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별 최고 인기 아이템 모아 놓은 매장·편집매장 등 차별화 주력

베이직하우스는 유행에 민감한 10대와 20대 초반 고객을 대상으로 시즌별 최고 인기 이템만을 골라 선보이는 색다른 개념의 매장 '리-존(re-zone)'을 지난 9월 24일 명동에 오픈 했다.

베이직하우스 조환수 상무는 "캐주얼브랜드의 주요 고객층인 10대와 20대 초반의 고객에게 적합한 유통전략을 짜내기 위해 고심해 왔다"며 "이들 세대는 패션 트렌드에 가장 민감했고, 쉽게 싫증을 내는 특성을 보여 새로운 유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래서 젊은이들의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인 명동에 최신 유행하는 아이템을 시즌마다 선보이는 새로운 매장을 기획했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리-존에서 선보이는 제품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제작한 '리-티(Re-T)'라인과 워싱을 거의 하지 않은 생지 데님의 셀비지진이 돋보이는 '리폼 진(Reform Jean)'라인. 또한, 개성 있는 패션감각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원색 컬러진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한편, 리-티와 리폼 진 작업을 함께 진행했던 팝 아티스트 김태중은 명동 리-존 매장 윈도우와 디스플레이 공간을 예술작품화 했다. 감각적인 젊은 고객들에게 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고, 최신 유행 아이템의 이미지를 한층 세련되게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베이직하우스의 리-존만이 아니다. 최근 패션 매장들의 변모가 눈부시다.

기존의 매장형태로는 개성이 강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의류업체 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것도 특이한 발상으로 매장의 차별화를 꾀하게 만드는 이유다.

시즌별 최고 인기 아이템만을 판매하는 리-존 매장은 변신 중인 패션매장 트렌드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하나의 컨셉트에 맞춰 여러 브랜드의 아이템을 갖춰 놓은 편집매장, 의류 판매는 물론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를 총망라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한 패션매장, 정해진 기만 동안만 오픈하고 매장이 사라져 버리는 팝업 스토어(Pop up store)까지 패션매장은 쉴새 없이 변신하고 있다.

■ 편집매장의 강세

편집매장은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을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핸드백, 구두, 액세서리 등 주제별로 편집해 놓듯이 진열해 놓은 매장이다. 컨셉트에 맞춰 다양한 디자이너의 제품을 진열해 놓았다고 해서 컨셉트숍 혹은 멀티숍이라고도 부른다.

2000년 국내에 편집매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새로운 유통모델의 신호탄이라며 주목하는 시각이 많았다.

브랜드가 아닌 스타일을 중시하는 것이 편집매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매장 상품은 꼼 데 갸르송, 알렉산더 맥퀸, 마르뗑 마르지엘라, 크리스 반 아쉐, 피에르 아르디, 코코살라카 등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개성 있는 수입 브랜드들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 보니, 편집매장은 상표에 구애 받지 않는 개성 있고 까다로운 패션취향을 가진 젊은 패션 리더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핸드백 제품이 빨래 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듯이 걸려 있는 등 매장분위기도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와 달리 감각적이다.

최근 편집매장의 인기가 소수의 패션리더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분더숍을 비롯해 쿤, 스페이스 미로, 웨이브, 10 꼬르소 꼬모 서울 등 주요 편집매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신세계와 갤러리아 백화점이 주요 백화점에서도 편집숍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고,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편집숍 비중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까다로운 패션취향을 가진 대중이 점점 더 독특한 형태의 매장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다.

베이직하우스 리-존

■ 의류판매, 패션쇼, 예술작품 전시회, 카페&레스토랑이 한 자리에

명품업체 중심으로 매장을 갤러리처럼 꾸미는 추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패션매장이 늘고 있다.

시슬리,베네통,바닐라비,MLB 등의 브랜드를 가진 의류회사 F&F는 역삼동 사옥1층에 ‘자르뎅 페르뒤’라는 카페&와인 바를 열었다. 마치 정원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 이곳은 낮에는 커피와 벨기에산 와플을, 저녁에는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의류매장에 카페 및 와인바를 겸하는 곳이 청담동과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10 꼬르소 꼬모 역시 의류매장과 더불어 서점과 카페가 모여 있는 복합문화매장이다.

여성의류회사 미샤는 서초동 사옥을 매장과 카페, 패션쇼를 여는 컨벤션홀을 두루 갖춘 공간으로 꾸몄다.

학동 사거리에 위치한 데일리 프로젝트는 패션 편집매장과 갤러리, 카페를 하나의 공간에서 소화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선 의류판매는 물론, 패션쇼와 각종 미술전시회가 열린다.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문화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옷을 파는 매장이 아닌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 팝업 스토어, 해외 유통시장에 새로운 붐 일으켜

팝업 스토어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유통시장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팝업 스토어란 최장 1년까지, 정해진 기간 동안에만 매장을 운영하고 사라지는 전례 없는 실험적인 패션 매장이다.

꼼 데 갸르송은 지난 2004년, 꼼 데 갸르송 매장이 없는 베를린에서 게릴라 부대처럼 거리에 나타났다 어느 순간 사라지고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1년 간 매장을 운영한 뒤 철수했다. 매장의 경영은 그 지역의 그래픽아티스트 등 패션 아마추어에게 위탁했고, 독특한 아이템을 모아 한정판매 했다.

고객 스스로 발 빠르게 매장을 찾아 다니며, 일반 매장에서 구입할 수 없는 독특한 제품을 구입한다는 새로운 개념의 매장인 셈이다.

이 같은 실험매장이 선풍적 인기를 모으자 꼼 데 갸르송은 이후 도쿄와 파리, 싱가포르 등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꼼 데 갸르송의 팝업 스토어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유니클로, 나이키, 아디다스, 메이드 웰 등도 팝업 스토어를 시도하고 있다.

패션 전문가들은 해외 유수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가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미뤄 머지 않아 국내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매장이 유행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