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부담감 떨치고 1년만에 스크린 컴백…"내년 1월 엄마 돼요"

“사람들이 잡아먹을 것 같았어요.”

‘칸의 여왕’ 전도연은 영화 <밀양> 이후 심한 부담감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밀양>을 떠나 보낸지 1년이 넘었다. 하지만 전도연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밀양>은 꼬리표처럼 남아 전도연의 뒤를 밟았다. 가끔은 꼬리표가 전도연이 가는 길을 앞지르기도 했다.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이 무서웠어요. 사람들이 잡아먹을 것 같아 앞에 나서기가 힘들 정도였죠. 사실 제가 가진 게 별로 없는데… 기대는 높다 보니 제가 왜곡돼 보일까 걱정도 됐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 노파심 우려 두려움 등이 몰려왔죠.”

전도연은 1년 만에 영화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ㆍ제작 스폰지이엔티, 영화사 봄)를 들고 팬들 앞에 다시 섰다. 시나리오를 고르고 고르다 결정했다는 추측은 착각이다. 누가 감히 ‘칸의 여왕’에게 쉽사리 시나리오를 건넸으랴. 전도연은 <멋진 하루>를 가리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시나리오’라며 웃는다.

“진~짜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어요. <밀양> 전보다도 줄었죠. 흥행의 부담요? <멋진 하루>를 선택하는 순간 일찌감치 떨쳐 버렸어요. 그래도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또 함께 출연하는 하정우라는 배우의 매력이 크잖아요. 하정우 덕 좀 봤으면 좋겠어요.”

전도연은 <멋진 하루>서 빌려준 돈 350만원을 받기 위해 헤어진 연인을 찾아오는 여인 희수 역을 맡았다. 눈부위를 검게 처리한 스모키 화장은 그 동안 보지 못한 전도연의 새로운 모습이다. 돈을 받아 내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고 헤어진 남자를 찾아 온 여인의 속내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예뻐 보이겠다는 생각을 버렸어요. 그런데 희수가 정말 돈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병훈(하정우)를 찾아 갔을까요? 마지막 장면에 차용증을 받아오잖아요. 결국 차용증을 챙겨서 다시 병훈을 찾아갈 것 같아요. 아마 희수는 화장을 지우면 더 예쁜 여자일 거예요. 속마음을 숨기고 싶어 짙은 화장을 선택한 거죠.”

<멋진 하루>는 또 다른 의미에서 전도연에게 각별하다. 엄마가 되기 전 마지막 작품이기 때문이다. 임신 5개월차에 접어든 전도연은 이제 조금 배가 불러온 상태다. 전도연은 지난 추석 연휴간 “시댁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쉬었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면서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쉽지 않았다.

“배우잖아요. 몸에 변화가 온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5개월이 되고 막상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안심이 돼요. 예전과 비교해 체력도 달라요. 많이 먹는대도 피로가 쉽게 와요. 컨디션과 체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하지만 내 안에 뭔가가 있구나 싶을 때면 뿌듯해요.”

연기 잘하기로 손꼽히는 여배우의 태교법은 어떨까? 임신 초기에는 고민도 많았지만 지금은 마음 편하게 ‘하던대로’ 한다. 대신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운 남편에게 듬뿍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책보고 클래식 들으며 고귀한 척은 못하겠어요. 나중에 아이가 배신감 느끼면 어떻게 해요. 태교를 너무 안해서 뭔가 해야하지 않나 싶어요. 힘들 때는 남편한테 짜증도 내요. 저도 사람인걸요.(웃음) 막 히스테리를 부리죠. 요즘 제가 거부할 수 없는 특권(?)을 가졌기 때문이죠.”

‘국민 배우’ ‘칸의 여왕’ 등 수많은 수식어로 표현되던 전도연은 내년 1월쯤 ‘엄마’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다. 전도연이 가장 불리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일까.

“하나도 신경 안 써요. 지루해질 만하면 언론에서 ‘알아서’ 갈아 주시기 때문이죠, 호호.”

배우 전도연은 아들과 딸 중 누구를 원할까.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친구 같은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해서요. 사실 병원에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사진=이춘근 기자 bestime@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