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 사진을 말하다]갤러리 나우 등 KIAF에 다양한 출품 작품 러브콜 잇따라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을 기리며 ‘한국현대사진 60년’을 주제로 사진 예술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이전까지 소규모 전시는 종종 있어왔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사진 전시가 열리는 일은 최근 들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는 국제 행사 사진비엔날레가 대구에서 개막 준비로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미술계에서 사진 장르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에서의 사진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2008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통해서도 사진 작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국내 대표 사진 전문 화랑 ‘갤러리 나우’를 비롯해 ‘공근혜 갤러리’ ‘갤러리 뤼미에르 서울’ ‘김영섭 사진 화랑’ 등에서 다양한 사진 작품을 선보였다.

‘갤러리 나우’는 구본창, 김대수, 유현미, 원성원, 이원철, 다니엘 리, 정소영, 홍지윤, 김형섭, 권정준, 신은경 등 국내 사진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외국 작가 앤 카트린 센스타드의 작품 1점까지 총 23점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원성원’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 전시작품뿐만 아니라 도록 내 작품까지 판매가 이루어졌다. KIAF에 출품한 그의 2008년 작품 은 갤러리 나우에서 선보인 작품 중 최고가인 900만원에 판매가 됐고, 두 번째로 높은 판매 가격을 기록한 작품 역시 원성원 작가의 작품으로 도록을 통해 소개된 2004년 작품 <100개의 꿈 드로잉>이다. 이 외에 ‘다니엘 리’의 작품 도 고가에 거래가 됐고, ‘김대수’ 작가의 작품 <대숲봄>, <대나무 Bamboo> 역시 인기를 끌었다.

이와 관련해 갤러리 나우 이순심 대표는 “전반적으로 KIAF 실적이 지난해보다 저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 작품에 한해서는 여전히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한편 ‘공근혜 갤러리’는 2008 KIAF에서 민병헌, 김수강, 김중만, 전소정 작가를 비롯해 샌디스코글런드, 빅터 수레거, 베르나르 포콩, 조엘 메이어로위츠 등 국내외 내로라 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특히 반응이 좋았던 작가는 신예 ‘전소정’으로 사진작품 2점과 비디오 작품 1점을 선보였다. 젊은 작가지만 탄탄한 기본기와 세련된 색감, 흥미로운 작품 내용으로 행사 내내 주목을 받았다. 보자기 작품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수강 역시 이번 KIAF에서도 국내 컬렉터들 뿐만 아니라 외국 화랑으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했다.

또한 김중만 작가의 작품 <바람의 옷>은 한복을 입은 여인네의 뒷모습이 흑백과 대비해 한국의 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사진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며, 외국 화랑들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그밖에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작품에 관해서는 전시 기간 내내 사진인지 회화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이어졌고,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매료된 관람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4- Daniel Lee_Drifting_96 x 126 cm_Archival Inkjet Print_2008
5- 원성원_자매의 전쟁_70 x 115_Lightjet Print_2008
6 -원성원_사과 엄마와 빙어 아빠 그리고 얼음 딸_70 x 115_Lightjet Print_2008

공근혜 갤러리의 공근혜 대표는 “일반인들의 관심이 회화에서 사진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젊은 층에서 시작된 열기가 중년 세대로 옮아가는 중간단계이기 때문에 실력과 무관하게 이름이 덜 알려진 작가는 판매 자체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면서 “사진은 가격편차가 무척 심한 장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8 KIAF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김영섭 사진 화랑’은 국민MC에서 사진가로 변신한 이상벽의 풍경 사진을 비롯해 김용희, 나준기, 양양금, 임영균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출품작품 가운데 총 35점의 작품이 판매가 됐고,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오는 18일부터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에도 참가한다.

판매된 작품들은 주로 300만원~500만원대의 작품이고, 임영균 작가의 작품 중 백남준 선생의 얼굴을 찍은 <백남준 시리즈>만 1,00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팔렸다.

김영섭 사진 화랑의 김영섭 관장은 이와 관련해 “사진 작품 컬렉터들은 값비싼 작품 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선호한다”며 “작가의 인지도가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작품이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작품의 인기는 비단 올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도 배병우, 졍연두, 배중성, 이정진 등의 국내 대표 사진 작가들의 작품은 행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모두 동이 났고, 컬렉터들이 작품집이나 포트폴리오를 보고 주문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이처럼 미술 시장에서 사진 장르가 일정 부분 이상을 차지하게 되기까지는 유학파 1세대 사진 작가 구본창과 배병우 등의 노력이 컸다. 1986년 워커힐 미술관에서 가진 이들 작가의 전시회를 시작으로 사진작품만을 다루는 전시회가 90년대 와서는 인사동 화랑가로 그 영역을 넓혀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디지털 카메라의 대중화로 일반인들도 전문 사진가 못 지 않은 사진 실력을 자랑하고 있고, 국내 사진 인구는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해 1,0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힘입어 사진 전문 화랑과 전시장도 늘어나 전국적으로 13개 이상 되는 사진 전문 전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회화를 취급하는 일반 갤러리에서도 장르의 제약 없이 자연스럽게 사진전을 개최하는데 합류하고 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