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민중의 삶, 역사가 되다'사진으로 기록한 이 시대 우리 이웃-어제와 오늘3'42인 자취 담은 290여점, 한일 초대작가 2인 특별전도

역사와 사진. 시간의 축적인 ‘기록성’ 측면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역사와 사진이 모든 것을 기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은 그 가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뭍혀버리곤 한다.

그렇게 잊혀지기 쉬운, 급격하는 사회 변화 속에 사라져가는 20세기 우리 이웃의 생활과 주변 환경을 담은 기록은 더없이 소중하다.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이 3~15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에서 열고 있는 <사진으로 기록한 이 시대 우리 이웃-어제와 오늘 3>전은 ‘기록’의 가치를 일깨운다. 이 전시회는 시대를 증언하는 민중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들 또한 한국 근현대사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도.

이 전시회에선 연구단이 직접 촬영하거나 오래된 사진첩에서 찾아낸 우리 시대 민중 42인의 인물초상과 생활 현장 및 자취를 담은 사진 290여점을 선보인다. 또 초대작가 엄상빈의 ‘속초 아바이 마을’과 일본 작가 이이다 데츠의 ‘도쿄 근대 건물과 뒷골목’ 등 한ㆍ일 두 나라 민중생활사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작품 60점과 일본 관서지방과 중국 연변 한인동포의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 30점도 함께 소개한다.

3일 개막식에서 만난 엄상빈(54) 씨는 “올해로 청호동(함경도 피난민들이 모여든 곳)에 들락거린 지 꼭 26년이 됐다”며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분단의 문제를 혼자 감당해 내기는 버거운 일이지만 분단조국의 한 단면이나마 기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이다 테츠(60) 씨는 “현재 사진속의 도쿄 건물은 개발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며 “사진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사진이 나만의 ‘기억’이 아니라 동시대인,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의 ‘기억’의 일부가 돼 역사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현수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 단장은 “역사 없는 민중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역사의 민주화라”라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강조했다.

지난 7월부터 속초시립박물관과 8월 부산민주공원 전시를 거친 <어제와 오늘 3>전은 숙대전 이후 군산시민문화회관으로 옮겨 이달 18일부터 29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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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