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향하는 발길이 많은 탓에 바다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뜨거운 태양아래서 피서객으로 북적거리는 여름바다도,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겨울바다도 모두 마음을 설레이게 하지만 가장 평온한 느낌을 주는 바다는 바로 이 즈음의 바다가 아닌가 싶다. 물밀 듯이 사람들이 빠져버린 초 가을의 바닷가는 더없이 한적하여 좋고, 뜨겁던 햇살은 한껏 부드러워 졌으로 때론 선듯한 바람이 불어 파도 소리와 함께 어울어져 한없이 좋다.

그리고그런 바다를 보노라면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함께 찾아든다. 그 바닷가엔 언제나 변함없이 푸르게 서있는 곰솔의 싱그러움과 함께.

곰솔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나무이다. 육지에 나는 우리의 소나무 수피가 붉은 색인 것에 비해 수피와 겨울눈이 검은 색이어서 검은솔로 부르다가 검솔 그리고 곰솔이 되었다고 한다.

혹자는 소나무에 비해 잎이 곰처럼 억세어 곰같은 솔이란 뜻이라고도 하지만 앞의 해석이 맞다고 생각된다. 같은 이유로 흑송(黑松)이라고도 하고, 더 유명한 별명은 바닷가에 자란다고 하여 붙여진 해송(海松)이라는 이름이다. 사실 곰솔이라 부르는 이보다 해송이라 알고 있는 이가 더 많다.

해안가에 멋진 소나무 숲이 있다면 자세히 살펴 보자. 소나무가 아닌 곰솔 숲이기 쉽기 때문이다. 두 나무가 잎이 두 장씩 묶여나는 것까지 같지만 곰솔은 나무껍질이 검은 특징이외에도 바늘잎이 아주 크고 억세서 손바닥을 찔러 보면 휘지 않고 아주 아프다. 검은 갈색의 수피는 나이가 들면 거북이의 등같이 갈라져서 조각으로 떨어진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지만 한 나무에 달리는데 5월쯤 핀다.

살고 있는 곳이 바닷가이다 보니 바닷가에 인접한 도시에서는 이 곰솔을 가로수로 많이 쓴다. 소금기를 가진 바닷바람을 잘 견디는 장점을 가졌으니 당연하다.

이렇게 줄지어 바닷가에 서서 바닷바람을 막고, 고기들이 모이게 하는 어부림을 마을을 지켜주다가 남은 미라리의 상록수림속 곰솔들, 때론 바다로 떠난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듯 바닷가에 남아 수 백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보태 지금까지 이어지는 곰솔들이 여러 바닷가 마을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가장 유명한 곰솔은 아무래도 제주도 신천단(山川壇)의 곰솔이다. 높이가 29m에 달하고 600살이 넘는 가장 크고 오래 된 곰솔이 다른 나이든 곰솔들과 함께 자라고 있다. 하늘의 신이 인간세상을 내려올 때는 큰 나무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오는데 바로 이 곰솔이 신들의 통로라고 여겨 신성하게 여겨져 지금까지 보존된 것으로 물론 천연기념물로(160호) 지정되었다.

바닷가 가로수이외에 힘찬 잎새와 멋진 수피의 모양으로 분재의 소재로도 이용되고 소나무처럼 꽃가루와 수피를 먹기도 송진을 약재로 쓰기도 목재는 건축재나 펄프재로 쓴다.

한 해의 절반도 훌쩍 넘어 버린 이 즈음, 엉클어진 일상이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이라면 이즈음 철지난 바닷가 여행을 권하고 싶다. 가장 부드러운 바다와 푸르른 곰솔의 기개가 위로와 힘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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