주요 언론들은 레깅스를 입은 남자 모델을 두고 “전통적인 남성다움은 없지만 세련됐다”며 호평했다. 자주색 스카프나 형광색 와이셔츠 등 금남의 벽에 도전하는 화려한 색상의 남성복에 대해서도 해외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금남의 벽에 대한 도전은 베어룩, 즉 노출패션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인터패션플래닝 패션트렌드팀 장영선 연구원은 “2008 남성복 해외컬렉션 트렌드를 살펴보면 발목과 쇄골, 팔 그리고 날씬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는 ‘베어룩(Bared Look)’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 역시 남성의 일탈패션에서 ‘노출’이 중요한 변화임을 지적한다. 간 교수는 “요즘 남성들은 가슴 선을 많이 드러내는 등 거리낌 없이 과감한 노출을 시도하고 잇다”며 “이를 위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제모와, 날씬한 실루엣을 가꾸는 일이 남성들 사이에서도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비즈니스 정장에도 새로운 물결이 빠르게 확산돼 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선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 전체의 6%에 불과해 넥타이 족이 멸종위기로 분류될 정도라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넥타이 족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추세다.

또, 정장에 팔찌나 액세서리를 활용하거나 앞 모양이 뾰족한 스니커즈, 중절모 착용으로 자칫 몰개성으로 흐르기 쉬운 밋밋한 스타일에 포인트를 주는 남성들도 많다.

정장의 색상이 다양하고 화려해지는 것도 일탈패션의 일면이다. 레드, 옐로우, 핑크, 블루 등 여성의 색상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와이셔츠와 바지, 재킷 등 남성복에 대거 쓰이고 있다.



■ 일탈패션에도 법칙이 있다

오피스h 황의건 대표는 스스로 일탈패션을 즐기는 남자라고 소개한다. 인터뷰를 위해 전화 건 날에도 “오늘 비즈니스 미팅엔 영국의 이튼스쿨에서 유래한 ‘프레피 룩’인 반바지 양복을 입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탈패션에도 법칙은 있다. 촌스러운 일탈은 금물이다”라고 못을 박는다.

“감색 정장에 흰 양말을 신거나 셔츠바람에 보타이를 매는 건 일탈패션이 아니에요. 남성 클래식 정장의 기본을 완전히 익힌 후에 일탈해야 제대로 자유를 누릴 수 있죠.”

황 대표는 최근 개봉된 영화 <놈놈놈>에 등장하는 세 명의 주인공이 일탈패션의 좋은 본보기를 제시한다고 했다. 송강호의 밀리터리 룩, 이병헌의 몸에 착 달라붙는 디오르 옴므식 정장, 정우성의 중절모와 웨스턴 부츠, 스위드 조끼가 그것.

황 대표는 “제대로 된 일탈은 고전에 창조성을 더한 진일보한 패션으로 고무적이지만 그렇지 못한 제멋대로의 패션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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