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신한류 이끄는 문화 콘텐츠난타·점프·보이첵 '비사발'등 세계무대서 각광

역대 흥행 뮤지컬 1위로 꼽히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과 1988년 각각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 전 세계 24개국 120여개 도시에서의 공연으로 지금까지 30억 달러(약 3조원)가 훌쩍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긴 시간 공들인 좋은 공연 한 편에서 생겨나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우리 공연계 역시 이러한 부가가치를 쫓아 세계 공연시장으로 뻗어나가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난타> 이후 다소 잠잠했던 공연계의 해외시장 진출은 최근 2,3년 사이 <점프>, <보이첵>,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등이 점화를 하며 공연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의 공연이 해외에 진출을 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이다. 뮤지컬 <명성황후>처럼 혈혈단신 개척하는 경우가 하나이고,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와 <점프>, <보이첵>처럼 세계의 실험적 공연의 집합소라 할 만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방식이 또 다른 하나이며 마지막 하나는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를 따라 일본에 진출하는 경우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공연시장인 뉴욕에 첫 발을 내딛은 작품은 에이콤의 대형 창작뮤지컬 <명성황후>이다.

1997년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02년에는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하였고 2004년 캐나다 토론토로 공연을 이어갔다. 워낙 대형뮤지컬인 탓에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후 PMC의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의 호평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른다.

세계 최대규모의 예술축제이자 전세계의 프로듀서와 프로모터들이 ‘뜰만한’ 공연을 가늠하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요리와 두드림, 코믹의 요소를 버무려 탄생한 <난타>는 국내 공연으로는 최초로 1999년 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당시 세계 공연계의 주목을 받으며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 전용관을 설치하고 1년 6개월의 장기공연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만 끝나지 않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을 꾸준히 끌어들이며 PMC의 효자상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 정동과 강남 전용관에 이어 올해 개관한 제주도 전용관에서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객은 현재까지 130여만명, 전체 관객 중 외국인의 비율이 73%를 헤아린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난타>를 통해 올린 매출은 750억원에 이른다’고 PMC 홍보팀 이동현 대리는 전했다.

<난타>의 성공이후 국내 공연관계자들에게 ‘넌버벌 퍼포먼스’와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하나의 해외진출 성공의 공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딱히 눈에 띄는 공연이 없다가 3년 전 예감의 마샬아츠퍼포먼스 <점프>와 극단 여행자의 연극 <한여름밤의 꿈>이 주목을 받으며 국내 공연계의 눈길은 또다시 에든버러로 향했다.

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한 고전의 재해석으로 이미 2002년 국내 초연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작품. 2007년까지 11개국, 38개 도시 등에서 8만 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태권도와 아크로바틱 등 무예와 코미디가 결합한 <점프>의 활약은 실로 대단하다. 2005년에 이어 2006년에 두 번째로 참여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참가작 중 가장 먼저 티켓이 매진되었고 2006년 런던 웨스트엔드 초연이후 올해까지 세 차례의 장기공연을 가졌으며 초연 3주간 90%의 유료 판매율을 기록, 찰스 왕태자의 관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요리와 두드림을 소재로 한 '난타'

지난해 서울 전용극장에 이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의 유니온 스퀘어 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라이선스 계약이란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점프>의 뉴욕공연 판권을 산 CAMI는 브로드웨이 최고의 공연기획사이며 공연 첫날 브래드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가족이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숨가쁜 질주를 해오고 있는 <점프>는 지난해 공연계 최초로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 올해에는 문화컨텐츠 수출산업으로 인정받으며 수출유망중소기업 지정되는 등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5월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지하에 부산 전용극장을 개관한 <점프>는 호텔의 매출까지 끌어올리는 동시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발매되는 부산 관광상품의 90%에 패키지 포함되어 있어 한류 문화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예감의 차기작인 비보이 소재의 댄스코미디 <브레이크 아웃>은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고 최근 4주간 <점프>가 공연됐던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유니온 스퀘어 극장에서 장기공연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트라이아웃 공연을 하고 태국, 싱가폴, 중국 등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비보이 공연 열풍을 몰고 온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도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별 5개의 최고평점을 받고 6월 중국공연 후 9월 13일부터 뉴욕에 중심가에 위치한 500석 규모의 37아츠 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돌입했다.

한국의 비보이 공연으로는 뉴욕 정식 진출작인 셈이다. 3개월 동안 평균 관객 점유율 65%를 달성하면 무기한 공연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뉴욕 공연에는 새로운 배경음악과 감성적 스토리 라인에 무게를 실었다.

2007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한국 공연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이다. 토털씨어터 어워드의 최우수신체극상과 헤럴드 엔젤 어워드를 수상해 2관왕에 올랐고 영국 BBC 방송 선정 올해의 에든버러 프린지 탑 10에 선정되는 개가를 이뤘다.

2008년 초 영국 런던국제마임페스티벌에도 초청되어 3회 공연 객석점유율이 80%에 달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연극을 마임과 이미지로 새로운 연극적 시도를 한 <보이첵>은 배우 11명이 의자 11개만을 이용한 신체극으로 권력에 조종당하는 현대인을 보이첵을 통해 묘사하고 피아졸라의 탱고음악으로 강렬하게 표현해냈다.

가까운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아시아 최대의 뮤지컬 시장인 일본에서의 공연은 단발적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류의 원조인 드라마 <겨울연가>가 2006년 뮤지컬로 공연되며 드라마의 한류가 고스란히 뮤지컬로 옮아갔다.

이 같은 경우는 2005년 당시 드라마 <올인>으로 잘 알려진 허준호가 열연한 뮤지컬 <갬블러>의 상연과 영화 <클래식>과 <말아톤>으로 일본에서 역시 흥행보증수표가 된 조승우 주연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2006년 공연)와 <맨 오브 라만차>(2007년 공연)와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창작뮤지컬인 PMC의 <달고나>와 엠뮤지컬컴퍼니의 <사랑은 비를 타고>는 이와는 달리 창작뮤지컬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일본에 수출된 사례이다.

2년 라이선스 계약으로 수출된 <달고나>는 일본에서 <라무네>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도쿄에서 공연되었고 올해 말 도쿄의 OWL SPOT 극장에서 또 한차례 공연될 예정이다.

올해 7월에는 도쿄 토마르 극장에서 <사랑은 비를 타고>가 일본 배우들의 출연으로 공연되었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일본 제작사 토호는 일본 최대의 극단이자 제작사로 그동안 미국과 유럽의 대형뮤지컬을 공연해왔으며 소극장 공연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뮤지컬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뮤지컬 관람을 위해 자주 한국을 찾는 도쿄신문의 기자 아사코 씨는 “사비타의 성공은 한국 창작뮤지컬 수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라며 한국뮤지컬의 일본 진출을 반기면서도 “수년 전보다 일본에서의 한국뮤지컬의 공연은 늘었고 배우들에 대한 호평도 많지만 토호, 시키, 다카라즈카라는 큰 뮤지컬 극단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본에서 한국뮤지컬을 보는 사람은 아직 소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같이 해외 공연시장을 공략하는 우리 공연계의 다양한 시도를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말하는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순천향대 신방과)는 “다수의 참가자 중에 소수의 승리자를 찾는 게임인만큼 많은 도전이 있어야 그 안에서 좋은 작품 하나가 발굴되는 거다. 세계 속에서 한국공연의 브랜드 가치를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인선 객원기자 sun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