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비몽'으로 2년만에 스크린 컴백데뷔 10년차 'CF스타' 이미지 부담스럽지 않아요

배우 이나영이 2년 만에 영화 <비몽>(감독 김기덕ㆍ제작 김기덕필름, 스폰지)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아는여자>,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아일랜드> 등을 통해 내면의 상처를 간직한 독특한 여인의 모습을 그려 왔던 이나영은 신작에서 김기덕 감독과 손을 잡았다.

각종 CF와 작품을 통해 지극히 상업적이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간직한 이나영과 다소 과격한 연출로 유명한 감독의 만남이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가 합류하며 모양새가 더욱 그럴 듯 해졌다.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놀라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전 김기덕 감독님을 잘 몰랐어요. 여성에 대한 학대와 편집증적 내용을 많이 담으셨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비몽>의 시나리오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어요. 그냥… 시나리오를 참 재미있게 쓰신다고 생각했죠. 오다기리 죠와는 사실 깊게 얘기를 나눌 시간도, 여유도 없었어요. 대화는 어설픈 영어로 나눴죠. 개인적으로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작품에 관해서는 많은 교감을 나눴어요.”

이나영은 어느덧 데뷔 10년차다. 지난 1998년 모 의류 CF로 연예계에 데뷔 후 벌써 ‘중견’에 한 걸음 다가와 있다. 10대 후반에 시작했는데 30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느껴질 법하다.

“사실 저도 10년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요.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이 분명 달라졌다고 느껴요. 10년 전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달려들었어요. 이제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고 고민도 해보게 되고, 제 일에 대한 욕심도 많아졌어요. 지금 힘든 부분도 많지만 원점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버린 것 같아요.”

이나영은 그 동안 독특한 언변과 행동으로 ‘4차원’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일련의 작품과 CF를 통해 보여준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캐릭터 이미지는 이나영에 대한 이런 평가를 강화시켰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배우로서는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법하다.

“저를 ‘원조 4차원’이라고 표현한 기사를 봤어요. (웃으며)제가 ‘원조’라는 말을 들을 만큼 나이를 먹었나 봐요. 직접 만나 보니 어떠세요? (얼굴을 들이밀며)4차원 전혀 아니죠? 사실 공상은 많이 해요. 공룡과 아톰을 좋아하는데 가끔 공룡으로 변해서 차들을 다 밟아버리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누구나 하는 공상의 수준인데 저는 그걸 겉으로 표출하다보니 ‘4차원’이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같아요.”

이나영은 작품 밖에서는 거의 만나기 힘든 배우다. 작품 홍보를 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도 드물다. 지난 2004년 MBC 드라마 <아일랜드> 이후 영화에 매진하고 있는 터라 브라운관에서 이나영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데뷔부터 함께 해 온 CF를 통해서는 꾸준히 이나영을 만나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나영을 가리켜 ‘CF스타’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실 제가 강호동 선배님과 KBS 예능 프로그램 ‘출발 드림팀’의 MC까지 봤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기억을 못해요. 제가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어서 자제하고 있죠. ‘CF스타’라는 이미지는 부담스럽지 않아요. CF 속 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싫어하기도 해요. ‘CF에서만 예뻐보인다’고 하기도 하죠. 연기할 때는 예뻐보일 수만은 없잖아요. 이상하게 보여도 그게 저예요. 광고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걸맞은 배역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