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속 피아노 명곡 콜렉션

가을색이 완연하다. 청명한 초가을, 청명한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피아노의 숲>은 오는 10월말에 개봉될 잇사키 마코토 원작의 판타지 애니메이션 영화 ‘피아노의 숲’ 중 이에 등장하는 피아노 명곡들을 골라 담은 베스트 콜렉션 앨범이다. 원작‘피아노의 숲’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일본의 인기 만화 시리즈다.

영화개봉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만난 이 앨범은 ‘깊이’보다 ‘넓게’ 피아노 클래식을 즐기기에 알맞다. 세계적 작곡가들과 연주자들의 음악세계를 만날 수 있다. 말그대로 갖가지 나무가 우거진 숲 속을 산보하는 느낌이다. 이 숲에서는 쇼팽의 왈츠에서부터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바흐의 이탈리안 협주곡, 그리고 리스츠의 작품 등 거장들의 명작을 고루 즐길 수 있다.

쇼팽은 16살때부터 왈츠 곡을 쓰기 시작해 그의 전 생애를 왈츠 작곡에 바친 것으로 유명하다. 귀족적이며 고상하고 우아한 느낌이 특징. 경쾌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강아지 왈츠’를 비롯해 그가 만든 여러 왈츠곡들을 만날 수 있다. 강아지 왈츠는 특히 조르주 상드라는 여인과의 일화로도 알려진 곡이다.

쇼팽의 삶과 음악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알려진 이 여인의 강아지가 자신의 꼬리를 물려고 저 혼자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빠르게 연주되다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독특한 형식의 이 곡은 ‘순간의 월츠’라고도 불린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행진도 뒤를 잇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유롭고 어딘가 친숙한 느낌, 그러면서도 본인의 독창적인 세계를 엿보이게 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피아노의 숲>에 실린 그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은 명쾌하고 균형잡힌 형식과 우아함, 아름다움이 한데 녹아있다. 각 악장별로 장식적이거나 진지하고 서정적인 분위기, 경쾌하며 빠르게 몰아치는 느낌 등을 고루 맛 볼 수 있다.

베토벤의 명곡들도 친숙하고 아름답다. 특히 그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명곡, 일명 월광 소나타로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제14번도 함께한다. 이 곡은 베토벤이 30세때 깊이 사랑했던 여인에게 바친 것으로,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곡, 자신의 서정어린 내면세계를 마음껏 표출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월광’이라는 부제는 독일의 음악평론가 렐슈타프가 “마치 호수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작은 조각배같은 느낌을 준다”고 평한데서 비롯된 것.

무엇보다 이 앨범의 매력은 이 곡들을 연주한 연주자 명단에도 함께 숨어있다. 러시아 출신의 거장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브라일로프스키를 비롯해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프랑스의 거장 필림 앙트르몽, 독일의 앙드레 와츠 등 세계 유수 피아니스트들의 명연주를 생생한 실황처럼 즐길 수 있다.

한국 출신으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손열음, 임동혁, 재미교포 벤 킴 등이 참여, 각자의 정상급 기량과 개성있는 연주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타 연주자들의 연주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법 하다.

클래식에 갓 입문하는 이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피아노로 듣는 간이 입문서이자, 일반 애호가들에게는 편안하고 부담없는 음악의 세례 시간이 될 만 하다.


정영주 기자 pinplu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