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상급 연주자 초청·국경 초월한 클래식의 감동 선사

‘세계여, 대관령으로!’

제5회 대관령국제음악제가 본격 개막됐다. 전국의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일, 신록 푸르른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일대는 울창한 숲과 함께 국내외에서 몰려든 인파로 붐볐다. 유수의 음악가들이 펼치는 대관령국제음악제의 향연이 한여름 더위조차 잊게 했다.

이번 음악제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히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가 시작되는 오후 7시30분경, 아름답고 시원한 저녁 숲을 가르며 하나둘씩 공연장 눈마을홀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외국인 청중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무대를 중심으로 빽빽히 배치한 적지않은 수의 좌석들이 금세 채워졌다.

드디어 연주자들이 무대에 등장하고, 아름다운 선율이 좌중을 압도했다. 이날 연주곡은 오스발도 글리호브의 ‘마지막 라운드’(세종솔로이스츠, 애플 연주),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 (블로커, 세종솔로이스츠와 친구들), 조지 크럼의 ‘네 개의 달이 있는 밤’ (이윤아, 앤더슨, 빈코우스키, 롤스톤, 리포우스키), 드뷔시의 현악 사중주 G단조. op. 10(앤델리온 콰르텟) 등이었다.

특히 ‘네 개의 달이 있는 밤’은 필라델피아 챔버 플레이어스가 작곡 의뢰했던 작품으로, 아폴로 11호가 우주로 날아가 달 착륙을 하던 기간(1969년 7월 16일-24일) 작곡된 것이다.

알토, 알토 플루트, 밴조, 전자 첼로, 타악기 등으로 악기가 편성된 곡. ‘달이 죽었다, 죽었다. 허나 봄날에 다시 태어나지’로 시작되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원작 시를 바탕으로, 음악과 문학이 함께 빚어내는 절묘한 감동을 자아냈다.

■ 세계적 음악명소를 향한 도약



강원도의 상징이자 한국의 손꼽히는 국제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햇수를 더하면서 더욱 명성을 다지고 있다. 국내외 클래식 팬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세계 유명음악인들과 음악을 직접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자리로 탄생한 지 올해로 다섯번째. 세계 음악 영재들의 배출구이자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 음악제로 도약하기 위한 움직임과 호응도가 점점 가속되고 있다. 탄탄한 기획과 음악적 구성으로 청중들의 반응이 뜨겁다.

2004년에 시작된 이 음악제는 매년 여름마다 전국은 물론 외국의 음악애호가 및 영재들이 모이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7월 30일부터 시작된 이번 음악제는 국내의 타 국제음악제와는 달리, 특히 여름 중 약 3-4주 동안 전폭적이고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해마다 다른 테마를 선정, 해당 테마에 맞는 악곡 구성과 이에 따른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위촉 및 초청연주도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자랑이자 특색이다.

올해의 테마는 ‘음악-이미지-텍스트’. 즉, 음악과 영상, 문학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장르를 이용해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비춰준다. 역대 행사에서는 ‘자연과 영감’(1회),‘전쟁과 평화’(2회),‘평창의 사계’(3회),‘비져너리’(4회) 등을 주제로 음악제를 구성, 호평을 받았다.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참가하는 이 음악제는 총 55회 이상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젊은 음악도들을 양성하는 음악학교와 함께 개최된다. 음악제를 총괄 지휘하는 강효 예술감독은 현재 미국 줄리어드와 예일 음대의 저명 바이올린 교수이자 대관련국제음악제 상주실내악단인 세종솔로이스츠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강효 예술감독은 개막에 앞서 “이번 대관령국제음악제를 통해 청중들의 예술세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에 조’, ‘린다에게’ 등이 이번 행사에서 초연을 갖게 되며, 이러한 새로운 장르를 우리 한국에서 소개하게 되어 매우 설렌다”는 감회를 밝힌 바 있다.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이미 음악제 기간 중 연 3만 여명이 방문, 연 6-7회 준비된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경우 매회 좌석 매진 기록을 낳는 등 짧은 연륜에 비해 급속히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평소에도 접하기 어려운 국내외 유수의 일류급 명연주자들이 포진, 입학 신청자들 가운데 엄격한 심사 후 선정된 세계 14-5개국 출신 14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하는 음악학교도 유명하다.

음악제 기간동안 NPR(National Public Radio.미 공영라디오 방송)과 EBU(European Broadcasting Union.유럽방송연맹)의 10여개 회원국에도 수시방송되는 등 연주실황이 전세계 전파를 타고 소개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현재 KBS FM 라디오의 실황중계는 물론 TV 방송으로도 음악제 현장이 전국에 소개, 해설되고 있다.

■ 세계 거장 음악가들의 연주를 한자리에



대관령국제음악제는 특히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세계적인 거장 음악가들의 값진 연주를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발휘한다. 이번 음악제에도 대관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안왕, 정명화, 쿄코 타케자와, 김지연, 세종솔로이스츠가 출연 중.

여기에 영국의 최고 현악사중주단 엔델리온, 로런스 더튼(에머슨 현악사중주단 주자), 이윤아, 플라메나 맹고바, 사라 산암브리지오 등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모여 아름다운 클래식의 향연을 펼쳐 국경을 초월한 음악적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특히 영상 및 문학이 음악과 만남으로써 새로운 감동과 신선함을 선사, 관객들의 높은 호감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곡들로, 사무엘 베케트와 얼 킴의 ‘에 조(Eh Joe)’, 앤 색스턴과 얼 킴의 ‘린다에게(Dear Linda)’, 필립 글래스-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 조지 크럼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롤카의 텍스트에 곡을 붙인 ‘네 개의 달이 있는 밤(Night of the Four Moons)’등이 청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주목작. 이미 ‘에 조’와 ‘린다에게’ 등을 발표, 복합적인 다장르를 음악과 함께 조화롭고 인상적으로 빚어내 각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주요행사로는 세계 정상의 연주가들이 모여 실내악과 협주곡을 연주하는 ‘저명 연주가 시리즈’가 맨먼저 손꼽힌다.

또한 예술감독 강효(바이올리),가필드 잭슨(비올라),강승규(트럼본),김남윤(바이올린),다리아 빈코우스키(플루트),정명화(첼로),신수정(피아노),제이 린드버그(작곡),세종솔로이스츠(상주실내악단) 등 80여명의 최정상급 국내외 유명 교수진이 사사하는 열린 강의 ‘마스터 클래스’도 대관령국제음악제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다. 거장들의 음악세계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차세대 대가들이 탄생하는 모습을 음악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있다.

또한 음악제에 참가하는 세계적 음악가와 예술계의 리더들이 시사와 음악을 주제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좌담회 ‘음악가와의 대화’도 일반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떠오르는 연주자 시리즈’는 이미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자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거장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 이외에도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음악학교에 지원한 세계 유명음악학교 출신의 학생들 중 우수학생들이 출연, 다양한 레퍼토리로 연주하는 ‘학생연주회’도 음악의 길을 꿈꾸는 국내외 청소년 및 학부모들에게 호응이 큰 프로그램이다.

■ 시원한 여름, 대자연 속의 음악향연



실내 연주홀에서 이뤄지는 이들 행사와는 달리, 야외의 열린 음악회 ‘잔디밭 영상음악회’도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관객들이 환호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 야외 영상음악회는 개폐막 및 저명 연주가 시리즈의 공연실황을 공연장 바로 바깥 잔디밭의 대형 스크린에서 실황 그대로 상영, 실내에서 듣는 연주와는 또다른 감흥을 준다. 별이 빛나는 시원한 여름 밤, 특히 용평의 숲과 시원한 공기를 느끼며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재미 또한 크다.

세계로 향하는 한국의 대형 국제음악제, 대관령국제음악제는 지난해인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고지원 공연예술행사 평가’에서 음악분야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강원문화의 세계중심’을 목표로 대관령을 세계적인 음악명소로 가꾸어가고 있는 이번 행사는 대관령국제음악제추진위원회와 KBS춘천방송총국이 주관, 강원도와 KBS가 주최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했다. 또한 대한항공과 삼성전자 등 약 10개의 대기업과 문화재단이 협찬, 장학후원 사업도 함께 병행되고 있다. 강원도의 힘, 한국음악계의 힘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이번 음악제는 22일에 폐막된다.

■ "음악학교, 거장 사사 귀중한 기회 제공"

신수정 대관령국제음악제추진위원장, 전 서울대음대 학장

개막 연주회가 열린 8월 7일 이후 사실상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음악제 진행으로 신수정 위원장은 행사 내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대관령국제음악제가 한창 진행중인 지난 9일 오전, 신수정 추진위원장을 만났다.

▲ 개막 후 소감은?

- 관객들 호응도 좋고, 예감도 좋다. 무엇보다 강원도라는 한 지역에서 도 전체의 힘을 실어주며 이만한 규모나 수준의 국제음악제를 연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대중음악도 아닌 클래식 음악제를 이렇게 5회까지 끌어왔다는 사실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음악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입지를 다지게 해 준 강원도에 감사와 감탄을 느낀다.

▲ 대관령국제음악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중에 ‘음악학교’가 있다. 매년 세계 각지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그중 140명을 선정해 집중 사사를 하는데, 학생들 중 3분의 1이 외국 학생들이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남윤 음악원장, 정명화 교수 등 국내에서도 최일류로 이름난 저명한 교수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아주 귀한 기회다.

외국에서도 이런 성격의 음악학교는 아스펜과 짤즈부르크 정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이건 강원도라는 지역을 넘어 한국까지 건너뛰는 국제적인 차원의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매년 테마별 프로그램 기획도 뛰어나다. 강효 감독의 뛰어난 감각과 과감한 시도를 높이 평가한다.

▲ 세종솔로이스츠의 활약도 큰데.

- 세종솔로이스츠는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뛰어난 상주악단이다. 그러한 수준의 실내악 그룹이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돼왔다는 것 자체부터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세종솔로이스츠의 음악을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접하고 즐겼으면 좋겠다. 대단히 수준급이다.

▲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덧붙여 전할 얘기가 있다면?

- 휴가철이라 교통문제가 좀 불편하긴 하지만 꼭 한번 와서 경험해보셨으면 좋겠다. 어제도 서울에서 잠깐 왔다가 이 곳 연주를 한번 들은 뒤 계속 음악제를 듣고 싶어서 계속 머무시는 분도 보았다.

대관령은 국제적인 음악제를 열기에 자연환경적으로도 더없이 아름답고 멋진 장소다. 특히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알펜시아라는 음악공간을 현재 건설중이다. 약 650석의 실내악 공간과 어떤 음악적 장르라도 공연할 수 있는 뮤직텐트가 만들어질 예정이다.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문화의 세계적 명소로 평창이 널리 알려지기를 희망한다.


평창=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