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문동 꽃송이가 한창이다. 여름내 우리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었건만, 본격적인 가을꽃은 아직 이어서 다소 썰렁한 지금 같은 초가을에도 여전히 아름답다. 한쪽에선 동글동글 구슬같은 열매가 초록색으로 달리기 시작하였으니 이 시원스레 아름다운 꽃 구경도 그 끝이 보이긴 한다.

맥문동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식물이다. 우선 많이 이용되는 매우 휼륭한 조경소재이기 때문에 자생지가 아니어도 어딜 가나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도심의 한복판이나 건물 사이 작은 정원에 까지도. 나무 밑에 지면에 초록 잎을 깔고 보라색 꽃줄기들이 줄줄이 올라와 피어 있는 것은 맥문동이라 말해도 좋다. 워낙 인상적인 모습인데다가 도시에 심어지는 풀 중에 혼동할만한 비슷한 다른 식물이 없어서이다.

산에 가면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맥문동과 같은 집안 식물중에 개맥문동이라고 있는데 잎의 폭이 좁을 뿐 아니라 잎맥의 수가 10개 이하로 적고, 꽃도 연한 보라색 꽃이 듬성듬성 달리는 차이점이 있다. 문제는 중부지방의 산에 가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이 개맥문동 이어서 이를 맥문동이라 혼동하는 일이 많다. 물론 남쪽으로 가면 숲 속에 살고 있는 것은 맥문동으로 알아도 큰 어려움은 없다.

맥문동을 조경식물로 심는 것에는 이런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몇 가지 아주 강력한 장점이 있는데 바로 상록이라는 점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심어도 볼 수 있는 시기가 유한하고, 겨울에 잎마져 져버리면 아름다운 정원은 상막한 맨땅이 드러나곤 하는데 맥문동은 겨울에도 푸른 잎을 까만 열매와 함께 달고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우리나라 전역에 맥문동이 퍼져 나간데는 한 가지 일화가 있는데 나무심기와 우리나라 산지를 목장으로 이용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한 대통령이 겨울 숲에서 푸른 잎을 가지고 살아있는 맥문동을 보시고 겨울에도 소들이 먹을 수 있는 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당장 알아내어 보급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관련부서가 발칵 뒤집혀 진행되었으나 맥문동이 목초로는 부적합하여 실행되지 못했지만 전국적으로 이 풀의 존재를 알리고 보급 하는데는 큰 몫을 한 셈이다.

맥문동을 곁에 두고 심기에 좋은 또 다른 장점은 그늘 밑에서 잘 견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풀들은 그늘 속에선 강렬한 꽃을 피우지 못할 뿐 아니라 특히 소나무를 조경한 곳에서는 타감 물질의 발산으로 아무것도 살 수 없지만 맥문동은 예외가 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맥문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약용식물 때문이기도 하다. 뿌리 끝이 동그란 땅콩처럼 뭉쳐져 덩이뿌리가 되는데 이 부분을 주로 쓴다. 폐를 튼튼하게 해주고 기침과 천식에도 좋으며 열을 내려주는 효과도 있고 몸을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적인 처방으로 다양한 중상에 이용하지만 차로 다려 마시거나 술로 담가 마시기도 한다.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모여 포기를 만들어 자라고 여름이 시작될 즈음 꽃차례가 올라와 한 마디에 3∼5개씩 달려 핀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