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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는 지난 주 인문주간을 맞아 ‘고통 없는 문명’을 주제로 행사를 개최했다. 인문학이 일부 지식계층의 담론 형태에서 벗어나 대중과 호흡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다. 한국작가회의 측은 “젊은 세대에게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심어주고자 젊음의 거리인 홍대에서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행사는 8명의 작가와 4명의 평론가가 대담을 나누는 작가대담과 인문학 콘서트로 구성됐다.

6일에서 9일까지 나흘간 펼쳐진 작가대담에는 도종환, 신경림, 현기영, 이경자 등 중견 작가는 물론 한유주, 정이현, 김애란, 손홍규 등 젊은 작가가 함께 출현해 이야기를 펼쳤다.

7일 초대된 신경림, 정이현 작가는 문학과 인문학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밝히는 대화가 주를 이뤘다. 신경림 시인은 “정말 많은 시를 썼지만 운동의 중심에 있기보다는 변두리에 있었다.

시는 그 시대의 질문과 대답이 되기도 해야겠지만, 그렇지 못한 시도 분명히 존재해야한다”고 자신의 문학관을 밝힌 뒤, 관객과 후배 문인들에게 “제 인생을 되돌아 볼 때 살아가면서 고통이 문학의 근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통을 싫어하거나 증오하지 말고 성숙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정이현 소설가는 “인문학은 고통을 긍정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눈을 뜨고 고통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문학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그것을 인정하여 고통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게 하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8일 초대된 현기영 소설가는 “우리세대의 고통과 다음세대의 고통이 다른 것 같다.

4.3을 겪었던 내 아버지 세대의 고통을 내가 그렸다면, 신자유주의로 인한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는 지금 세대의 고통은 젊은 작가들이 그려내고 있다”라고 세대별로 겪는 고통의 차이와 문학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김애란 소설가는 “어머니 형제가 12명인데 막대 외삼촌이 유일하게 대학을 나왔다. 이 후에 막내외삼촌은 형제들 간 논쟁이 있을 때마다 ‘넌 대학을 나왔지 않니, 혜택을 받았지 않니’라는 말로 발언권이 막혀있다. 우리세대의 고통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혜택 받았다고 말하는 이전 세대의 시선 때문에 더 이상 우리의 고통을 하소연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9일에는 이경자, 손홍규 작가가 출연해 문학에서 나타난 여성주의와 고통에 대해 말했다. 이경자 소설가는 88년 <절반의 실패> 발표부터 지금까지 생활에 대해 “나는 해방과 한국전쟁 세대이기 때문에 고통이 삶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쓴다는 것도 고통스럽고 요즘처럼 소설이 산업주의에서 폄하되는 시대에서 더 고통스럽다. 그러나 나는 고통의 맛이 행복의 맛보다 더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지막날인 10일에는 인문학 콘서트가 펼쳐졌다. 김미월 소설가의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김민정 시인의 ‘고비라는 이름의 고비’, 박범신 소설가의 ‘주름’‘흰소가 끄는 수레’의 일부가 낭독된 뒤 인형극과 음악밴드의 공연, 미디어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5일간의 행사에서 관객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행사에 끝나고 관객들은 “행사의 주제처럼 ‘고통 없는 문명’에 대한 완벽한 답을 얻지 못했지만 이 시간이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1시간 30분이 순간처럼 지나가버렸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