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캐어야 보배다.” 등등의 여러 속담에 적절하게 적용되는 것이 바로 삽주인 것 같다. 이산에 지천인 삽주. 귀한 약재인 삽주. 하지만 생약 이름만 알고 우리 이름을 몰라 눈여겨보지 않는다.

게다가 아주 잔잔한 꽃들과 개성있는 잎들은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쳐서 그 아름다움을 모른다. 나쁜 식물 좋은 식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하나 나무랄 데 없는 이 소중한 우리 풀을 숲에서 알아보는 이가 드물어서 하는 말이다.

삽주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숲이 있는 곳에선 어디나 볼 수 있다. 지금 꽃이 필 즈음이면 줄기가 꽤 올라와 잘라지며 자라 허벅지 높이까지도 크지만 봄부터 한 뼘 정도의 높이만 되어도 독특한 잎새를 덕택에 금새 구분할 수 있다. 다소 뻣뻣한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둥근 모양에서 3-5갈래 갈라진 모양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여 뭐라고 한마디로 말 할 수 없고 가장자리엔 가시같은 돌려나는 특별한 톱니가 돌려나 있다면 그건 바로 삽주이다.

꽃은 여름부터 가을 내내 핀다. 국화과에 속하니 여러 개의 꽃이 둥글게 모여 달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꽃이 피면 그냥 둥근 뭉치같던 꽃차례가 커가며 아주 작고 흰 그래서 별처럼 보이기도 하는 앙증맞게 귀여운 꽃들이 달린다. 뿌리는 아주 길고 굵고 단단하게 잘 발달한다. 생약이름은 뿌리의 부위에 따라 달라진다.

길게 자란 묵은 뿌리가 바로 그 유명한 그 유명한 창출이며, 이어진 땅속줄기 끝에 크게 덩이져 비대해진 덩이뿌리가 있는데 이 부분이 바로 더욱더 유명하고 비싼 백출이라고 한다. 그래서 묵은 긴 가지의 껍질을 벗겨 하얗게 만들어 백출이라고 하는 경우를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한방에서 일반적으로 위를 보호하고 땀이 잘 나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하며 건위제, 위장염 등등 이와 관련된 효과가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그 이외에도 마치 감초처럼 수많은 처방에 함께 들어가서 유명하니 일일이 열거하기도 번잡스러울 정도이다.

하지만 백출은 비장을 보하는 기능이 세고 땀 나는 것을 멈추게 하지만, 창출은 습을 제거하는 기능이 세고 땀을 나게 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는 등 두 약재의 효과가 상반될 수 있으므로 특정한 목적으로 이 삽주를 이용하는 이들은 신경써야 한다. 백출은 마치 사람의 귓볼처럼 생겼으며 아주 단단한 반면 창출은 잘 부스러지는 특징이 있으니 확인해볼 일이다.

민간에서는 그냥 몇 가지 골담초, 오갈피나무 등 몇 가지 약재와 함께 숲을 담 궈 마시면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으며 게다가 정월 초하루에 마시면 한 해의 나쁜 병을 피한다는 벽사신앙도 들어가 있으며 장마 때 이를 태우면 곰팡이 등을 막을 수 있다. 봄철에 돋아나는 어린순은 산나물로 먹는다. 쌉쌀한 맛이 나서 입맛을 돋우어 준다. 여름철 삽주로 감주를 만들어 마신다고도 한다.

또한 삽주의 이 뿌리는 좋은 약재답게 향기가 있는데 이를 볶으면서 나는 향기를 요즈음 유행하는 향기요법에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삽주는 뿌리의 용도가 긴요하다보니 이를 키우는 이들은 꽃봉오리가 생기면 이를 달라버려 뿌리를 더욱 굵고 튼실하게 한다고 한다. 꽃을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가을이 그윽하게 익어가는 이 땅의 산야엔 아름다운 삽주의 꽃들이 피고 있다. 이 멋진 꽃구경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우리가 알아보느냐 못하느냐에 달렸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