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행성 위를 유영하듯, 꿈속이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한 벌판 위를 날았다. 공상 속의 풍경이 펼쳐졌다. 버섯 모양의 바위가 불쑥 솟았고 아이스크림콘 같은 바위가 떼를 이뤘다.

문명의 교차로인 소아시아, 터키의 땅 한복판에 자리한 카파도키아(Cappadocia)의 풍경이다. 이 기괴한 풍경은 1,000만년 시간이 빚은 예술이다.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흐르고, 또 다른 화산의 새 용암이 덮고 또 덮어 땅으로 굳어진 것을 바람이 깎고 빗물이 훑어내며 만들어내 조각들이다.

카파도키아는 전략적 요충지로 고대부터 잦은 싸움이 일어났던 곳이다.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이 기암들이었다. 바위는 사암보다 부드러워 속을 파내기가 수월하다. 기암마다 스위스 치즈 같은 구멍이 나있는 건 그들이 낸 창문이고 대문이다.

카파도키아를 감상하는 가장 화려하게 만나는 방법은 이 공상의 바다 위로 열기구를 타고 오르는 것. 해가 막 뜰 때가 기류가 가장 안정적이라서 벌룬 투어는 이른 새벽에 이뤄진다. 기구에 몸을 싣고 둥실 떠오르면 발아래 펼쳐지는 기암의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같은 시간 앞서거니 뒷서거니 뜬 열기구들이 잿빛의 카파도키아 고원 위에 알록달록한 빛으로 생기를 넣는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ㆍ자연 복합유산인 카파도키아의 기암 풍경을 둘러보는 중심지는 괴레메다. 이곳을 중심으로 위르굽, 아바노스 등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관광코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기암의 모습도 볼만하지만 그 안에 꾸며진 암굴 교회로 유명한 곳. 기암속 교회만도 10여 개에 달한다. 괴레메의 우치사르언덕과 비둘기계곡은 기암을 펼쳐놓은 풍경이 장쾌하고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파샤바흐의 기암은 꼭 거대한 남근석을 닮았다.

카파도키아는 전략적 요충지로 고대부터 잦은 싸움이 일어났던 곳이다.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이 기암들이었다. 깊은 우물(deep well)이란 뜻의 데린쿠유에 가면 벌판 아래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나다. 기암속이 아닌 땅속에 꾸며놓은 피란처다. 지하8층 구조로 50m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피란민들과 종교의 박해를 피해 숨어든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취가 남아있다.

터키의 자연을 이야기할 때 카파도키아 만큼 유명한 곳이 파묵칼레(Pamukkale)다.

카파도키아의 지형이 바람과 빗물이 만들어낸 것이라면 ‘목화의 성(Cotton Castle)’이란 뜻의 파묵칼레는 동굴의 종유석처럼 온천수의 석회 침전물이 긴 시간 만들어낸 비경이다. 온천수에 녹아있는 석회 침전물이 가라앉아 저절로 둑을 쌓고, 그 둑을 넘쳐 흐른 물이 또 둑을 쌓으며 대리석보다 하얀 작은 풀들이 층층이 이어져 거대한 풍광을 연출하는 곳이다.

파묵칼레는 고대 도시인 히에라폴리스(Hierapaolis)의 유적을 함께 거느리고 있다. 예부터 온천의 효험으로 유명했던 이곳에는 아폴로신전이 있었고 로마의 원형극장, 아고라, 떼를 지은 석묘들이 남아있다. 비록 그 유적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조금씩 부서지고 누렇게 빛바랜 모습이지만.

4. 터키 홍차. 이 앙증맞은 유리잔으로 홍차 맛을 더한다.
5. 괴레메 암굴교회의 벽화.
6. 파묵칼레의 석회석 침전풀에 파묻힌 히에라폴리스 유적.
7. 파샤바흐의 버섯 모양 바위들.
8. 암굴교회가 많은 괴레메 야외박물관.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