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중에서도 앞에 “참”자를 붙이고 있으니 진짜 나물, 나물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니 붙여진 명예로운 이름일 것이다.

그 참나물 꽃이 지금 한창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꽃이 피어야 비로소 그 존재를 인식하고 정확한 제 이름으로 불러주는 경우가 많다. 그 유명한 진달래조차 꽃이 없이 알아보는 이는 그리 흔치 않을 듯 싶으니 말이다. 하지만 식물중에는 그 반대인 경우가 있다. 주로 어린 잎을 나물로 먹는 식물들이 그러하다.

참나물 이외에도 곰취, 참취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재미난 것은 식물학자들은 꽃이나 열매가 있어야 비로서 정확한 이름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므로 부지깽이나물이나 곤드래 처럼 지방이름으로 불리웠던 식물들은 아무도 꽃을 알아보지 못하여 그 정확한 식물이름을 찾아내는데 한참 걸린 경우이다.

참나물은 잔잔한 흰 꽃들을 원반 모양으로 둥글게 모여 달고 숲에서 피어난다. 꽃 한송이가 워낙 작아 수 십개가 넘는 꽃들이 모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뜨이는 꽃은 아니다.

하지만 수수하고도 담백한 멋이 있어 보기에 편안하다. 그래도 잎을 보면 ‘참나물’이루나 하고 금새 알수있다. 3장씩의 잎을 달고 있어 구별이 비교적 쉽다. 물론 이러한 3출엽을 가진 식물이 비슷한 집안인 파드득나물을 비롯하여 몇 가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꽃은 한창이지만 지금 잎은 새봄에 가졌던 윤기와 향기로움은 사라지고 이내 누릇해지며 가을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감케 된다. 그 자잘한 꽃이 진 자리에는 납작납작한 타원형의 열매들이 익어갈 것이다.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몰라도 이름만 들어도 아시겠지만 참나물은 아주 중요하게 쓰이는 나물의 하나이다. 그 향그러움과 순한 맛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봄나물이다. 그러다 보니따로 재배하여 이 잎은 년 중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길쭉한 자루를 가지고 깔끔한 모습으로 식탁에 오르는 참나물에는 봄에 산에서 만났을 때의 그 살아 움직이는 더할 수 없는 향기는 많이 약해져 있어서 좀 섭섭하다.

참나물로 만드는 음식을 하나하나 소개하자면 식물이야기가 아닌 요리이야기로 바뀔 것이 염려될 만큼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 쌈을 싸먹고, 향이 죽지 않게 생채로 아주 약간의 양념을 하여 무쳐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샐러드나 김치를 담궈 먹기도 한다. 물론 살짝 데쳐 무치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국을 끓이거나 된장에 박아 장아찌를 담그는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대표 나물인 만큼 비타민을 비롯한 영양이 풍부한 것에는 틀림없고, 야근채 등의 생약이름으로 약으로 효과가 기록되어 있기도 하는데 지혈과 해열의 효과도 있고 고혈압도 예방하며 신경통에도 좋다고 한다. 생즙을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간장기능에도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가을이 턱 앞에 다다른 숲길을 거닐며 가녀린 참나물의 꽃들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모습이 어쩐지 애잔하게 느껴졌다. 참나물의 계절은 봄 일까 아니면 이 즈음일까? 식물들은 누구나 꽃을 피워낸 모습이 그 식물의 일생에서 가장 절정이라고 하는데 꽃을 피워도 크게 눈여겨 보는 이가 없다. 하긴 이러한 모든 생각들은 보거나 먹거나 분류하는 등등 사람의 관점에 따른 섣부른 느낌일지 모르겠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