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의사소통 기회 온라인서 분출… 스타 추종 심리 행동화

곽금주 교수에게 팬픽의 확산과 사회적 의사소통의 상관관계에 대해 물었다. 서울대 심리학과에 재직중인 곽 교수는 특히 청소년 심리에 관심이 많아 한 시사주간에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10대들의 마음에 대한 글을 기고했었다. 그는 장년층의 팬픽현상에 대해서도 연구한 바 있다. 인터뷰는 6일 오후 5시께 전화로 이뤄졌다.

■ 특히 10대들이 팬픽에 열광하는 것 같다

10대가 대중스타에 애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의 하나다. 10대들은 특히 이성에 대한 애틋함과 애정표현을 스타에 투사하는 심리가 강하다. 드라마 등에서 본 대상에서 애틋한 감정을 느끼고 다 흉내내고 싶어한다.

팬픽을 통해 추종심리를 행동화하는 것이다. 가슴속에서부터 좋아하는 대상을 머리안에서 생각만하기보다는 만들어 낸 생각을 스토리를 만들어서 변조하고 창의성을 더해 환상과 생각을 더하는 것이다.

■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금기시하는 게 이유는 아닌가

이전에 남녀관계 막혀있었다. 미국청소년과 똑같이 우리 청소년들도 이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관심이 많다. 그러나 연애를 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

여성의 경우 사춘기 전까지 이성을 ‘더럽다’, ‘싫다’고만 생각하다가 관심이 급증하는 시기가 10대다. 성을 억제하다 보니 실제적인 상대가 없어 스타에 투영하는 것이다. 동급 남학생만 보다가 완벽하게 멋있는 대상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고는 재창조해서 흠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문제와 연관성은 없나

사회적 의사소통이라는 게 TV외에 별다른 사회적 의사소통 매체가 없을때는 혼자 TV를 보는게 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을 할 수 있고 온라인상에서 의사소통의 기회가 많이 늘었다.

전처럼 10대들이 학원에 갔다오면 엄마와 대화하는 시간은 거의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대화하고 싶어한다.

오프라인의 의사소통 기회가 줄어든 반면에 IT기계는 발달하다보니 세계 여러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 10대들이 UCC 팬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라도 의사소통하고 싶어하고 대화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기본적 욕구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팬픽이 ‘야오이’까지 가는 것에 대해

10대들은 자꾸 자극을 원하고 엽기적인 것을 선호한다. 인터넷 안에서 이런 욕구를 충족하려다보니 그런 류의 글까지 올린다.

이런 데 집착하다보면 계속 감각추구성향이 생겨 가만히 있질 못한다. 반사회적 행동까지 갈 수 있다. 너무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이 더 이상 없어지면 무료해진다.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인생에서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것이 항상 즐비한 경우는 없다. 적절한 취미나 욕구해소 활용차원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

■ 장년층이 ‘팬픽’에 몰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장년층은 팬픽으로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아줌마 부대’를 따라가 조사해본 적도 있다. 이들은 가정에서 할 일을 다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취미생활 차원에서 스타를 동경하고 팬픽을 만들기도 한다.

다모의 이서진을 아줌마들이 좋아한다. 사랑하는 마음 갖고 자신의 심리적인 외로움을 달래는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아무것도 안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취미활동의 정도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는 경우다.

그냥 볼때는 주책같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 활동의 하나다. 성인들은 조절 가능하지만 10대들은 너무 빠져드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생긴다.

■ 팬픽에 집착하는 인간심리의 근원적 원인은

크리에이티브를 계속하는 게 인간의 동물적 속성이다. 원숭이도 상자를 갖다주면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계속 뭔가 만들려는 행동을 한다. 창조행위가 인간에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지나치게 가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합성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 확대 재생산의 문제는 없나

해괴하고 엽기적이거나 자극적인 것, 혹은 부정적, 반사회적, 폭력적, 에로틱한 것을 추구하다보면 정신과 마음을 황폐화한다.

아름다운 그림에 시나 음악을 더하는 것보다는 엽기적인 것을 더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행위는 순간의 만족을 줄지 모르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병들게 한다.


김청환 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