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더운 날씨만큼이나 마음 속이 메마를 때가 있다. 바쁜 일상, 쳇바퀴 구르듯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시간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보다 팍팍해 져버린 마음을 적셔줄 수 있는 촉촉한 단비가 절실해 보인다. 문화가 산책에서 소개하는 다채로운 공연으로 마음 속 여유와 감성을 되찾아 보는 건 어떨까.

■ 이탈리아 음악의 자존심 방한, 클래식 <라 스칼라>

이탈리아 음악의 자존심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마에스트로 ‘정명훈’, 그리고 피아니스트 ‘랑랑’이 4년 만에 한국무대에서 만난다.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778년 초일류 극장 밀라노 라 스칼라 소속 오케스트라로 창단돼 1982년 ‘클라우디아 아바도’의 지휘 하에 솔로 교향악단으로 데뷔한 이탈리아 음악의 자존심이다.

라스칼라의 상임이었던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라 스칼라 필은 독일-오스트리아 악단의 균형감과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특유의 유려한 현이 조화를 이룬 특급 악단”이라 자랑했을 만큼 생생한 현악기군의 맑은 소리와 부드러운 음향은 라 스칼라 필만이 가진 특유의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라 스칼라 필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이번 공연에서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랑랑은 150년 스타인웨이 역사 상 처음으로 아티스트의 이름을 새긴 랑랑 스타인웨이를 탄생시킨 장본인일 뿐만 아니라 도이치 그라모폰에서도 최고의 판매고를 올리는 랑랑의 음반은 클래식 빌보드 차트 1위와 팝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고의 클래식 스타 랑랑의 연주와 거장 정명훈의 지휘로 라 스칼라가 선사할 깊은 음악의 향연은 오는 9월 10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펼쳐진다. 02) 518-7343

■ 中 신세대 작가의 색다른 시선, ‘YIN QI (尹齊)’ 개인전

인치(尹齊, 1962~)는 중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을 대표하는 신세대 작가다.

프랑스로 처음 건너갔을 당시 그는 중국과는 사뭇 다른 자본주의 사회 풍경에 큰 충격을 받았고, 낯선 자동차 경적소리와 도시생활에서 오는 긴장감은 그로 하여금 물질 세계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교육과 미디어 등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나와 물질 사이의 거리를 만들어 내고, 때문에 우리가 대상을 바라볼 때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통해 보게 된다는 그는 결국 이런 일련의 요소들이 사물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말한다.

인치는 ‘보는 방법’과 ‘표현하는 방법’을 달리 함으로써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시각으로 대상을 관찰한다. 뿐만 아니라 물감을 거칠고 두껍게 바르고 긁어내는 등 자신만의 표현 방법을 통해 대상의 관습적인 이미지를 제거해간다.

그는 이 같은 방식으로 대상이 지닌 식상한 내러티브 대신 색다른 시선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고재에서 오는 8월 27일까지 열리는 ‘YIN QI (尹齊)’ 전시에서는 2000년 이후 제작한 <구狗> <실내室内> <해海> 시리즈 등을 비롯하여 최근 작 매화와 풍경 등 유화 22점과 콜라주 형식으로 제작한 그의 일기, 그리고 모눈에 그린 위트 있는 드로잉 40점 등이 공개된다.

02) 720-1524

■ 반항적 청소년기 적나라한 묘사, 뮤지컬 <사춘기>

창작 뮤지컬 <사춘기>는 2008년 대한민국을 사는 청소년들이 무슨 언어를 사용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또 무엇이 이들을 들끓게 만드는지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그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반항적이고 본능적이면서 한편으로는 낭만적이기도한 청소년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가식과 위선으로 무장한 기성세대를 위트 있게 비판한다. 일탈과 임신, 자살로 이어지는 극단적인 극 전개가 청소년들만의 재미있는 언어, 강렬하고 유쾌한 음악과 춤으로 화합해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한다.

특히 열정과 진지한 의식을 가진 7명의 젊은 예비 스타들이 부르는 합창과 아리아는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소통이 부족한 세대간의 조화의 장이 될 <사춘기>는 오는 8월 15일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릴 예정이다. 02) 3672-3001

■ 안무가 국수호 춤악악극 선사, 무용 <思悼 (사도)>

우리나라 춤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안무가 국수호가 새로운 공연예술 형식을 창작하기 위해 춤음악극 <사도>를 기획했다.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 갇혀 숨이 끊어지기까지 8일 동안의 이야기를 춤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영조와 사도세자, 정조가 펼치는 부자간의 사랑, 애증, 후회, 그리고 사도세자 빈 혜경궁 홍씨의 지아비에 대한 사랑까지 무대 위에서 생생히 재현된다.

이 작품은 지난 7월 스페인 사라고사 엑스포 행사에 초청 공연돼 전세계 팬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춤작가 국수호는 <사도>를 통해 춤과 음악을 동시에 펼쳐낸다. 음악과 춤이 진정한 하모니를 이루며 춤으로 음악을 듣고, 음악으로 춤을 보게 한다. 이와 함께 작곡자 홍동기는 전통음악과 서양음악 기법을 혼합한 실험적 음악으로 한국 선율의 세계화를 보여준다.

국수호의 춤음악극 <思悼>-사도세자 이야기는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에서 펼쳐진다.

■ 여성의 시각으로 본 여자의 일생, 연극 <매리지 블루>

‘알파걸’ ‘골드미스’하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다.

극성스럽고 살림만 아는 과거의 ‘아줌마’는 이제 재테크와 부동산, 교육시장을 흔드는 주요 세력이 됐다. 여성이 남편을 내조해야 하고, 자식을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다.

<매리지 블루>는 쿨한 매력과 성공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안정되고 따뜻한 가정 속에서 화려한 인생을 피워내는 여성들에 대한 솔직하고 명쾌한 이야기를 담았다.

늘 꿈을 꾸다가도 선택 앞에서는 망설이게 되는, 끝없이 동경해도 얻을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질투하고 절망하다 결국엔 포기해 버리는 여자의 인생을 짜임새 있게 풀어내며, 그 어떤 삶보다도 여성으로서의 삶이 소중하고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여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성의 인생 <매리지 블루>는 오는 9월 3일부터 상명아트홀2관에서 만날 수 있다. 02) 889-3561

■ 세 연작에 담긴 다양한 빛의 모습, <김용희 사진전>

빛을 주제로 한 김용희의 작품들 중 세 가지의 연작, , , 그리고 가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김용희는 도시 풍경과 자연을 대상으로 인간이 어떻게 공간과 세계를 인지하고 지각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사진으로 담는다. 또한 다양한 시점에서 담아낸 빛의 모습을 선보인다.

그가 담아낸 빛의 모습들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빛에 매료되어 이를 탐구하는 작가의 일관된 시각이 그 바탕이 된다.

김용희가 말하는 빛이란 존재와 부재의 경계, 그리고 유형과 무형 사이에 있다. 아울러 그는 세상은 빛이 있기에 시각적으로 인지되며,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만들어낸 잔상이고, 이미지라고 말한다.

<김용희 사진전>은 오는 8월 20일 김영섭 사진화랑에서 선을 보인다. 02) 733-6331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