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과 결합한 혁신적 제품 개발 목표… 제2의 스티브 잡스 꿈꾸나

■ '괴짜' 제품 만드는 '괴짜'사장


정각마다 사람 모형이 나와서 번지 점프를 하는 시계, 실제로 팔굽혀펴기 하는 배터리, 움직이는 데스크톱 국기게양대, 전화기 놀이 모양의 디지털 전화기, 자전거를 탄 사람 모형이 줄 위를 왔다 갔다 하는 괘종시계. 이런 것들을 만드는 회사가 있다. 자연 이런 ‘엉뚱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의 ‘괴짜’ 사장이 궁금해진다. 벤처 갑부 1위로 꼽혔던 민트패스 양덕준(57) 대표다.

“왜 이런 제품을 만드나”라고 물으면 양 대표는 ‘허허’웃는다. 하나의 아이디어 상품으로 고객들에게 이런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격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양 사장은 “우리의 핵심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마니아의 인기를 끄는 제품만이 아닌 “가장 대중적인 모바일 디바이스(움직이며 사용하는 IT기기)를 만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웹과 디바이스를 결합한 전혀 새로운 제품” 출시를 목표로 양 사장은 뛰고 있다. 실제로 민트패스가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IT기기는 기존의 모바일 전자제품의 틀을 뛰어 넘는다. 양 사장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조작법으로, 쓰는 게 아닌 즐기는 디지로그형 모바일 제품이라는 것까지만 공개할 수 있다”며 “가격은 아주 싸게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다.

민트패스가 만들 제품들은 웹과 디바이스를 결합한 풀 브라우징 형이 될 전망이다. 그는 “휴대폰에도 뉴스나 주가를 검색하는 기능이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휴대용 제품에 맞는 웹을 최대한 구축해 쉬운 방법으로 조작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만들겠다”고 말한다. 휴대폰에 여러 기능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능은 소수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흥미로운 계획이다.

■ 양덕준, 스파이더맨 거미줄 만들기의 꿈으로 컴백


그는 왜 다시 돌아왔을까. 양 사장은 “경영자 타입이 아닌가 보다”라고 너스레를 떨다가도“아직도 일이 재밌고 하고 싶어서”라고 본심을 털어놓는다.

양 사장은 원래 공대를 졸업한 전자회사 연구원 출신. 그는 삼성전자 홍콩지사장을 끝으로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1999년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을 창업해 ‘아이리버(iriver)’브랜드를 키웠다. 한때 MP3플레이어 시장을 주름잡으며 세계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던 아이리버는 애플의 저가 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위기에 처한다.

2004년 4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액 기준 국내 100대 기업으로 도약한 레인콤은 2006년을 전후로 애플의 세 차례에 걸친 저가 공세에 밀려 위기를 맞는다. 뒤늦게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삼성이 레인콤과의 경쟁에서 밀리자 애플에 플래시메모리를 매우 낮은 가격에 판매한 게 화근이었다. 디자인이 월등했던 애플이 가격마저 낮추자, 레인콤이 이를 견디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플래시 메모리란 자동차로 치자면 ‘엔진’에 해당하는 MP3플레이어 핵심 부품이다.

‘아이리버’의 시장점유율은 한때 국내에서 50%이상을 독식했다. 미국시장에서는 애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양사장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레인콤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지난 5월께 IT제품 기획 및 개발사인 민트패스를 창업했다. 신개념 IT제품 개발에 매진하던 초기의 레인콤 시절로 되돌아온 것이다. 양 사장은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거미줄이 만들고 싶어 대학 화공과에 지원했다”며 “어린 시절 스파이더맨, 투명인간 등의 만화를 보며 이를 현실화하고 싶어했다”고 말한다.

■ 새로운 제품 넘어 새로운 문화 만들 것


“경쟁상대 없이 가겠다.”양 사장은 변해 있었다. 그는 “‘타도 애플’을 목표로 내세우고 지나치게 경쟁자를 의식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날 계획”이라며 “어디와 비교해서, 누구와 싸운다며 경쟁상대를 의식하는 것만은 안하겠다”고 말한다. 애플과의 경쟁 구도를 너무 신경 썼던 과거에, 애플이 1등 외에는 2등도 의미 없는 새로운 구도를 만들자 힘을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양 사장은 “1등이 2등 역할까지 해버리자 2등으로 살 길이 없어졌다.”고 고백한다.

그의 새로운 비전은 ‘컨버전스’에서 ‘퓨전’으로 변해 있었다. A와 B를 단순히 결합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C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전략상품에 대한 기대 역시 여기에 있었다. 양 사장은 기술로 앞서가는 제품보다 개념이 앞서가는 제품을 꿈꾼다. 그는 “인터넷이 안되는 PC는 거의 의미가 없는 세상이다”라며 “하나의 콘셉트로 디바이스와 웹을 결합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의 제품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양 사장은“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리조트를 건설할 생각까지 해봤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는 왜 ‘즐거움’에 주목할까. “즐기기 없는 웹으로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겨우 서른살의 나이에 애플을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로 성장시켰지만 IBM에 역전을 허용했고 85년 자신이 채용한 전문경영인의 손에 해고됐다. 자신의 경영판단 실책에 회의하던 그는 한 때 방황하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인 ‘넥스트’를 창업하고 86년에는 애니메이션 업체인 ‘픽사’를 인수해 성공시켰다. 10년 뒤 ‘픽사’는 3D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로 ‘대박’신화를 기록한다. 연이은 사업 성공 끝에 스티브 잡스는 암 마저 이겨내고 다시 애플에 돌아와 ‘아이팟’신화를 만들어낸다.

만약, 한국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성공신화를 기대할만한 인물을 꼽는다면 분명히 양덕준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