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독소 제거·충전 통해 심신회복 도와 피서 대안으로 부상

#1. A씨는 서울 근교의 워터파크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아이들의 바람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그야말로 ‘물 반, 사람 반’이었다. A씨는 그리 휴가를 즐기지 못했다. 인파에 떠밀리고 ‘바가지’는 ‘바가지’대로 썼다. 휴가 후에 그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2. B씨는 피서지로 지방의 한 호텔에 있는 스파를 선택했다. 마사지로 피부를 이완시킨 후에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마사지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벗었다. 소리, 색, 향기 테라피(therapy)를 받으며 마음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에너지를 채웠다.

A씨는 비용면에서 좀더 싼 휴가를 다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신적 안정과 재충전이라는 휴가의 본래 목적은 거의 얻지 못했다.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서울 인근 워터파크는 입장료만 10만원 안팎이다. 풀장 주변의 눕는 의자를 빌리는데 1만원, 방갈로를 빌리는 데는 3만원 정도가 든다. 간식비, 교통비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속면에서도 B씨가 다녀온 스파를 피서의 대안으로 생각해볼만 하다. 스파의 비용은 종류에 따라 15만원에서 5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더위 때문에 몸이 지치는 여름철은 특히 단순한 놀이뿐만이 아닌 이완(relax), 독소제거(detox), 충전(energizing)을 내용으로 하는 스파를 고려해볼 만하다.

■ 물놀이와 완전 다른 스파



스파는 그냥 물놀이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제대로 된 스파는 조용한 곳에서 호젓하게 명상을 즐기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하나의 완결성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영적(spiritual) 안녕’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휴식과 재충전의 형태인 것이다. 스파 하면 온천탕을 떠올리는 인식이 오해인 이유다.

라틴어 ‘Salus Per Aquam’이 어원인 ‘스파(spa)’의 사전적 정의 역시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다. 원래는 ‘물을 통한 치유’를 뜻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아예 물을 사용하지 않는 스파도 있다. 사전에 따르면 스파(spa)란 ‘마사지나 물의 열, 부력 따위로 온몸의 혈액 순환을 촉진하여 피부를 관리하고 몸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놓은 가게’이다.

송하영 월간 <스파라이프> 발행인은 “스파란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다”라며 “좋은 공기, 소리, 명상이나 건강한 음식, 휴식, 운동, 건전한 대인관계 등의 요소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정숙 코리아 스파아카데미 대표원장은 “대기업들이 흔히 무늬만 흉내낸 스파를 들여와 개념의 혼선을 빚고 있다”며 “물놀이 공간을 스파라고 이름짓고, 개발지역 부동산 가치 상승효과만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는다.

■ 완결성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스파는 유기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마사지, 휴식, 유기농 음식제공 등 휴식과 재충전에 도움이 되는 자기완결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게 서구에서 말하는 ‘스파’의 개념이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쾌적한 이완(relax)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게 하는가가 정통 스파인가 아닌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각자의 신체상태와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전문 상담가의 조언 아래 이뤄진다.

‘스파’를 월풀 욕조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온천이나 물놀이 공간으로 인식하는 게 잘못인 이유다. 국제스파협회(ISPA)는 스파를 ‘심-신-영의 회복을 도와주는 각종 전문적인 서비스를 통해 개인의 웰빙을 촉진시켜주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 원장은 “단순히 친절한 직원이 스파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문 컨설턴트에 의한 개인별 스파 프로그램 관리와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에 의한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 행복에 이르는 계단



한정숙 코리아 스파아카데미(위·왼)
송하영 스파라이프 대표(위·오른)

‘행복’을 추구하는 스파에는 단계가 있다. 이완(relax), 독소제거(detox), 충전(energizing)으로 진행하는 스파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 1단계인 이완시에는 월풀이나 스팀욕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2단계인 독소제거 단계에는 마사지와 아로마 테라피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버리고 체내에 축적된 독소를 제거한다. 3단계 충전 단계에서는 사운드 테라피, 컬러 테라피, 요가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티벳의 종소리, 자연의 물소리, 새소리, 클래식 음악 등을 들으며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신이 보면 즐겁고 안정되는 색의 빛을 쪼이거나 향을 맡으면서 원기를 충전할 수도 있다. 유기농 음식을 먹기도 한다. 각 단계는 몸의 상태나 특성, 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선별적인 프로그램 선택으로 이뤄진다.

여름철 피서를 위한 스파라면 호젓한 자연에서 탁 트인 시야를 즐기며 하는 리조트 스파가 제격이다. 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서울 시내의 유명 호텔이나 강남 등지에도 3시간 내외로 즐길 수 있는 도심형 ‘데이스파’가 있기 때문이다.

■ 스파의 효과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스파의 효과는 뭐니뭐니 해도 ‘뽀얘진 피부’다. 정신적인 안정과 재충전은 간접적이지만 핵심적이다. 최근에는 메디컬 스파가 각광받고 있다. 병원과 연계해 휴식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스파로 피부를 진정시키고 통증이 없는 레이저 기기로 성형수술을 한 후, 마사지로 다시 안정시키는 식이다. 한방과 연계한 메디컬 스파 역시 한국만의 독특한 메디컬 스파 프로그램이다.

병원과 연계한 스파로 다이어트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몸의 독소를 빼내는 스파를 거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0.5kg~2kg까지 몸무게가 줄어든다. 한 원장은 “감량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체질변화를 몸의 세포조직이 인식하려면 최소 100일 이상이 걸리므로 스파로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 산업으로서 스파의 미래



산업으로서 스파의 전망 역시 밝다. 도시적인 삶에 날로 지쳐가는 현대인들은 점점 원시의 ‘자연상태’로 돌아가 치유와 안정,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는 직접적인 약이 없다. 더욱이 천혜의 관광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관광상품으로 스파의 발전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완결된 프로그램을 갖춘 전문가 없는 스파는 오히려 관광객을 실망시키고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스파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휴가의 대안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만큼 프로그램에 대한 고객의 요구나 평가 수준도 높다는 얘기다.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스파가 관광산업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았다. 단순한 친절이 아닌 전문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스파 테라피에 양질의 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을 활용해 ‘질’의 만족을 높이는 게 우리만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화장, 미용, 의료, 호텔, 리조트 산업과 동반 성장하는 스파는 그야말로 복합산업의 일환으로서 가능성 역시 무궁무진하다. 세계 스파시장 규모는 2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스파가 좋다는 것을 알아도 못하는 이들이 많다.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집 앞 마당에 놓인 대야에 찬물을 담고 앉았더라도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재충전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스파’적인 휴식이다. ‘스파 라이프’는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