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예술극장, 이해랑예술극장으로 재개관 사실주의 연극 계보 잇기

오는 9월 동국대예술극장이 이해랑예술극장으로 재개관한다. 한국사실주의 연극의 효시가 된 고(故)이해랑 선생은 1959년 동국대 연극과를 만든 장본인. 동국대 연극학과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해랑재단에서 20억 원을 출현해 만든 이 극장에는 이해랑 선생의 생전 논문과 활동자료 등을 모아 전시관도 운영할 예정이다. 실험, 창작연극의 발판이 될 이해랑예술극장의 재개관 배경, 운영 계획을 들어보자.

■ 사실주의 연극의 효시


9월 5일 완공되는 이해랑예술극장은 예술인 이름을 딴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다. 1940년대 신연극의 새로운 장을 연 이해랑 선생을 기린 이 극장은 국내 사실주의 연극의 계보를 이을 전망이다.

동국대 예술대학 신영섭 교수(연극학과장)는 “러시아 등 이미 해외 많은 나라에는 예술인 이름을 딴 유명 극장이 있다. 한국 신연극 100주년을 맞은 지금, 국내 예술가 이름의 극장이 개관한다는 소식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해랑예술극장 개관과 함께 이해랑 선생의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극장 재개관이 결정된 것은 지난 4월 말 이해랑재단이 20억 원의 기금을 출현하면서 부터다. 이해랑 선생의 장남인 이방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은 “선친한테 극장은 안방, 집 같은 곳이었다. 연극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늘 아쉬워 하셨는데, ‘저 동네’에서 내려다보시면서 기뻐하실 것 같다”고 밝혔다.

고 이해랑 선생은 1940년대부터 배우, 연출가로 활동한 연극인이다. 유치진, 이진순, 이원경 등과 함께 ‘연극 1세대’로 불린다. 1947년부터 국립극단의 전신인 극예술협회(신협)를 이끌었고, 1951년 국내 최초의 ‘햄릿’공연을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연극 ‘햄릿’은 1989년 이해랑 선생의 마지막 연출작이기도 하다.

1961년부터 1981년까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활동한 고 이해랑 선생은 ‘밤으로의 긴 여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의 작품을 연출해 대한민국예술원상, 서울특별시문화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신영섭 교수는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이라는 큰 흐름을 정립하신 분이다. 아직도 동국대에는 리얼리즘 학풍이 남아 있다. 작품뿐만 아니라 연극 전반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도 많은 일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재개관 공사비를 낸 이해랑재단은 극장과 관련해 요구 사항이 전혀 없었다. 동국대는 정체성을 갖기 위해 로비공간에 전시실 ‘이해랑기념공간’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해랑기념공간’에는 동경유학시절 집필했지만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이해랑 선생의 논문을 비롯해 이해랑 선생의 연극 활동과 관련한 각종 연출, 사진자료 등이 디지털화되어 진시된다. 말 그대로 ‘이해랑 아카이브’(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오는 9월에 준공되는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내부 조감도(위)
원로 연극인들과 한자리에 모인 고 이해랑 선생. 좌로부터 이해랑, 김동원, 백성희, 장민호(아래·사진 한국일보DB)

■ 정극과 창작극 무대 되도록 할 터


새롭게 개관할 이해랑예술극장은 종전의 450석 객석 규모를 줄여 300석의 중극장으로 리모델링된다. 대학 수업뿐만 아니라 프로 극단 공연을 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무대를 넓히고 편안한 관람이 가능하도록 객석도 조정했다. 2층 관람석을 없애 단층 규모로 보다 넓은 무대를 감상할 수 있다.

신영섭 교수는 “1년 중 6개월 정도는 학과의 교육과정으로, 나머지 6개월은 대관 형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교육 효과와 함께 학생들이 현장의 생동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극장의 첫 번째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랑예술극장은 내년 봄 동국대가 시작하는 연기전공 실기 석사과정(MFA)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는 학문과 연구 위주의 국내 연극학과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연극 연출가 이윤택 씨를 교수로 선임한 데 이어 영상대학원 내에 연기전공 실기 석사과정을 도입했다. 동국대 담당자들은 “이해랑예술극장이 교육과 현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9월 개관 후에는 ‘한국 신연극 10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와 손숙 주연의 ‘어머니’ 초청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