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탑'의 성공 노하우를 밝히다

9월 30일, 한국에서 ‘빅탑’이 올라간다. ‘빅탑이 올라간다’는 말은 세계 어딘가에서 또다시 ‘태양의서커스’가 열림을 뜻하는 일종의 신호어다.

유려한 내용의 공연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일개 극단으로 보기에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형 쇼 그룹이다. 자체 소속된 아티스트만 약 1,000명. 이들을 포함해 세계 40여개국의 국적을 지닌 4,000여명의 직원이 소속된 대기업이다. 공연제작사로 세계 최대 규모다.

◇ 공연장 설치부터 운영, 조달까지 완벽 자급 시스템

태양의서커스는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완벽에 가까운 자급자족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빅탑’이다. 빅탑은 세계투어공연시 각 해당국의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제작, 설치하는 초대형 공연용 막사다. 빅탑의 디자인과 제조도 프랑스의 한 전문제작업체가 직접 설계, 제작한 것이다.

규모는 말 그대로 ‘Big Top'급이다. 높이 19미터, 직경 51미터, 천막을 지지하는 네 개의 기둥 높이만 각기 24미터에 달한다. 설치하는데 걸리는 시일이 8일, 공연 후 이를 해체하는데에도 최소 3일이 소요된다.

워낙 대형시설이다보니 인력만으로는 설치하기 어렵다. 연결 부위는 중장비를 사용해 들어올린다. 각각의 기둥을 둘러싸고 있는 8개의 줄과 고리는 ‘티르포’라는 장비를 활용해 사람이 직접 들어올려 설치한다. 빅탑 설치시 동원되는 인원만 설비팀과 기술인력팀을 합쳐 80여명. 현지 인력도 활용한다. 빅탑을 공연 부지에 고정시키는데 500여개의 말뚝이 박힌다. 빅탑과 공연장 부대 시설 설치시에는 말뚝 수가 1,000개 이상 사용된다. 1개당 약 1.5미터짜리 쇠막대기 말뚝이다.

공연장 구조는 크게 구분해 출입구와 아티스트용 막사, 매표소, 관리사무소, 거의 완벽한 자체 취사시설을 갖춘 전용 식당과 학교로 구성된다. 전력도 공연국가에서 공급받지 않고 자체 발전기를 사용해 사용한다. 전용 자가발전기가 3대, 1,500Kw의 전기를 빅탑과 공연장 부대 설비 전체에 자체 조달한다. 이 전기로 온,습도 조절 등 기본적인 생활 전력은 물론 공연시의 조명 등 공연단 관련 전원의 생활을 유지시킨다. 에어컨과 난방 시스템만 7대의 기기를 갖추고 있다. 빅탑을 비롯해 공연 투어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합치면 무게 653톤이 넘는다. 이동시 70여대 트럭으로 이를 운반하며 세계를 누빈다.

Manipulation, Russian Bars

◇ 철저한 분업, 전문, 조직적 시스템 가동

태양의서커스팀의 명성은 단적으로 첨예하게 분업화,전문화,조직화된 비즈니스적 바탕에서부터 약 25년째 유지,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공연의상만 해도 자체 소속 아티스트인 전속 의상 디자이너 도미니크(Dominique Lemieux)의 손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 도미니크는 수하에 의상 제작 과정을 담당한 80여명의 팀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90벌이 넘는 옷과 화관 등 머리 장신구, 마스크, 신발, 속옷 등을 디자인, 제작했다. 최고의 옷감과 최고의 도구들을 사용한 공연의상들이다.

기본적으로 각 의상 디자인은 최소 10개 이상의 스케치와 수정을 거쳐서야 최종안이 결정된다. 의상용 옷감은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등 세계 각국을 막론하고 최상, 최적의 것을 구한다. 개중엔 독특한 효과를 위해 금속 섬유 등 특수한 옷감 소재도 사용된다.

옷감의 80%는 주문을 통해 맞춤 염색하여 제작한다. 몬트리올의 전문 의상숍에서 수작업으로 염색한 뒤 태양의서커스팀에서 요구하는 색상을 프린트한다.

첫 의상을 제작할 당시만해도 약 500뭉치의 뜨개실과 약 1,000미터의 끈, 약 1,500미터의 레이스, 약 10킬로그램의 반짝이, 약 2,300미터의 실크 저지 천이 사용돼 ‘고급 전문 공연 의상’의 위상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의상 200벌, 슈즈 300켤레, 가발 100개, 가면 22개가 사용된다. 제작은 물론 수선까지 전속 의상팀에서 자체 해결한다.

이번 ‘알레그리아’ 공연의 경우 출연자들의 연령은 12세부터 50세까지 다양하다. 현재 130여명의 인원이 이 공연 투어에 투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교사가 3명, 물리치료사 2명, 요리사 4명도 포함돼 있다. 그중 물리치료사와 요리사는 각각 자체 공연단원과 관계자들의 건강과 식사를 담당한다. 요리사의 경우 하루 3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게 되며, 이동식 식당은 한번에 100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다. 1주일에 6일간 운영된다.

한편, 교사의 존재는 특히 이 태양의서커스팀의 성격과 위상을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력이기도 하다. 즉, 쉴 새 없이 세계 투어를 다니다보니 이들 서커스팀 내부의 인력 중 부모를 따라다녀야하는 어린 자녀들의 교육이 문제.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학교를 설립, 운영하며 어린이 교육을 전담시키고 있다.

이번 ‘알레그리아’ 공연 투어때 함께 하는 ‘움직이는 마을’이 바로 이것. 2만여 평방미터의 넓이로 펼쳐진 이 움직이는 마을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각종 사무실과 박스 오피스 등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사실상 일개 ‘유랑극단’ 수준이 아니라 전세계를 순회하는 유목형 전문 쇼 대기업 집단에 가깝다.

◇ 1개 프로그램당 15년 공연 후 폐기, 끊임없는 기획과 수요 창출

이같은 거대 기업형 서커스단의 존재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니었다.

1982년,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화가들의 메카, 베-생-폴 지역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거리공연을 펼쳤다. 이들은 지금의 ‘태양의 서커스’ 창업자이자 제작감독인 질 생 크로와에 의해 만들어진 거리 공연단이었다. 죽마를 타고, 저글링을 하거나 입으로 불을 뿜어내는 묘기들로 시작했다가 관객들의 대반향을 얻으면서 ‘쇼 비즈니스’를 기획했다.

‘베-생-폴 엔터테이너 페스티벌’이라는 것으로, 현재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거대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의 모태다. 이로써 1984년 약 20명의 인원으로 정식 창단, 캐나다 퀘벡에 본사를 두고 지속적으로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재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낱알같은 씨앗을 현재와 같은 대형 비즈니스로 급성장시켰다.

현재 몬트리올에 있는 국제 본사의 근무 인원만 1,800여명 수준. 그간 세계 5대륙의 200여개 도시에서 8,000만명의 관객들을 맞는 등 유례없는 서커스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공연 프로그램도 자체 기획, 개발. 한 프로그램당 15년의 공연이 끝나면 자체 폐기, 계속적인 새 프로그램들을 연속으로 쏟아내며 브레이크없는 쇼 비즈니스의 전세계 대행군을 진행하고 있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