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단지 모인 삼청동… 젊음의 거리 홍대, 북카페 골목으로 유명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텔레비전과 인터넷, 모바일 통신 등 정보의 홍수 속에 현대인의 책 읽을 시간은 줄어만 간다. 그러나 빳빳한 종이가 주는 느낌과 특유의 오래된 책 냄새 등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기 위해 아직도 책을 찾는 이들이 많다. 차와 책이 어우러진 문화마당, 북카페가 다시 사랑받고 있다. 출판단지가 모여든 삼청동 일대와 젊음의 거리 홍대 앞에는 몇 해 전부터 하나 둘 북카페가 생기기 시작해 이제 하나의 골목을 이뤘을 정도다.

이들 북카페는 단순한 카페 역할을 넘어 하나의 '문화 연대'를 만든다. 갤러리와 함께 운영되는가 하면, 오래된 잡지를 모아 '도서관 역할'을 하는 북카페도 있고, 전문 소믈리에를 초대해 와인 교실을 열기도 한다. 작가와 독자의 만남을 주선해 문인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것도 북카페다. 홍대와 삼청동 일대 대표적인 북카페를 소개한다.

■ 삼청동 일대

3년 전부터 갤러리를 중심으로 카페문화가 활성화된 삼청동 일대는 북카페 골목의 효시로 꼽히고 있다. 진선출판사 자리가 이전하면서 만들어진 진선북카페를 비롯해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엔, 예쁜 인테리어와 다양한 커피를 선보여 인기를 끈 내서재 등이 이미 3,4년 전부터 이름을 알렸다.

삼청동 북카페의 원조로 꼽히는 '진선북카페'는 97년 진선출판사가 사옥을 이전하면서 이 자리를 개조해 카페로 만든 케이스다. 이곳에 있는 3,000여권의 책은 진선출판사 허창선 회장의 서재에 있던 책을 옮겨 놓은 것.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 수필부터 예술관련 서적, 절판된 책, 희귀도서까지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어린이 도서코너를 마련해 자녀와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은 북카페와 함께 갤러리를 함께 운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실을 하고 있다. 진선출판사 창고로 사용하던 부속건물을 개조해 2005년부터 북카페 옆 '갤러리진선'을 함께 운영해 오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는 북카페 실내에도 이들 작품을 전시한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행사는 갤러리진선의 작가지원 프로그램으로 10월 5일까지 박계숙의 <상상정원>을 카페 1층에서 전시하고 있다.

진선북카페에서 삼청파출소 방향으로 내려오면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엔'이 있다. 교회 주차장 일부와 담임 목사의 사채 일부를 개조해 만든 이 카페는 질 좋은 커피와 세련된 음악으로 입소문을 탔다.

<식객><신의 물방울>과 같은 만화부터 소설, 수필과 같은 대중도서, 커피와 클래식 등 주제별로 묶인 책까지 1,200여권의 도서를 갖췄다. 교회에서 운영하지만 종교색이 짙지 않고 직접 짠 나무 의자는 오래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 바리스타 황경희 씨는 "커피는 달마이어로 뽑아내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독일 왕실 커피브랜드로 여러 원두를 조합해 최상을 맛을 낸다. 커피 맛을 보려고 먼 데서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카페 엔의 수익금은 삼청감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도서관에 투자된다. 7,500권의 도서가 구비된 어린이 도서관은 가입비 1만원을 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매달 한편 씩 무료 영화 상연을 비롯해 바이올린 플루트 레슨을 6만원이면 받을 수 있다.

북카페와 어린이 도서관을 관리하고 있는 우병남 목사는 "3년 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삼청동 일대 단골만 찾는 카페였지만 지금은 주말이면 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삼청동거리의 북카페'엔'의 간판과 내부전경

■ 홍대 앞거리

홍대 앞은 2,3년 전부터 북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해 이제 하나의 책방 단지가 형성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 자리 잡은 '잔디와 소나무'를 비롯해 마포 도서관 근처의 'cafe 작'은 비교적 널리 알려진 북카페. 놀이터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다방'과 '작업식''즐거운 북카페''물고기''Zari' 'RJ pot' 등 줄잡아 10여개의 북카페가 운영 중이다.

극동 방송국 맞은 편 '토끼의 지혜'는 재작년 문을 연 북카페로 다양한 잡지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패션, 문화 등 최신 잡지는 물론 일본과 북미권, 유럽의 잡지도 매달 1권 이상 구비해 둔다. 홍대 주차장길 골목 근처에 문을 연 토끼의 지혜 2호 점에는 70~80년대 선데이서울과 신동아와 보물섬과 같은 옛날 잡지 500 권을 전시해 두었다. 2호점의 경우 오픈 한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와 <엄마가 뿔났다>등을 촬영하며 유명세를 탔다.

최원석 사장은 "다른 북카페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했다. 옛날 잡지는 훼손될 여지가 있어 아직 손님들에게 전면 공개는 못하고 있다. 잡지 내용 중 재미있는 부분을 발췌해서 전시하거나 주제별로 전시회를 여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책 보증금을 내고 대여하는 보증금 제도, 작가와의 대화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2호 점에서는 오는 10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간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하는 행사 <작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신경림, 정이현, 도종환, 한유주 우리시대 작가 2인의 대담과 독자와의 만남이 예정돼있다.

홍대 카페골목 중간에 위치한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는 긴 이름이 눈에 띠는 카페다. 이 이름은 영화 <베티블루>의 대사에서 착안했다고. 옥상을 포함해 3층으로 지어진 이곳은 교육문화 아카데미 '풀로 엮은 집'에서 문을 연 것이다.

1층은 와인바를 겸한 카페로, 2층은 좌식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매달 한 달에 한번 '북파티'를 열어 황석영과 심산 등 작가 또는 문학기자 초대해 작가와의 대화를 연다. <풀로 엮은 집>에서 펴낸 책을 15%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9월 중순부터 한 달 간 매주 화, 목요일 저녁 와인기초 강좌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