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사람의 됨됨이를 알게 하는 네 가지를 뜻한다.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성격을 알려야 하는 드라마 속 인물의 경우 특히 겉으로 보이는 외모(신)와 말투(언)를 통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이려는 성향이 크다. 외모의 변화를 통해 변신을 알리던 배우들이 요즘은 말투나 억양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 홍자람ㆍ연출 이재규)의 독선적인 마에스트로 강마에가 대표적이다. 강마에는 단원들을 향해 “니들은 내 악기야” “니들은 그냥 개야. 난 주인이고!”라고 호통친다.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투로 상대를 압박한다. 배우 김명민은 이런 말투를 외국 영화를 보며 연구했다. 김명민은 “영화 <아마데우스><카핑 베토벤> 등을 보면 외국 사람들만의 특유의 톤이 있다. 굉장히 괴팍하지만 순수해 보였다”고 강마에 말투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배우 문근영은 SBS 수목미니시리즈 <바람의 화원>(극본 이은영ㆍ연출 장태유)에서 남장여인으로 출연하며 목에 잔뜩 힘을 줬다. “야, 이 그지 같은 놈아!” “콩알, 콩알 하지 마시오. 듣는 콩알 기분 나쁩니다!”라는 남성스러운 대화 처리는 기존 ‘국민 여동생’의 이미지를 잊게 한다.

SBS 월화 미니시리즈 <타짜>(극본 박형진ㆍ연출 강신효)의 아귀 역을 맡은 배우 김갑수는 영화 <타짜>에서 김윤석이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뛰어넘기 위해 말투부터 바꿨다.

김윤석이 영화 <타짜>에서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아야~ 오함마 준비해야 쓰겄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타짜> 1회에서 김갑수의 “함마 준비해!”라는 대사 처리를 통해 힘있고 간결하게 바뀌었다. 능청스러움과 이죽거림은 빠졌지만 절제된 단어 선택과 강단 있는 말투가 김갑수가 만들어내는 아귀의 매력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