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간 한국영화가 호황을 겪으면서 국내 영화시장 규모도 커졌다. (영화인들은 '한국영화는 언제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영화 한편을 제작하는 데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일은 10여년 전에는 불가능하지 않았던가.) 한국영화가 발전하는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신선한 발상과 세련된 연출력을 갖춘 신세대 감독의 공로가 크다.

이들 신세대 감독들은 영화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에 관련된 글도 잘 쓴다. 감독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 장면이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하고 작품을 다시 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로 유명세를 떨치기 전, 영화비평으로 더 잘 알려졌던 인물이다. 각종 영화 잡지에 기고했던 평론을 다듬어 94년 책<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을 펴냈는데 절판되고 나서 이 책을 찾는 이가 무척 많았다. 영화 마니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2005년 재출간한 책이 <박찬욱의 오마주>다.

이 책은 박 감독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영화, 나아가 영화 장르 전체에 바치는 '오마주'다. 한나와 그 자매들, 아비정전, 용서받지 못한 자, 토마토 공격대 등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B무비나 장르영화까지 섭렵해 독자적인 시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글 잘 쓰는 감독 중 하나가 김지운 감독이다. 조용한 김지운 감독은 언제나 영상과 글을 통해 관객에서 메시지를 전한다. 김지운의 <숏 컷>은 영화제작기와 에세이의 중간 양식을 띤 책이다.

에세이, DVD 일기, 영화 제작기, 배우론, 인터뷰 등 영화감독의 타이틀을 걸고 쓸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의 글이 들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변화무쌍하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감독 김지운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발간된 개정판에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제작기를 추가 수록했다. 김지운 감독이 손수 고른 현장 사진과 〈놈놈놈〉이 미처 들려주지 못한 스크린 뒤편의 이야기를 엮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감독의 책은 <류승완의 본색>이다. 액션과 코미디의 절묘한 결합을 만들어내는 감독답게 책 제목도 비장하면서도 일면 코믹하다. 영화 '영웅본색'을 패러디 한 것 같다.

1부에는 배틀 로얄, 어둠의 저주, 지옥의 영웅들 등 영화를 장르영화의 역사를 정리했다. 2부에서는 그가 연출한 작품〈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짝패〉 〈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피도 눈물도 없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6편에 관한 인터뷰를 수록했다. 최근 영화에서부터 데뷔작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구성된 인터뷰는 각 영화를 제작할 당시, 그의 고민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