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드문 한국화 전시에서 주목할만한 수작을 꼽으라면 갤러리 벨벳&인큐베이터가 한국화 작가 6명의 전시를 잇따라 연 ‘‘리코멘터리(Recommentary)1’ 전이 단연 두드러진다. 지난 6월부터 9월 초까지 3개월에 걸쳐 계속된 ‘‘리코멘터리1’ 기획전은 침체된 한국화의 비평을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즉 전시를 위한 전시에서 탈피해 한국화 발전을 위한 진지한 탐구의 소통의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리코멘터리1’전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40~50대의 작가 중 비평적 점검이 필요한 한국화 작가 6명을 선별해 연대기와 코멘터리, 비평적 개념의 흐름을 전시로 구성했다. 기획자인 류철하 큐레이터(이천시립 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는 “한국화와 관련된 기획이 다양했지만, 실질적 논의는 진전된 것이 없었다”며 “개별 작가들에 대한 비평적 지점을 마련해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한국화를 전공하려는 이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병춘 작가의 전시(6.11~6.22)를 시작으로 유근택(6.25~7.6), 신하순(7.9~7.20), 김천일(7.30~8.10), 박종갑(8.13~8.24), 김성희(8.27~9.7) 작가에 이르기까지 각 전시는 기획전 제목처럼 코멘터리(비평)에 대한 리코멘터리(재비평)의 취지에 부합했다. 류철하 큐레이터는 “박병춘ㆍ유근택 작가는 공간감ㆍ밀도 등 화면에 새로운 실험을 펼치고, 김천일 작가는 선ㆍ고도·색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자신만의 화법을 만들었다. 신하순ㆍ김성희 작가는 현대적 드로잉을 도입한 실험을 보여주고 있으며, 박종갑 작가는 수묵화에 영혼을 표현하는 점이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 문학적 서정성 돋보인 한국화의 신선한 변화
한벽원 갤러리 <백범영 展> 10.1~10.7


가을, 한국화의 새 지평을 엿볼 수 있는 국화향이 은은하다. 10월 1일부터 서울 종로 한벽원 갤러리에서 열리는 <백범영展>이 풍기는 향취다. 이는 서정성을 전제한 한국화의 전통적 심미체계에 서양회화의 서사를 융합ㆍ절충한 작가의 독특성에 기인한다. 여기에 그만의 아카데믹한 방식이 더해져 현대 한국화의 신선한 변화가 관객에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고전적인 산수의 형태와 지필묵이라는 전통적인 조형수단을 차용하고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문학적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관음(觀音)>, <분우(盆雨)>, <대춘(待春)> 등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정연하고 단정한 기세(氣勢)가 그렇다. 아마 실경 산수 너머 이상화한 자연, 가치관에 그의 철학(성균관대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적 이해가 덧붙여진 듯싶다.

한국화가 새 옷을 갈아입는 기운이 확산되는 가운데 백범영전은 분명 한 증좌이다. 그 국화향은 7일까지 피어난다. 02)732-377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