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의 의미에 화두를 던지다박재영 등 12명작가 영상·드로잉·설치작품 50여점 선보여

현실과 비현실, 실제와 허구, 개념과 이미지 사이를 교묘하게 교란시키는 작가들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서 11월 30일까지 열리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 읽기> 전시에는 김 범, 김세진, 김홍석, 김해민, 남화연, 박윤영, 박재영, 박화영, 안규철, 오용석, 정혜경, 함경아 등 12명의 제기 발랄한 작가들이 영상에서 드로잉,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픽션과 논픽션의 접점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은 사실인지 아닌지 애매모호한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제는 사진이나 영상매체가 단순히 기록의 범위를 넘어서 이미지를 조작하고 상황을 새롭게 연출시킬 수 있다는 특징을 활용해 현실을 의도적으로 기록하기도 한다. 이는 비단 매체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이에 반응하는 작가들의 시도, 즉 21세기의 다원화된 문화현상과 사회구조 그리고 개인적 감수성을 토대로 형성된 잠재된 이야기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작품으로 표현해 낸 작가들의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으로서의 다큐멘터리가 픽션과 만나 개인사적, 사회적, 역사적 이야기를 초월한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함에 따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해 졌다. 이는 다시 말해 다양한 매체의 활용과 장르 간 협업을 통해 현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진짜일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박재영 작가는 가상의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그의 작품 <‘Scene86-08 Dr. Johns’ LAB>을 통해 작가는 질문의 답을 찾아 나간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디오 아트 분야에 늘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던 박화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

계속해서 실험적 시도가 돋보이는 과감한 일탈을 이야기하는 작가 함경아는 작품 를 통해 자유로운 작가 정신을 보여준다. 또한 국내외 여러 아트페어와 비엔날레에서 이름을 알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진작가 오용석은 비디오 설치 작품 <러브레터>를 가지고 1분 54초 동안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그밖에도 작가들은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허문 각자의 작품 스타일을 통해 실제와 시뮬라르크에 대한 논의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의 강효연 큐레이터는 “일반인들에게 대상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위트 있게 제시하면서 현재 미술계의 화두인 픽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면서 아울러 “작품을 관람하면서 픽션과 논픽션의 접점을 재미있게 넘나들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고 전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