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만에 새앨범… 서태지·엄정화 등 컴백 빅 스타에 도전장

한 여름의 폭염이 쏟아지는 도심을 떠나 시원한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을 찾았다. 취재진 머릿수만 헤아려도 30여명. 이들을 이곳으로 초대한 이들은 세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한 남성 그룹 빅뱅이다. <거짓말><마지막 인사> 등 연달아 메가히트곡을 발표하며 날로 주가를 높이는 빅뱅이 9개월 만에 새 앨범을 내고 첫 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이름하여 프레스파티. 탑 지드래곤 대성 승리 등 멤버들은 개별활동으로 바빴던 탓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이 연출됐다. 그만큼 빅뱅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멤버 모두가 바쁜 말 그래도 핫(Hot)한 그룹이다. 이날도 멤버 태양은 앨리샤키스의 내한공연 오프닝 무대에 나서서 2시간 늦게 펜션에 도착했다.

데뷔 3년만에 아이들 그룹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빅뱅은 세번째 미니앨범 <스탠드 업(Stand up)>로 펼칠 선배들과의 경쟁에 들떠 보였다. 이들은 서태지 엄정화 이효리 김건모 등 최근 연이어 컴백했던 빅스타들에게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지드래곤은 “대선배들이 가요계에 한데 나와서 볼거리가 다양해졌다. 서태지 엄정화 선배들은 저희와 띠동갑이 넘는 나이차이지만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신 것 같다. 본받을 점이 많다. 어린 팀이지만 선배들과 경쟁했을 때 뒤쳐지지 않는 게 이번 앨범 활동을 첫번째 목표다”고 말했다.

이들은 7월초부터 엄정화를 시작으로 2주 간격으로 등장하고 있는 거성(巨星)들과 경쟁으로 긴장하기 보다 설렘을 느낄 정도로 성장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호재라는 당찬 분석도 내놓았다.

지드래곤은 “선배님들이 많이 나와서 기분 좋은 점은 조금씩 음반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음원만 듣던 분들이 서태지 선배가 나와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줄을 서서 CD를 구입하고 있다.

엄정화 이효리 선배가 나와서 훌륭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 시청률도 올라가고 유료 음원 다운로드 늘어나고 있다. 음악시장이 커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가수로서 우리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지금까지 발표한 음반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빅뱅은 총 5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서 전작 <거짓말>에서 보여준 시부야케이 스타일의 타이틀 곡 <하루하루>와 <천국>, 탑이 작사ㆍ작곡한 보사노바 리듬의 <착한 사람>을 선보였다. 록 그룹 노브레인과 함께 작업한 <오 마이 프렌드>는 응원가 분위기가 난다. 기존 장르에서 록과 보사노바까지 영역을 넓혔다는 인상을 줬다. 눈에 띄는 곡은 <하루하루><천국>이다.

두 곡은 시부야케이의 대부 다이시댄스와 함께 작업하며 표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지난해 빅뱅의 <거짓말>은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다이시댄스의 <문 가든(Moon Garden)>, <피아노>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빅뱅은 이번 앨범을 통해 표절 논란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그 대상과 함께 작업을 하겠다는 의외의 결정을 내렸다.

지드래곤은 “사람마다 듣는 귀가 다르고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션에게는 떳떳하다는 고집이 중요하다.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연연하지는 않는다. 이번 다이시댄스와의 작업은 일부러라도 함께 작업을 해서 매듭을 짓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제가 사장님(양현석)한테 졸라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 곡은 다이시댄스가 기본 반주를 깔면 지드래곤이 멜로디를 입히는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이시댄스 음악 특유의 슬픔이 느껴지는 서정적인 전자리듬에 중독성이 강한 지드래곤의 멜로디가 더해졌다. 멤버들은 <거짓말><마지막 인사>에 비해 감성이 더욱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들이 지평을 넓히는 것은 음악 뿐만이 아니다. 빅뱅은 멤버 개별 활동과 그룹 활동을 병행하는 이례적인 그룹이다. 태양은 솔로활동으로 <나만 바라봐>를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올려놓았다.

탑은 거미 엄정화의 피처링에 나서더니 대작 드라마 <아이리스>에 캐스팅됐다. 승리와 대성은 뮤지컬에 진출했다. 이중 대성은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서 유재석과 ‘덤앤더머’ 캐릭터를 형성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멤버들은 몸은 피곤하지만 각자의 끼를 살릴 수 있는 현재 패턴에 만족스러워 했다.

“함께 살면서도 너무 바빠서 거의 서로를 못볼 정도였는데 다시 뭉치니 너무 기분이 좋다. 그룹 활동을 하다보면 한 두 멤버에게 관심이 쏠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개인 활동을 통해 뭘 잘하고 뛰어난 지 알려주고 싶었다. 빅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빅뱅으로 모였을 때 가장 빛날 수 있다.”(지드래곤)


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